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랜 시간 여러가지로 아팠다.
그 중의 하나가 당뇨다. 당뇨는 아마 아빠가 50대가 됐을 때 생긴 듯하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의 아빠는 어느 날은 몹시 뚱뚱해져 있었고 또 어느 날은 뼈밖에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게 바로 당뇨의 증상이라는 사실을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참 뒤인 지난 해쯤에 알았다. 평생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이어가야 하는 병이 바로 당뇨다.
인터넷에서 '당뇨'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가 바로 '식단관리'다. 우리 집에서 그 식단관리는 엄마의 담당이었다. 하지만 평생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이 식단관리를 몹시 버거워했다. 출근을 하면서 남편의 아침밥을 차려두고 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데, 이 밥에 남편의 건강이 걸려있다면 더욱 스트레스가 쌓인다. 게다가 당사자가 그 식단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지 않는다면 더더욱.
아빠는 일부러 몸을 망가뜨리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관리하지 않았다. 아침은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먹고 가더라도 점심은 늘 밖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었고 퇴근 후에는 한 잔을 걸쭉하게 걸치고 들어왔다. 평생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맛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 해서 먹고, 일터에 나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산을 하는 생활을 이어 온 엄마에게 아빠의 라이프 스타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을 게다. 지금의 나 역시 당시 아빠의 삶의 패턴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한 번은 엄마가 신세를 한탄하며 몹시 운 적이 있다. 아마 10여년 쯤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엄마에게 몹시 모질게 말했다.
"엄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마. 안 하면 되잖아? 왜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아빠가 성인인데 스스로 관리 못하면 어쩔 수 없는거야"
그러면 엄마는 내게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 때는 이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모두들 이상했고 나는 그냥 집에 조금 늦게 오고 아침 일찍 나가는 방법, 외면을 택했다. 이 갈등에 끼고 싶지 않았다. 당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도 있다. 집에 오면 참 모든 게 부산스럽다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아마 나의 외면과 아빠의 자포자기를 기반으로 병이 커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