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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Feb 12. 2017

[여행에세이] 졸린데 자긴싫고

다시 생각해봐, 누굴 위한 이별이었는지 (woman ver.)





널 사랑한 많은 날들 중에 

가장 기뻤던 날은 우리가 같이 춤을 춘 날이었어.
타인만 가득했던 그곳에서 춤보다는 포옹에 가까웠지만
이곳이 마치 우리만의 비밀 장소인 듯 설레고 두근거렸어.
그렇게 너의 품에 안겨 춤을 추었던 그날이 나는 가장 기뻤어.
     
널 사랑
 많은 날들 중에
가장 고마웠던 날은 네가 아팠던 날이었어.
다부지고 커다란 몸을 가진 너는, 내 앞에선 모든 상처에 아프다. 아팠었다. 이 한마디 한 적이 없었는데, 
이불을 돌돌 말고 쌕쌕 거리는 네 모습이 속상해 괜스레 더 잔소리를 했어. 
그래도, 아플 때 참지 않고 말해줘서 고마웠어.
너를 보살피다 네 옆에서 불편하게 잠들었던 그날이 이상하게 더 행복했어. 

   

널 그리워한 많은 밤들 중에 

가장 슬픔에 잠겼던 날은 그 노래가 나왔던 날이었어.

운전하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던 그날, 그 추억부터 하나 둘씩 물밀듯 온몸을 몰아쳤어.
내 호흡 안에도 네가 느껴져, 그날은 울지 않고선 널 몰아낼 수 없었어.
     
널 그리워한 많은 밤들 중에
가장 속상했던 날은 네가 아프단 이야기를 들은 날이었어.
늘 내가 아플 땐, 옆에 주던 너였는데
혹시 너의 공허를 아픔으로 채워 버린 건 아닌지
이 순간 네 옆에 있을 수 없음에, 이 순간을 초래해하게 한 나 자신에게 속상했어. 
그날은 술을 마셔도, 담배를 피워도 불안이 해결되지 않았어.
    
 
그만하자. 이 한 단어에
사랑하던 날들은 그리웠던 날들이 되었고
기뻤던 날은 슬픔으로 기록되었고
고마웠던 일들은 속상했던 일들로 뒤덮여 버렸다.
     
누굴 위해 했던 이별이었는지
그래서 지금, 
초연해진 사람은 누구인지 
     
나쁜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말자고 했던 우린
지금 서로에게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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