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출근준비 (1)
지난 해 1월께. 출근을 한 달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어느 금요일 나의 '엑스 베이비시터(이하 엑스 시터)'는 돌연 대화를 나누던 중 '제가 갑자기 생각나서 말씀드리는 건데...'라며 돌연 퇴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빌어먹을 '코로나 '였다. 그렇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2020년 지긋지긋한 '코로나의 봄'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당시 시터는 매일 2시께 출근해 8시까지 나와 함께 룰루랄라 돌봄에 참여했다. 아이들 백일께부터 11개월 무렵까지 함께 했던 교포 시터가 떠나고 큰 마음을 먹고 '좀 더 높은 급여'를 책정해 고용한 한국인 시터였다.
요즘은 시터를 시터넷, 단디헬퍼와 같은 시터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한다. 엑스 역시 시터넷에 내가 올린 구인 광고를 통해 나에게 먼저 문자를 준 경우다. 처음 40대 중반의 여성이 '경력이 7년'이라며 나에게 구직 문자를 보냈을 때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지금은 코로나 영향으로 대학생까지도 '놀이시터'라는 이름으로 시터 일에 참여하곤 하지만 당시까지는 그렇게 젊은 시터가 흔하지 않았다. 어쩐지 거짓말 같기도 했고, 나 역시도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시터 일을 할까'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래도 일단 면접이나 보자며 나간 자리에서 나는 엑스를 채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대학생 쌍둥이 아들이 있는 엄마였고, 세 쌍둥이 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육아하는데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엑스는 일단 한국 요리에 능했다. 유아식 레시피 책에 나오는 요리를 거의 복사하듯 그대로 만들어냈고, 아이들의 먹는 양이 급격하게 늘었다. 아직도 엑스가 만든 '토마토 스튜'를 룰루와 랄라가 입을 '쩍 쩍' 벌리며 참새처럼 받아먹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흘 정도 일을 한 후 나는 이 엑스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겼다. 시급 1만 5,000원, 매일 9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앞으로 계속 쓰게 되겠지만 개의치 않았다. 1년 가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많은 돈도 지불할 용의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젊은 시터기 때문에 최근 육아 트렌드에도 익숙했다. 예컨대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차에 태워 카시트 벨트를 채우는 걸 늘 어려워했다. 해 보면 알겠지만 그게 사실 성인 안전벨트와 달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엑스는 두어 번 만에 카시트 벨트 채우기를 척척 잘 해냈다. 나도 잘 모르는 인덕션 사용법이나 광파오븐레인지의 숨겨진 기능도 잘 활용했다. 터치만 하면 책을 읽어주는 '씽킹 펜(프뢰벨)'이나 '세이펜'도 따로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사용했고, 내가 일일이 설명해줘야 할 것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여러모로 신뢰를 줬고, 불안과 어려움이 줄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났으려나... 아이들의 점심을 먹이고 있던 어느 한가한 오후 엑스가 나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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