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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Apr 28. 2017

인도 마날리,
시간이 사라지는 경험

인도, 마날리

오늘 밤은 잘 수 없는 날입니다. 새벽에 Leh로 떠나는 지프를 타려면 마닐라에서 일정을 끝내고 짐을 싸야 합니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거네스는 숙소에서 일하는 네팔리 들을 만나 신이 났습니다. 마날리와 레에는 네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겨울에는 고아에서 일하고 여름에는 북쪽으로 옮겨와 일한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혼자 상가로 내려가 차에서 먹을 물과 간식거리를 샀습니다. 내려간 길에 메일 체크를 하다 보니 열 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마날리에서 레까지 가려면  새벽 2시에 떠나야 이런 고개를 몇 개 넘어  한밤중에  도착합니다.


거네스 녀석은 저녁 이후 어디로 사라지고 혼자 배낭을 주섬주섬 꾸리다 담배 한 대 피우러 베란다로 나왔더니 옆방의 이스라엘 아이가 무언가 신기한 것을 가지고 놉니다. “하이~ 그거 머냐?” “응…. 이거? 해쉬신데 너도 함 피워 볼래?” 음냐리 헤쉬시…. 이건 마약입니다.


* 주 : 헤쉬시 (hashish) - 대마초 암그루의 꽃이삭과 상부의 잎에서 분리한 호박색 수지를 가루로 만든 것 *


여기서 잠깐!!! 대마초나 헤쉬시에 관한 이야기는 참 민감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마약류로 분류되고 금지된 향정신성 어쩌구리…. 특히 우리나라는 대마초 흡연도 법의 저촉을 받습니다. 알면서도 이렇게 민감한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잠깐의 경험치를 반추하여 여러분의 여행에서 착오나 실수가 없으라는 뜻입니다.


대마초가 삼 잎을 담배처럼 말아 피는 환각제라는 건 누구든 다 아실 테니 패스! 헤쉬시는 이 삼 잎을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하여 엿처럼 만든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대마초 엑기스…. 대개는 이놈을 조금 부셔서 담배에 말아 피는데 대마초보다 더 강합니다.


인도 역시 대마초나 헤쉬시는 불법이지만 이상하게 많은 지역에서 거래되고 피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특히나 인도 북부 지역은 삼 잎의 질이 좋아서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이놈 때문에 올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이스라엘 아이들은 거의 성지처럼 생각하고 마날리 쪽으로 원정을 옵니다.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어 단속하는 걸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고요. 그냥 일상처럼 북부 지역에서는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남들 하는 짓은 다 해본지라 못해볼 이유가 없지요. 그래 함 줘봐~~.

저는 좀 특이 체질인가 봅니다. 이 전에 몇 차례 누군가 대마초를 건네서 빨아 보긴 했습니다만 한 번도 어떤 필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목만 아프고 속 미슥 거리고…. 담배가 차라리 더 낫습니다.


이넘이 건네준 신기한 물건은 바로 이렇게 생긴 겁니다. 재밌게 생겨서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카메라 들고 나와서 한 방! 주전자 꼭지처럼 생긴 곳에 헤쉬시를 조금 부셔서 넣고, 그 위에 불을 붙입니다. 기둥 꼭대기에 입을 대고 들이마시면 원통 안에 물을 통과하여 연기가 쑤욱~~~.


한대를 다 피었는데 아무 이상도 없고 그저 닝닝하더군요. 그놈이 묻습니다. “아유 오케이? 필이오니?” “무슨 필? 그냥 그래…. 난 원래 그런가 봐.” “그럼 한대 더 빨아 볼래?” “그러지 뭐…. 근데 넌 이게 무슨 느낌이야?” “하늘을 나는 것 같아.” “하늘을 날아?” 그리고 또 한대를 빨았습니다. 나도 좀 날아 보자…. 개뿔~~~. 목만 아픕니다.

“필이 와?” “아니.” “너 참 특이하다. 한 대 더 주랴?” 너라니…. 이놈아. 집에 가면 네놈만 한 아들이 있다. 버르장머리 없는 상것들…. 쯧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여 연속으로 세대를 피워버렸습니다. 약간 현기증이 나더군요. 그래 됐다…. 이 정도에서 끝!!


방으로 돌아와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데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문을 걸지 않았는데…. 한참을 실랑이하다 겨우 문을 여는 데 성공을 했지만 느낌이 좀 이상했습니다. 손잡이를 돌려도 문이 열리지 않는…. 이상한 느낌이 오더군요.


평지가  이렇게 보이는 느낌.... -!-


음~~ 필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별로 기분이 상쾌하지 않습니다. 술 몽땅 마시고 퍼지기 직전의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도 정신은 말똥말똥하여 짐을 꾸리면서 시간을 보니 11시 반. 앞으로 세 시간 후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거네스 녀석은 어딜 기어가서 안 오는 거야?


짐 몇 개를 꾸리고 시계를 보니 30분이 사라졌습니다. 이상하다…. 눈을 껌뻑하고 시계를 보면 분침이 훅하고 앞으로가 있습니다. 1시간을 배낭과 씨름을 하면서 짐은 절반도 못 꾸리고, 머리는 어지럽고…….


아~~~ 이게 무슨 일? 마침 그때 거네스가 들어오더군요. 배 볼록 나온 거네스 얼굴이 갑자기 저팔계처럼 보입니다. 요상한 모습에 기분이 상해서 왜 이제 오냐고 막 퍼붓는데 이놈이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립니다. “야 뭐하는 짓이야? 빨리 짐 싸서 가야지!” 두들겨 깨우면 눈을 부라리고 또 깰꼬닥.


그 와중에 내 정신은 아주 말똥말똥…. 하지만 시간은 성큼성큼. 제발 이러면 안 되는 데를 속으로 외치면서 거네스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거네스 잘 들어. 나 지금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니가 짐을 싸야 해." 몇 번을 그렇게 말해도 거네스는 말을 하다 말고 픽 쓰러지고, 또 깨우면 말을 하다 말고 픽 쓰러지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습니다. 거네스는 완전히 취해서 인사불성. 공항에서 사 온 죠니 워커 1ℓ 병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헤쉬시에 절어서 시간이 사라집니다.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나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훌쩍훌쩍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거네스는 나에게 차분히 이야기했답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잠깐 쉬었다 짐을 꾸린다고 말하고 누우면 내가 또 깨우고, 또 깨우고 그랬답니다. 본인도 너무 신경질이 났다고. 네가 보기엔 이놈이 술에 취해서 혼수상태였는데…. 둘 다 똑같은 상태였나 봅니다. 크헐~.


어쨌든 악전고투 끝에 겨우 새벽차를 타긴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거네스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거네스야 지금부터 고도가 높아져서 추워질 거다. 너 점퍼 꺼내서 옆에 둬라.” 술 취한 거네스는 내 말을 무시하고 짐을 몽땅 배낭에 넣고 조수에게 인계했습니다. 짐을 차 위에 싣고 줄로 묶어 놓는 걸 뻔히 알면서…. 이제 라닥까지 갈 동안 짐을 꺼내지 못합니다.


로탕패스를 넘자 차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멀미를 해서 길 바닥에...


비몽사몽, 로탕패스를 넘자 새벽이 밝아오고 정신이 들었습니다. 첫새벽 술에서 깬 거네스는 반소매 차림에 덜덜 떨고 있는 꼴이 볼만했습니다. 미워서 그냥 두려다 얼어 죽으면 나만 힘들어질 것 같아 덧껴입은 점퍼 하나를 벗어 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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