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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19. 2016

푸드파이터 엄마와 함께한 일본 여행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먹는 일본 요리

엄마와 처음 여행을 떠난 곳은 일본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의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고, 유후인에서 온천을 즐기는 힐링여행이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우리는 3박 4일 동안 다자이후 텐만구를 둘러보고 텐진에서 기모노 쇼핑을 한 뒤 마지막 날 유후인으로 이동했다. 유후인은 료칸 여행으로 '핫'한 동네다. 마을 한쪽에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긴린코 호수가 있다. 긴린코 호수는 바닥에서 차가운 지하수와 온천수가 동시에 나와 물안개가 자주 끼고 1년 내내 얼지 않는다고 한다. 경치로 말할 것 같으면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곳이었다.


카메라에 좋은 풍경들을 담아왔지만 이번에는 일본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유는 함께 여행을 떠난 엄마가 바로 '푸드파이터'이기 때문. '인생에서 느끼는 행복의 80% 이상이 음식을 먹는데서 온다'는 것이 엄마의 말이다(;;).



눈으로 먼저 먹는다던 일본 음식,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차림이었다


유후인 료칸에서 만난 가이세키 정식

'가이세키'는 일본 전통 연회 요리다. 원래는 다과회 때 손님에게 대접했던 요리를 말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재료로 거하게(?) 만들어진다. 제철 재료를 사용하되 재료와 요리법, 맛이 중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생선회, 계절 나물, 밥, 국, 디저트까지 코스 요리가 제공되며, 눈으로 먹는 요리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다.



료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체크인을 하던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일본어 한마디를 써먹었다. 

"しょっぱくないようにして下さい. (쇼빠쿠 나이 요니 시떼 쿠다 사이)."

체크아웃 시간과 식사 시간을 알려주는 프런트 매니저에게 한 말이다. '짜지 않게 해달라'는 말인데, 일본 음식이 워낙 짜다는 말들이 많아서 준비해갔다. 이 말을 들은 매니저는 피식-하고 웃으며 알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평소 짠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이 한 마디 정도는 준비해가면 좋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음식들보다는 확실히 짠맛이 덜했다. 싱싱한 샐러드를 시작으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나왔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데코 된 플레이트였다. 엄마는 고기 세 점이 올려져 있는 돌판(?)을 탐냈다. 주부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잇템'이라나 뭐라나. 미니 사이즈 불판에 푹 빠져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손바닥으로 사이즈도 재보는 모습이 하나 사가겠다고 할 기세였다.



차례로 나온 음식들을 해치우자 마지막은 귀여운 디저트가 나왔다. 하트 모양의 그릇에 푸딩이 담겨있었는데 달달하고 부드러워 기분까지 좋아졌다. 유후인에는 푸딩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먹는 푸딩보다 단 맛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칼로리도 높겠지.


후쿠오카의 먹거리들


#1 

야타이


엄마와 나는 일본 거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바로 포. 장. 마. 차. 일본에서는 '야타이'라고 부른다. 늦은 밤 길거리 한쪽에 위치한 포장마차에서 오뎅이나 우동 한 그릇을 후루룩하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랄까.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이 추천하는 포장마차를 미리 알아뒀다(아래 사진의 왼쪽). 이름은 뿅키치. 다이마루 백화점 인근에 있는 곳으로, 지도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명란젓 만두와 베이컨 토마토, 곱창볶음, 자몽사와를 주문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모두 한국인이었고 메뉴판에도 한국어, 사장님도 한국말을 했다. (재미가 없었다는 뜻) 



야간 포장마차에서 진정한 일본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적지 않게 실망한 엄마와 나는 다른 포장마차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일본어도 할 줄 몰랐지만 그냥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른쪽 사진(초록색)에 있는 포장마차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이 꽤 당황한 눈치였다. 우리가 일본어를 못한다고 말하기도 전에 주인 아주머니는 자기 영어 못한다고 말했다(ㅎㅎ). 그리곤 깔끔하게 정리된 메뉴판을 건넸지만, 일본어는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다. 대략의 눈치와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탁자에 정돈되어 있는 먹거리들을 보고 대충 '이거' '저거' 하면서 주문을 했고, 정신없이 일본의 밤을 느끼기 시작했다. 베이컨을 파로 말아서 구운 꼬치 요리와 오뎅탕, 곱창요리 같은 것들이었는데 정확히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다. 그냥 맛있게 먹었을 뿐.



#2

이자카야


유난히 '밤 문화'를 좋아라 하는 엄마와 나는 이자카야에도 들렀다. 낮에 먹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났는지 엄마는 평소보다 맛있게 먹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날 먹었던 것이 생각난다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하카타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씨푸드라는 이자카야다. 참치가 포함된 상자 사시미가 500엔(약 5000원)으로 저렴하게 팔고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사시미는 오도로(대뱃살)로 주문했는데, 맛은 있었지만 기본 사시미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사시미 때문에 찾은 이자카야였는데 우리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버렸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니, 우엉과 갈치를 튀겨주는 음식인데 모양이 독특했다. 우엉의 씹는 맛과 갈치의 짭짤한 맛이 잘 어우러져 맥주 안주로도 딱이었다. 



첫 일본 여행에서 '스시'만 고집했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에 도전한 셈이다. 푸드파이터 엄마는 여행을 마치며 "일본 음식은 짠맛이 강하다" "요리를 내놓은 접시가 너무 예쁘다"고 했다. 


같은 요리를 먹더라도 그날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좋은 추억이 되느냐, 악몽이 되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새로운 요리를 먹어서가 아니라 여행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셔 좋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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