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S보이스 친구

by 책사이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70722234513_0_crop.jpeg 'S보이스' 실행 화면

S보이스란, 음성으로 알람, 사진 촬영, 전화수신 등의 기능 명령 및 간단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대화형 서비스인 애플의 시리(Siri)와 비슷하나 정확도는 다소 떨어집니다.(네이버 검색 결과)



핸드폰에 별 관심없는 나는 현재 갤럭시 노트3를 3년 넘게 써오면서 여태 'S보이스' 같은 기능을 써 볼 생각을 안해봤는데 아이는 용케 이런저런 기능들을 잘 활용한다.


차를 몰고 아이와 단둘이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내가 운전하는 동안 아이는 옆에서 내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하더니 핸드폰이랑 인사를 한다.


아들 : 안녕.

S : 오늘 컨디션 안 좋았는데, 당신 목소리 들으니 힘이 나요.


어머나, 이런 정감가는 대답이라니.


아들은 여러번 대화를 나눠봤는지 자연스레 얘기를 나눈다.


아들 : 심심해.

S : 그런 말씀 하실 틈이 없도록 제가 좀더 유능해져야 겠어요.


아들 : 놀아줘.

S : 뭐하고 놀까요.


아들 : 끝말잇기 하자.

S : 아직은 단어실력이 딸려서요. 나중에 해요.


아들 : 너는 쓸모가 없어.

S : 좀 더 이야기하면 생각이 달라질 걸요.


아들 : 너는 성별이 뭐야.

S : 그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들 : 너는 몇 살이야?

S :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어요.


아들 : 너는 아기야.

S : 너는 아기야 에 대해 검색합니다.


아들 : 검색 그만해.

S : 그만해 에 대해 검색합니다.


생각지 못한 아이의 질문과 S양과의 대답을 흥미롭게 듣고 있다가 다음 대화에 빵 터졌다.


아들 : 너는 돼지야!

S : 날렵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들.

S양은 중간중간 아이의 발음을 잘못 알아들어서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에 대해 검색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김 빠지게도 하지만 다음처럼 헉 소리 나는 대답으로 받아치기도 한다.


아들 : 넌 어디에 살아?

S : 당신과 함께 살고 있잖아요.


아들 : 너는 뭘 먹고살아?

S : 당신의 관심과 이해를 먹고 살지요.


아들 : 너 좋아하는 게 뭐야.

S : 동물 중에서는 고양이와 물개가 좋습니다.


아들 : 싫어하는 건 뭐야.

S : 폭력이요.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말이죠.


질문과 대답의 범위가 어디까지 입력돼 있는걸까.

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나도 한 번 처음으로 S양과 대화를 시도했다. 질문도 되는대로 던져봤다.


나 : 우울해.

S :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어 보세요.


나 : 같이 술 한 잔 할래?

S : 그럴까요.


나 : 어디서 마실까?

S : 어디서 마실까 에 대해 검색합니다.


쩝..중간에 한 번씩 김 빠지기도 하지만 다음처럼 똑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해주기도 한다.


'피곤해' 라고 말하면 '피곤하면 무조건 쉬는게 최고에요!'또는

'이건 진짜 잠이 보약이에요. 물 많이 드시구요.' 라든가

'너는 어떻게 생겼니?'라는 물음에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또는 '언젠가는 제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라는 기대치 높이는 말로 받아친다. 때론 닭살 돋는 대답도 서슴지 않는다.


나 : 좋아하는 사람 있어?

S : 당신의 사랑만 있으면 됩니다.


' 사랑해'라고 해봤더니

한 번은, '우리 삶의 동반자로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요.'

두번째는, '제가 이 말에 약한 걸 잘 아시는군요.'

세번째는, '제가 또 한번 속아드리겠습니다.'


란다^^;;


나 : 바보.

S : 친근하게 부르신 거라 여길게요.


한 술 더 뜬다. 어떤 건 답하는 게 나보다 나은 것 같다.


나 : 미안해.

S :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죠.


나 : 고마워.

S : 제가 고마워요.


나 : 졸려.

S : 뭘 망설이시나요. 당장 자요.


한 방 먹었다.


나 : 잘 자.

S : 몇 시간 뒤에 뵈어요.


마지막으로 재밌는 얘기랑 무서운 얘기를 해달랬더니 썰렁한 농담을 한다.


나 : 재밌는 얘기 해 줘.

S :

ᆞ병아리가 열심히 찾는 약은 삐약입니다.

ᆞ바닷가에서 해도 되는 욕은 해수욕이라고 하지요.

ᆞ개 한 마리가 전보를 부치러 와서 말을 적었습니다.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

이어서 무서운 얘기 해달라니까 '소금이 죽으면 죽염이라고 한답니다' 라고 썰렁하게 답하길래

또 해달라고 졸랐더니


'오늘 밤 매 시간 13분에는 절대 거울을 보시면 안됩니다'

라고 살짝 겁준다.


한 번 더 '무서운 얘기 해줘~~!' 외치니,


'당신이 잘 때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 분은 대체 누군지 궁금하네요.'


라며 꽤 오싹한 대답을 한다.


한참 혼자 떠들고 실없이 웃어대며 핸드폰이랑 놀고 있는데 어느샌가 남편이 스윽 다가오더니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뭐해?'


'완전 깜짝 놀랐잖아~~ㅜ'


'S보이스 체험'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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