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시 Mar 04. 2021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실패가 두려워 선택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선택을 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실패할까 봐 두렵고,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렵다. 혹시 이 선택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일까 봐, 돈 낭비 혹은 시간 낭비가 될까 봐 선택을 한 뒤에 번복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재밌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야 그거 스펙에 도움 안돼~ 취업도 해야 하는데 스펙에 도움되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피드백을 줄곧 내게 했다. 주변의 걱정에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외활동을 마음껏 하며 대학시절을 누렸다.


그 당시 나는 축제-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이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는 멋진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품고 있었다. 유니브엑스포 박람회 공연 기획자를 했던 것도, 대학생 재즈 페스티벌의 운영진을 했던 것도, 유럽여행을 떠나면서도 그 시기에 축제가 열리는 곳을 여행 스팟으로 선택했던 것도 모두 내가 축제와 공연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렸던 선택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연하나로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오프라인 이벤트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었는데 부모님은, 특히 엄마는 그 회사를 다니겠다는 내 의견에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그 당시, 반대를 무릅쓰고 그 회사를 꼭 다녀보고 싶다는 강경한 입장을 부모님께 전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선택을 내리고, 내 의견을 실행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했던 나 스스로가 놀랍기만 하다.


 무슨 이유로 나는 그때 그런 선택들을 내렸던 걸까? 그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며, 그냥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것, 그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얼마 전, 나는 이렇게 제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했던 대학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됐다. 지금의 내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의 내가 그 시절엔 살고 있었다. 10년 전의 나는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선택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꽤 많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두려움을 안고 사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꿈을 이룬 사람, 성공한 사람,
인생을 거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직감에 따라 즉시 행동한다는 것이다.

- 와타나베 가오루, <3초 직감력> 중에서





 주변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직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아나간다. 어떻게 저런 선택을 내렸을까, 하고 그 사람을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선택의 기준이 명확하게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최근 커리어콘에서도 미내님과 진주님이 직감을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도대체 직감을 따라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왜 직감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직감을 따라 선택을 했는데 실패하면, 그럼 어떻게 하지?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직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들이 몰려다니던 와중에 나는 와타나베 가오루의 <3초 직감력>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직감이란 무엇인가?

 "왠지 모르겠지만, ... 인 것 같아!" "이거 그냥 재밌을 것 같아!" 살다 보면 사람이건, 일이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도 나도 모르게 운명처럼 끌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사람과 대화 몇 마디 해보지 않았지만 말투, 눈빛, 표정에서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날 때, 그럴 때가 직감이 빛을 발하는 때라고 말한다.


 혹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라는 기회의 신을 아는가? 카이로스의 외모는 아주 특이하다. 앞쪽 머리카락만 길고 뒤쪽은 대머리이다. 그래서 좋은 기회는 왔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나중에는 잡을 수 없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직감은 방금 얘기한 기회의 신 '카이로스'와 같다. 직감은 스쳐 지나가는 감각과 비슷해 그것을 포착한 즉시, 행동하지 않으면 놓쳐버리고 만다. 직감이 머무는 시간은 단 3초! 3초가 지나면 현재 의식이 브레이크를 걸어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직감적으로 떠오른 그때,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





우린 왜 직감에 따른 선택을 하지 못할까?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직감이 머무는 시간은 짧다. 망설이는 순간 그 기회는 사라진다. 이 직감이 맞는 걸까,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순간 이미 기회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우리는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직감에 따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답을 찾고 싶어서. 실패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더욱 열심히 직감에 따른 선택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깨고 직감의 손을 잡아야 우리는 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인생의 빅 찬스를 놓치는 사람들의 특징을 10개로 정리해두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몇 개나 해당되는지 한 번 체크해 보시기를!


<인생의 빅 찬스를 놓치는 사람들의 특징>
1. 자신감이 없다.
2. 늘 나쁜 습관으로 되돌아간다.
3. 게으르다.
4. 포기하는 게 두렵다.
5. 늘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결국 한 마리도 못 잡는다.
6. 결심,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7. 편하게 살고 싶다.
8. 노력하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9. 겸손이 지나치다.
10.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

- 와타나베 가오루, <3초 직감력> 중에서






날카로운 직감을 가지려면?

 그렇다면 내 안에 쌓인 나만의 데이터로 직감을 쫓아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수동적 선택에서, 나에게 묻고 스스로 답하며 적극적으로 나만의 답을 찾아나갈 것!

2. "맘껏 실패하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질 것!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

3. 직감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량에 비례한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수록 쉽게 번뜩이게 된다. 그러므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세미나에 나가서 이야기나 경험한 것을 듣거나, 계속해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만의 재료로 사용할 것!

4.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마련해 오감으로 느낄 것! 완벽하고 가장 파워풀한 자연 속에서 내 안의 공백을 만들 것!






 최근에 나는 다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선택해 실행해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 모임을 주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글 쓰며 나를 찾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은데, 모아볼까? 어떻게 모아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면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너무 좁은 주제일까? 이 모임이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편이다. 분명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참 강한데, 순간적인 감정, 즉 직감이 사라지고 나니 하나 둘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사람들을 모으지도 않았는데도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고민을 모두 던져버리고 나를 미워하지 말고 안아주는 글쓰기를 하자는 의미로 <허그미라이팅>이라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첫 번째 시간이긴 하지만 내 직감을 따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최근에 밑미 온라인 리추얼 혜윤님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를 하면 융님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Lee Ann Womack의 I hope you dance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가사를 찾아서 듣다가 I hope you dance라는 후렴구에서 계속 마음이 머물렀다. 그리고 며칠 전, 융님이 선물해 준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가사의 후렴구를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됐다.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면,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 Lee Ann Womack 'I hope you dance' 중에서


나를 포함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계속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직감에 의존한 선택을 하며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평생 머물러 앉아 있기 보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다.





Lee Ann Womack의 노래 'I hope you dance'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커리어는 안녕하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