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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Apr 07. 2016

대만 여행, 먹방의 추억

음식 앞에 장사 없다

"사진 찍는다는 게 벌써 다 먹어버렸네." 음식점에서 맨날 내가 하는 소리. 먹을 것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 런. 데. 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내 카메라에 음식 사진이 왜 이리 많은 걸까? 생각날 때 한 두 컷 찍었을 뿐인데 워낙 많은 것을 먹고 왔더니 사진도 꽤 많이 남았다. 대만은 먹으러 간다는 말을 실감했던 '먹방 여행' 이었다. 


#1

나도 갔다 딘타이펑


딘타이펑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인터넷으로 대략의 위치를 찾아본 뒤 그 근처에 가면 긴~ 줄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이 딘타이펑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길거리 음식을 즐겨 먹는 내가! 딘타이펑이 왜 유명한지, 왜 그렇게들 찾아가는지 궁금해질 정도였으니. 직접 가보기로 했다. 홀 직원들은 짧은 한국말로 안내했고, 한국어로 설명된 메뉴, 옆 테이블에도 한국인, 그냥 한국 음식점이 따로 없었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새우 볶음밥, 샤오롱바오, 새우 쇼마이, 오이김치를 주문했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 대만 여행을 마치고 온 지인에게서 '오이김치' 찬사를 하도 들은 터라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내 입맛은 예민하지 않다. 도저히 못 먹을 정도 아니면 맛있게 먹는 편이라 역시 모든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맛의 감동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바로 오. 이. 김. 치. 우습게 봤던 오이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다른 요리들의 느끼함을 잡아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싱싱했다. 




#2

발 디딜 틈 없는 시장에서도 먹방은 끝나지 않는다


위에서도 썼듯이 나는 길거리 음식을 좋아한다.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조심해야겠지만, 여행 중에는 좋은 레스토랑보다 포장마차 요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대만에는 야시장 문화가 발달해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스린 야시장'인데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출퇴근길 지하철 2호선을 타면 사람들 틈에서 마음을 비우고 몸을 맡겨야 하듯이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들은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어 애초에 먹기를 포기하고 눈에 띄는 곳에서 군것질을 하게 됐다. 


흔히 포털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맛집과 아닌 곳의 차이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러 곳에서 음식을 먹어 본 결과 맛의 차이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단지 한국인이 주문하기에 편한 곳과 아닌 곳으로 나뉘었다. 예를 들어 한국어 메뉴판이나 주인의 한국어 실력 같은 것들. 


이 곳에서 큐브 스테이크, 지파이, 딸기 사탕(?) 같은 것들을 샀는데 얼마 먹지도 못하고 배가 불러 그대로 호텔로 가져간 기억이 난다. 의외로 양이 많아 하나씩 다 먹어보려면 야시장을 두세 번은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이걸 샀다는 건 결코 아니다


#3

토실토실 닭날개 속에 고소한 볶음밥이


천등 날리기 체험으로 유명한 '스펀'. 우리는 그곳에서 닭날개 볶음밥을 먹었다. 생긴 건 그냥 평범한 닭날개였지만, 그 속에는 고소한 볶음밥이 들어있었으니. 향신료 냄새가 조금 나긴 했지만 거부감 없이 군침 돌 정도였다. 의외로 배가 부르다는 게 함정, 맛있어 보인다고 혼자 하나를 시키는 건 비추. 둘이 하나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다른 것도 먹어야 했기에ㅎㅎ)




#4

단수이 한 바퀴 돌고 산 치즈 카스텔라


먹방 여행에서도 일정의 여유로움은 계속된다. 계획의 몇 가지를 포기하니 오후 일정이 통으로(?) 비어버린 날이 있었다. 이날 기존 일정에 없었던 단수이를 가기로 했다. 바로 이 치즈 카스텔라를 먹기 위해서였다. 단수이는 지하철 노선에서도 저~끝쪽에 있어 굉장히 멀다.


그런데 이 치즈 카스텔라를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니 나도 안 갈 수 없지. 단수이 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밀크티를 사게 됐다. 목이라도 축이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맙소사!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나는 당황했다. 거의 내 팔뚝만 한 크기의 밀크티가 나오지 않았겠는가. 물론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밀크티를 샀지만 이 것 때문에 다른 것들은 먹지도 못했다. 배가 불러서.


역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인천 바닷가를 놀러 온 느낌이 들었다. 역 근처에는 호수 공원처럼 꾸며진 곳이 있었고 주변에는 먹거리와 식당들이 줄줄이 있었다. 카스텔라 가게를 찾는 건 참 쉬우면서도 어려웠다. 공원 초입에서 카스텔라 가게를 하나 봤는데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그 집은 아닌 것 같았다. 이 가게를 지나 다른 상점들을 구경하며 2시간이나 걸었지만, 내가 봤던 그 가게는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아까 봤던 그 가게가 그 가게였더라. 나는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긴 줄을 선 뒤 카스텔라를 주문하고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방금 구운 카스텔라를 받기 위해. 치즈 카스텔라의 맛은 뭐랄까.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입에서 사르르~ 짭짜름한 치즈가 사르르~ 기다렸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이 카스텔라는 크기도 엄청 커서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갖고 다니며 먹어야 했다. 질. 리. 도. 록.




#5

신기한 모양일세


대만에는 한국보다 다양하고 값싼 과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일 먹방을! 하게 됐다. 근처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찾은 뒤 몇 가지 종류를 골라 1kg, 2kg씩 달라고 했다. 그동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기에 이제 비타민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 호텔에서 야채와 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밖에서 사 온 과일을 디저트로 먹었다. 망고는 물론이고 사과 모양인데 사과가 아닌 것, 식감은 파인애플인데 상큼하니 달달한 별 모양, 석가모니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석과 라고 불리는 과일까지. 특이한 것들이 많았다. 참고로 칼이 없었던 나는 석과 때문에 무지 애를 먹었다. 손톱이 부러지기까지(ㅠㅠ).


호텔에서도 푸짐하게


#6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


가는 곳마다 먹을 것 천지였다. 특이한 것도 많고 물가가 싸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사 먹기도 좋았다. 문제가 있다면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한다는 정도? 



먹방 여행인 만큼 캐리어에 담아온 '먹을 것'들도 많았다. 펑리수, 밀크티, 망고젤리, 누가 크래커, 엿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주긴 했지만 아직도 남은 먹을 것들을 보면 대만 먹방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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