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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Feb 13. 2017

[여행에세이]졸린데 자긴싫고

고작 하루(Woman ver.)




내가 사랑했던 그녀는 
아침마다 늦잠을 자 매일 허둥대었고, 화장대 거울로 지하철 문을 이용했으며
아침 겸 점심일 메뉴를 밀가루로 때워 자주 잔소리하게 하였으며 
퇴근길에는 늘 신나는 음악을 들었고, 
자기 전에는 그녀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하루의 마지막을 보고해주었으며 
주말에는 유독 잠이 없어, 못하는 요리를 해 보이겠다는 바람에 주말에도 문 연 약국을 찾아보게 하였다.


그녀가 나에게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제목만 들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명화처럼 외우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그 그림 안에서 그녀의 행동, 웃음, 목소리까지도 선명했는데

우리가 헤어진 다음날부터는 모든 그림이 회색이 되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그녀가 이토록 나에게서 멀리 느껴질 수 있는지
들을 수 없다는 건, 나를 그녀의 우주 밖으로 쫓아낸 기분이다.

그와 헤어진 나는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며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데도, 어디서든 그를 만날 것 같아
그가 예쁘다 해주던 옷을 꺼내 입고, 그가 좋아했던 향수를 뿌리고는 집을 나선다. 
슬픈 생각들을 몰아내려, 자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받고, 
잠깐의 위로에 돌아오는 길이 공허해지고, 공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결국 지하철에서 울어버린다. 


너와 헤어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음속 모든 방의 불이 꺼져버렸고, 네가 없음을 알게 된 방들은 수런거리며 소란스러워졌다.
이런 공허함을 고작 하루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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