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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Nov 06. 2022

거품 같은 사랑이라도



엄마 생각 많이들 하세요?


엄마가 처음 되었을 때, 참 엄마 생각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아 엄마가 이렇게 힘들었었구나.. 이렇게 나를 키웠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나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보일 때, 엄마 생각이 불쑥 떠오르곤 해요.

욕실 바닥을 낡은 칫솔로 문지르고 머리카락을 맨손으로 슥슥 돌려 치울 때,
싱크대 하수 구멍 속 오물을 아무렇지 않게 닦아낼 때,
아이가 먹다 남긴 음식이 아까워 아이 그릇 채 내가 먹을 때,
아이의 콧물을 아무렇지 않게 내 옷에 닦을 때 등등..

"엄마 너무 궁상이야. 제발 그러지 마. 제발 장갑 끼고 해. 제발 그냥 버려." 하던 나와

"뭐가 더러워 하나도 안 더러워. 그냥 맨손으로 하는 게 빠르고 편해. "하던 엄마가 떠올라 참 마음이 씁쓸해져요.

엄마가 할 때 참 더럽게 느껴졌는데 정말 엄마가 되고 보니 하나도 더럽지 않더라고요.
고무장갑을 끼는 것보다 그냥 맨손으로 슥슥 해치우고 비누로 손 씻는 게 편하고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버려지는 게 또 그렇게 아깝고..

예전엔 정말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런 걸 알게 될 거라 생각도 못했던 감정들이에요.

가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은 거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듯하다가도 금세 꺼져버리죠. 손에 잡히지도 않고 흔적이 남지도 않는 거품 말이에요.

그런 거품 속에서 우리도 자라났고, 또 우리 아이들도 자라는 거겠죠?

씁쓸하고 슬프다가도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또 다 그런 거구나 싶어 위안이 되기도 해요. 부모란 길은 참 어렵고 외로운 길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매일 밤 치워도 내일이면 또 어질러지는 집이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 또 집을 치워봅니다.

늦은 일요일 밤, 모두 힘내요.
주말 참 고생 많았어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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