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팀장은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경험이 없는 역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든 공적 기관이든 새로 리더를 임명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나 예고시간을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늘 갑작스러운 발령이 전달됩니다. 설사 조금 미리 임명 계획을 안다 한들 무슨 준비가 될까 싶습니다. 닥쳐야만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할 일이 대부분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함이 앞섭니다.
연중의 수시 조직개편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는 연말 또는 연초에 새해 사업계획에 맞춰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 이루어집니다. 팀 조직을 옮기는 팀장이나 신규로 팀장에 임명되면 대부분 새로운 팀원들과 만나게 됩니다. 기존 조직 내에서 팀원이 팀장으로 승진되는 경우라도 신임 팀장과 팀원들의 관계는 새롭습니다.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할까에 대한 걱정이 됩니다. 팀원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어떻게 시작할까? 무엇부터 해야 할까?
부디 조급함에 뭔가를 하려고 서둘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별한 목표를 갖고 구성된 Task팀이 아니라면 팀 조직 출범 1~2개월 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팀은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 즉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미션과 R&R을 가집니다. 팀이 지속 가능한 미션 수행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안정된 팀워크와 역량 확보가 우선입니다. 신임 팀장은 의욕이 앞서고 성과에 대한 조급함으로 자신도 모르게 일을 서두르게 됩니다. 일을 추진할 생각을 잠시 유보하고 리더십의 본질을 생각해 보고 어떻게 역할을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직속 상사인 담당 임원과 면담 또는 의견 청취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사의 기대를 파악하는 것은 상사의 비위나 코드를 맞추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팀 조직의 미션과 R&R에 대하여 상사와 공유하고 일의 범위와 기대사항을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신설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신임 팀장으로서 첫 임무수행은 팀원들의 ‘개별 면담’입니다. 무엇을 하기 위한 면담이 필요할까요? 서로 간의 일반적인 인사말과 덕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 파악의 시간입니다. 팀원들 개개인의 특성과 경험, 현재 일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기대 등을 들어야 합니다. 첫 면담에서 팀원들에 대한 팀장의 기대와 당부를 전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팀원들의 생각과 그들의 기대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출발은 듣는 것입니다.
팀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는 팀장이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듣기 위한 자리임에도 질문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그 자리에 있거나 또는 질문보다는 팀원들 몇 마디에 팀장의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시간이 되는 우려가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팀장일수록 본인의 경험담을 늘어놓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팀원들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팀장의 질문은 그들의 관심사항에 대해 즉답을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팀장의 질문은 팀원들이 조직생활에서 평소 갖는 공통의 관심사항에 관해 그들의 생각을 먼저 듣기 위한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팀원들의 공통의 관심사항과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정보 수집이 우선입니다.
팀원들은 조직생활에서 평소 무엇에 가장 관심이 많을까요? 담당 과제, 비전, 평가, 인센티브, 진급, 상사의 기대사항, 팀워크, 복리후생제도, 출퇴근 시간, 교육기회 등 조직생활을 이어가는 데 많은 것들이 관심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연중 시기에 따라, 개인에 따라 관심사항은 달라집니다. 평가와 인센티브는 그것이 결정되는 시기가 따로 있고 회사의 제도와 관련된 복리후생제도, 출퇴근_근무 제도 등은 변경이 있을 때나 사내 이슈가 될 때 아니면 평소 개인의 관심사항은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설문과 인터뷰 그리고 여러 경로의 면담 등을 통해 그들의 관심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팀원들 입장에서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팀장의 생각이나 결정에 관심을 갖고 예민한 것은 자기가 맡을 일에 관한 업무분장입니다. 팀원들이 팀장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해 그 어떤 것보다도 불만이 큰 것이 팀원들의 생각에는 관심 없는 팀장의 ‘일방적인 업무 할당’이었습니다. 팀원들도 모두의 의견을 다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은 잘 압니다. 개개인의 경험과 역량이 다르기에 기대하는 대로 일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팀은 목표 달성을 해야 하니까요. 팀원들 모두의 만족이 아니라 불만을 최소화하고 적어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팀이 수행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분담하여 빈틈없이 원활하게 일이 수행되도록 해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는 누가 하든 잘 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팀원들 개개인은 본인이 무엇을 맡아 수행하고 책임져야 할 지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업무분장은 팀장의 권한입니다. 팀장은 팀의 미션 수행과 당해연도 목표 달성에 적합한 업무분장을 결정하고 업무를 지시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일정한 범주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유사한 목적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팀은 한 두 해만 바라보고 일할 수 없고 당장의 목표 달성에만 올인할 수 없습니다. 일을 통해 이루어내야 할 것이 업무성과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팀은 일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당연히 일차적으로 과제에 합의된 목표 달성을 해내야 합니다. 목표 달성이 안 된다면 조직의 존재 이유가 도전받을 것이고 정도가 심각하다면 조직은 유지되지 못합니다. 팀의 성과는 팀장과 팀원들 공동의 몫입니다. 그러나 팀장은 일을 통해 팀원들에게 챙겨줘야 할 것이 많습니다. 첫째는 직무만족입니다. 개인이 맡고 있는 일이 할만해야 하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좀 더 어렵고 좀 더 책임이 큰 일을 맡아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만큼 역량도 키우고 조직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셋째는 미래 준비와 연계된 경험 확대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일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숙련되어가고 자신감을 키워가지만 의도하고 준비하는 만큼 더 유용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업무분장은 업무 목표 달성의 일차적 목적 외에 위의 세 가지의 목적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도 원만하게 풀어가야 하고 팀원들의 직무만족, 역량 향상과 성장 그리고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까지 챙겨야 하기에 업무분장은 팀장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혼자 고민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팀원들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그들 각자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들어봐야 합니다.
