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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09. 2016

터키 하늘을 날다

손 떨다 카메라 떨어뜨릴라

오래전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사진집이 유행했던 때가 있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그 책에는 세계 구석구석을 항공 촬영한 사진들이 실려 있었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 사진을 찍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항공촬영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음에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데 어는날 수박 겉핧기 식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터키 여행 중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액티비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스쿠버다이빙의 천국 필리핀 여행을 해도 물에 발 한번 안 담글 사람. 그냥 조용한 동네를 걸어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패러글라이딩은 꼭 하리라고 결심했다.


여행 Tip.

보통 터키 여행자들은 페티예 패러글라이딩이나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을 한다. 패러글라이딩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지 전문가와 1+1로 타게 된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단지 중간쯤 공중에서 아슬아슬하게 회전을 하는 묘기(서비스랄까)를 부리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그런 짓(?)은 하지 말아달라고 미리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열기구는 패러글라이딩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같이 타야 하고, 무엇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무섭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올라가면 엄청난 경관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터키 페티예에서 하늘을 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이 왔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겠다고 예약한 사람들은 지프차를 타고 산 위로 이동했다. 같이 차에 탄 사람들을 지켜보니 유럽의 젊은이들이 많았다. 자기 몸통보다 큰 배낭에 침낭과 물컵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여행객들 말이다.


산 길은 매우 험했다. 나는 차를 타고 있는데도 이미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바퀴 밑에 얼마나 대단한 돌멩이가 있는지 내 몸이 통통 튕겨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였다.


꼬불꼬불 울퉁불퉁한 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차에서 내린 내 눈앞에는 푸르디푸른 하늘과 낭떠러지가 있었다. 넓은 땅에는 여기저기 패러글라이딩 기구들이 놓여있었다. 막상 긴~풍선 하나에 의지해 하늘로 달려가려니, 거기다 사진까지 찍으려니 두렵기도 했다. 무엇보다 손을 떨다가 카메라를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나는 카메라 스트랩을 준비해 내 몸과 손에 칭칭, 있는 대로 감았다. 비행(?)이 시작되면 뒤에 같이 탄 전문가가 자기 DSLR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착륙 후에 원하면 사진 DVD를 구입할 수 있다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두툼한 보호장비를 착용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앞사람이 이륙하면 다음은 내 차례다. 두근두근.


신호에 맞춰 마구 달렸다. 잠시 후 부~웅, 묘한 느낌이 들면서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땅은 점점 멀리 떨어지더니 어느새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펼쳐져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물론 결과물은... 내가 사진집에서 봤던 것들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하지만 뿌듯함과 만족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도였다.



앞서 말했듯 내 등 뒤 패러글라이딩 전문가는 공중에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부렸다. 겁나긴 했지만 재밌기도 해서 호응해줬더니, 신나서 더 오랫동안(?) 또 더 높이 올라가 주었다.


패러글라이딩 코스는 그리 길지 않았다. 준비부터 올라가서 내려올 때까지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내가 착륙한 곳은 모래사장이었다. 바다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모래사장에 발이 닿았다. 성공적인 착륙이었다.


이날 찍은 사진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보다 오히려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 더 좋았다. 높이 있을 때는 바다와 산만 보였는데, 어느 정도 고도를 낮췄을 땐 다양한 포즈로 누워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도로 위의 자동차 같은 소소한 요소들도 꽤 흥미롭게 보였다.


안전을 위한 Tip.

나중에 들어보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도중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다른 소지품들도.


떨어뜨린 사람도 물론 가슴이 쓰리겠지만, 혹시라도 밑에 있다가 물건에 머리를 맞는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큰일이다.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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