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선미 Dec 17. 2018

매혹을 소망함

장철문,  <끌어당겨>

끌어당겨

장철문


꽃 속에는 자석이 들었나 봐

자꾸 나를 끌어당겨


내 눈 속에 자석이 들었나 봐

자꾸 꽃을 끌어당겨


꽃과 나는 오래전에 토막 난

자석인가?


서로 자꾸 끌어당겨

얼굴을 맞대고 코를 벌름거려


⟪자꾸 건드리니까⟫(사계절 2017)




인간은 원래 자족적으로 둥근 공[球] 모양이었는데, 제우스가 그걸 쪼개 놓았대요. 그래서 인간은 오래전에 토막 난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고 합니다. 플라톤의 ⟪향연⟫에 적힌, 아리스토파네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작은 조각⟫에서 ‘작은 조각’은 자신이 누군가의 작은 조각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누군가’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여행 끝에 자신은 누군가의 조각이 아니라 스스로 온전한 누군가라는 것을 알게 되구요. 장철문의 <끌어당겨>를 읽으며 매혹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어째서 나를 끌어 당기는 걸까요. "오래전에 토막 난" 사이라 그렇다는 시인의 생각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내게 아리스토파네스의 원(圓)인류처럼 "오래전에 토막 난" 무언가가 있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면 좋겠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작은 꽃, 봄에 핀 작은 꽃, 2019년 봄에 핀 작은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몰랐지만 내가 끌린 작은 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나도 모르게 끌릴 작은 꽃들이 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작은 조각’은 여행을 끝냈지만, 나의 여행은 끝나지 않는 여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