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책은 머리맡에 아직 잘 있다
아플까 봐 미리 먹는 약
실망할까 봐 미리 하는 걱정과 자책
나처럼 자지 않고 불 켜진 집을 찾는다
병 속에 물은 아직 버리지 않았고
어질러진 침대에서 새우잠을 잔다
홑겹이불과 솜이불이 함께인 침대 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걸려있는 담
지금도 네가 어리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좋을 텐데
손톱에 거스러미
겨드랑이 흉터
늘어난 얼굴
중구난방으로 잘린 머리카락
읽지 않은 424개의 메시지
자주 아픈 머리
자주 찾는 화장실
어제는 지하철이 늦게 오더니
오늘은 버스가 늦게 온다
모르는 사이
다리에 상처가 나있다
쇄골 밑에도
깨어있는 시간에 죽어버린
이제는 남의 얘기도 아닌 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