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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May 24. 2023

[책리뷰]아무 생각 없이 소비한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서박하 <소비단식 일기>를 읽고 든 생각

"고객님은 신용카드 한도의 90% 이상을 사용하였습니다. 고객님의 상향 가능 한도 및 신청 방법...."


이 책의 첫 프롤로그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카드 한도 500만 원의 90%를 사용한 후 깜짝 놀라서 소비 단식을 시작한 이야기를 책에서 담고 있다.




저자는 아마도 나처럼 남편의 주재 발령으로 해외에 갔다가 코로나로 잠시 돌아와 한국에서 지내다 이 카드값을 받아 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평소 돈을 쓰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고 우울감을 쇼핑으로 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그녀의 상황은 카드값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해외 주재를 나갈 때는 일단 돈을 쓸 일이 많다. 우리나라에선 싼데 해외에 나가면 비싼 것들이 많기 때문에 많이 사가지고 가야 하고, 해외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도 있으므로...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 교육에 공백이 생기는 것에 대비해 문제집과 전집들도 대량구매해야 하는 시기다. 주재원 준비하면서는 매일같이 택배박스를 받는 게 일이다. 그리고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들어왔다면 그 또한 카드값 폭탄이 될 확률이 높다. 왕복 비행기 값에 오랜만에 그 먼 타국에서 한국에 왔으므로 친구 만날 일도 많고 그 와중에 아이들을 위해 이곳저곳 구경도 다녀야 하고, 오랜만에 한국음식도 먹어야 하고, 또다시 외국에 나가야 하므로 그간 부족했던 것을 쇼핑할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에.....

이렇게나 카드 쓸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저자는 그 카드값을 실물로 봐서 놀란 듯한데, 나는 사실 카드를 쓰기만 하고 관리는 남편이 하기 때문에 내가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워낙 구두쇠 소리 들을 만큼 알뜰한 면이 있는 나이기에 나름 아끼고 아끼고 아낀다고. 최저가 비교해서 사고 꼭 필요한지 몇 번을 따져보고 3년 있을 거니까 3년 치 화장품과 생리대를 일일이 계산해서 사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낭비하는 부분은 반드시 존재한다.

가서 옷 살 곳 없을까 봐 옷도 많이 사갔는데, 살면서 쇼핑하는 재미가 또 필요하다 보니 가서 또 사고.

특히 아이 옷은 잔뜩 사갔다가 시기 안 맞고 날씨 안 맞아서 몇 번 못 입고 못 입게 된 옷도 많다. 옷은 진짜 그때그때 필요할 때 사야 하는데 미리 사갔더니 못 입는 옷이 많아지더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소비 패턴을 돌아봤다.


이번에 이사 후 짐을 정리하면서 참으로 많은 후회의 순간들이 있었다.


이 옷은 왜 샀을까. 한 번도 못 입었네.

그때도 꽉꼈는데. 살 빼고 입어야지 세일하니까 하나 사두자.라고 샀던 재킷.

그 후 살은 더 쪘고 지금도 당연히 못 입는다.

저 백은 왜 샀을까. 세일해서 샀지.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원가보다 훨씬 싸니 사자...

하고 샀다가 한 번도 못 들었네. 검은색으로 샀으면 많이 들었을 텐데...


이렇게 후회하게 되는 물건들은 대체로 외국 여행하면서 산 것들이었다.

싸니까, 지금이 아니면 못 사니까. 나는 살 뺄 거니까. 이런 브랜드를 이 가격에? 이러면서

은근 알뜰한 척하면서 쓸데없는데 돈을 이렇게 쓴다.


아이 어릴 때 산 수많은 물건들은 또 어떤가

필요할 거 같아서 아이가 좋아할 거 같아서 사들인 교구들과 책들.

가격도 비싼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는 것들.


다행히 최근 나는 이사를 한 후로 소비에 좀 진중해졌다.

일단 집안에 넣어둘 곳이 없기 때문에 책도, 물건도 살 때 고민을 많이 한다.

꼭 필요한 것인가. 어디 보관할 것인가

어딘가에서 무료로 주는 것들도 쓸모 있는 것인가 아닌가 생각하고 받는다.


저자처럼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에 일정 금액만 넣어놓고 그 안에서 쓰고,

현금 위주로 쓰고... 비상금을 따로 두고 운용하는 것도 정말 힘들겠지만 도전해보고 싶긴 한데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차를 사고 폰을 사고 정수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신용카드에 발이 묶였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신용카드의 덫


하지만 각 카드별로 30만 원씩 채우면 된다는 미션이 있으므로

각 카드를 한도 내에서 쓰는 것에 도전해볼까 싶다.

보통은 그 한도를 넘기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저자처럼 장 보는 비용을 하루에 1만 원으로 정해서 일주일에 7만 원 이내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따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금액이 좀 낮은 감이 있지만 (요즘 한국 물가 미쳤)

그래도 도전해 볼 만할듯하다. 하루 2만 원이면 될까?


저자처럼 나도 가능한 동네 마트에서 아이 하교 길에 간단히 장 보는 걸 선호한다.

그렇게 하면 하루 1-2만 원이면 이래저래 일주일 먹을 것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주말에 한 번씩 대형마트 가서 왕창 털리는 것만 조심한다면...(자주 털리지만)


또 공감한 부분은

해외에서 살 때는 옷도 한 두벌이면 되고, 화장할 일도 없고 편했는데 한국에 오면 차려입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해외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그거였다.

한국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산다는 것.

특히... 나란 사람.

남들 엄청 신경 쓰는 사람.

그래서 비키니는 해외에서만 (것도 한국인 없는 낯선 곳) 입는 사람

어렸을 때 다리 굵다 소리 하두 들어서 여름에 반바지도 못 입는 사람

곱슬머리 부스스하다 소리 하도 들어서 머리에 콤플렉스 있는 사람


그래서 나는 외국에 사는 게 좋았다.

아무도 나를 외모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곳

나의 장점을 칭찬해 주는 곳

브라질에 살면서 내 머리 풍성하고 예쁘다 칭찬도 들어봤다.

살다 살다 처음 들어본 칭찬.

한국인 하나도 없는 곳에 놀러 가면 짧은 반바지도 실컷 입었다.

그 해방감 말로 표현 못한다.

찌는 여름에 긴바지 입고 다녀본 사람 아니면 말을 말자


다만 브라질에서 한국인들 많이 사는 아파트에서 살아서 아파트 내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나이가 좀 드니까. 누가 내 다리 가지고 뭐라 하겠냐며 뻔뻔해지긴 했지만.

여하튼 브라질에 있을 때는 맨날 똑같은 티셔츠에 바지 입고 잘도 다녔는데

한국은 다들 비슷한 미의 기준을 갖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외모에 신경 쓰게 된다.

예쁜 옷도 사고 싶고 화장품도 좋은 걸로 쓰고 싶고 신발도 예쁜 거..... 끝도 없다.



일단 소비 단식을 위해 내가 실천해야 할 일

- 대형 마트보다는 동네 작은 마트에 자주 가기

- 소비하기 전에 꼭 필요한지 생각하고 사기

- 소비하는 즐거움 때문에 소비하지 않기

- sns 단식하기 (요즘엔 sns광고가 너무 두렵다) 


가만 보면 집을 줄여서 사는 것이 소비 단식에는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집에 둘 곳이 없어서 뭘 살 때마다 고민이 많이 되는 걸 보니…

이 작은 집을 여유로워 보이게 하려면 더욱 많이 버리고 버려야겠지.

오늘은 뭘 버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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