업무분장은 경험 많은 팀장이 알아서 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안 됩니다. 신임 팀장은 아직 업무파악의 시간이 필요하니 당분간 하던 대로 하자는 것도 책임회피일 뿐 입이다. 설사 기존대로 계속한다고 할지라도 개별 면담을 통해 의견은 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면담을 전개하든 ‘핵심 질문사항’은 분명합니다.
현재의 직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할만한지? 만족하는지? 혹 도움이 필요한지?
맡고 있는 일이 본인 역량 향상과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얼마나 지속하고 싶은지?
현재 직무 다음에 경험해보고 싶은 일,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왜 이런 질문이 필요한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팀원들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일에 대해
구성원이 갖는 기대를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 사회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보탬이 되고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원한다.
2. 실력 향상,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를 바란다.
3. 자아를 실현하는 일과 밀접하게 연계되기를 바란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직. 간접으로 관련되는 일을
하고 싶다.
4.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5.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는 일이기를 바란다.
팀원들에게 일이란 보람과 실력 향상, 자아실현과 성과로 연결되어야 열심히 할 이유가 되며 또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합니다.
팀원들의 기대와 희망사항이 너무 거창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팀장은 팀을 맡고 있는 동안의 성과가 우선 중요하겠지만 팀원들은 팀장이 자신들의 성과와 성장을 모두 책임져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습니다. 팀원들은 단기적인 성과와 보람도 기대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위한 전문성 확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매번 급한 일에 매달리다가 정작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쌓을 기회를 놓치는 것을 우려합니다.
데니얼 핑크(Daniel Pink, 미국, 변호사, 성과관리 & 리더십 전문 Consultant)는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기대와 동기부여에 관해서 3가지(Purpose, Mastery, Autonomy)로 요약하였습니다.
Purpose(목적)는 일의 목적성 즉 일의 의미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에 대해 공감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Mastery(전문성)는 실력 향상 즉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Autonomy(자율성)는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 스스로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어야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처음에 제시했던 질문에 답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신임 팀장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팀원들이 일에 관해 상시 갖고 있는 관심사항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의 기대와 걱정에 대해 합리적의 결정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팀원 개개인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담긴 업무분장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면담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최소한 일 년에 두 번(상, 하반기)은 일에 관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업무분장을 리뷰하거나 6개월 뒤의 변화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업무분장은 있을 수 없기에 변화의 과정에서 양보와 분담과 경험의 필요성으로 설득하고 다음의 변화를 약속하면서 수용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반기 성과면담을 한다면 그 시기에 업무 분장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게 좋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팀원들의 머릿속에 “팀장이 팀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고 여기는지가 리더십의 출발입니다. 단기 성과의 도구로 여기는 것과 팀의 미션 수행과 팀원 개개인의 성장발전의 과정을 함께 고민하는 관계로 여기는 것에 따라 팀장의 모든 결정과 행동에 대한 팀원들의 인식과 반응이 달라집니다.
리더는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사람은 팀원들입니다. 그들의 행동 반응을 이끌어내야 성과를 만들 수 있고 그들과 공감하고 합심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야 팀원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팀원들이 일에 대해 갖는 생각을 읽어야 그들의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