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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찬 겨울 문 밀고 찾아오면

by 한명화

며칠 전 수확한 작은 빨간 대추

계속 내린 가을장마에 행여 상할라

작은 전기방석 위에 놀게 했는데

진한 대추 향 나누며 제 할 일 잊지 않았다


꼬들꼬들 마른 대추

행여 상해 버려질라

가위질로 대충 잘라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자리 잡아 갈무리하고는


찬 겨울 문 밀고 찾아오면

생강 얇게 썰어 설탕에 재웠다가

깊이 숨었던 큰 주전자 꺼내 불에 올리고

마른 대추 듬뿍에 생강 한술 푹 퍼넣고

물 가득 채워 대추차 끓여야지


대추 향 진하게 코끝 스치면

중불에 진득하게 오래 끓여서

오늘의 수고에 박수 보내며

갈색 쟁반 위 예쁜 찻잔에 채워


무대 오른 겨울나무 춤사위랑

하늘 거리며 내리는 창밖의 흰 눈

사랑님 마주 앉아 겨울 풍경 바라보며

달콤한 대추 향 즐기며 마셔야지

행복이라는 말 찻탁에 올려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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