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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Jul 06. 2023

더현대 서울_<Point of view>

문구점에서 만난 문구


전에 살던 동네는 여의도가 무척 가까웠는데,

이제는 좀 멀어져서

새로 생겼다는 더현대 서울에 좀처럼 가볼 일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가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매장이 있었으니.


바로 이름하여

<Point of view> 문구 매장이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미니브 파크에 들렀다가 한숨 돌린 후,

가보고 싶었던 이곳을 찾아갔다.


역시나 웨이팅을 좀 하고,

안내를 받고 매장에 입장~~

(더현대 서울에서는 줄을 서지 않고 어느 곳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곳에 사람이 많았는데

화장실에 줄을 서며 어떤 여자분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화장실도 웨이팅이네..." ㅋㅋㅋ)


매장은 다채로운 문구들을 아기자기 예쁘게 전시해놓았다.

왜 문구덕후들이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중 눈에 띄는 매대는 연필깎이 매대였다.

 커다란 연필깎이 부터, 손가락만한 작은 청동 연필깎이까지 종류가 다양했는데

거기 써 있는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단어의 분량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았다. 음료잔을 받치고 있던 접시에 깎인 나무가 나선형으로 떨어졌다."


연필은 작가들이 쓴 단어의 분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헤밍웨이는 '연필 7자루가 닳아 없어지는 정도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분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걸 보고 몇 년 전,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다 메모 해 둔 이 문장이 생각났다.



하루 동안 소모되는 연필의 분량으로 일을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다는...

'연필'이라는 도구는, 깎아서 써야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작가들이, 창작자들이 이용해온 역사 속 도구다.


그 질감이라는 것이, 샤프와는 달라서 그 뭉툭함이 싫어서 나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런 글을 읽으면 한 번 써보고 싶기도 하다.


특히나 인스타툰을 연필로 그리시는 엄유진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연필이 갖고 있는 그 편안하면서도 무심한 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스탬프의 매대도 이렇게나 아름답고,

색연필도 예쁘게 디피 되어있고,

썼던 우표를 모아서 파는 모습을 보니 참...별 걸 다 판다 싶다.

근데 또 예쁘고. 이런 걸로 콜라주 하면 예쁘겠지.








2011년 런던에서 혼자 어슬렁 거리면서 놀러 다니던 시절.

옥스팜에 가끔 갔었다.

그곳에 가면 오래된 엽서들이 잔뜩 있었는데, 편지가 써 있는 것도 있고 빈 엽서도 있었다.

나는 영감이라도 얻게 될까..열심히 뒤져서 뭔가 상상의 여지가 있는 글이 쓰여진 엽서를 골라 사오곤 했다.

그 엽서를 바탕으로 소설을 시작했었는데...그거 어딨지.....잃어버렸네. 내 글도, 엽서도...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나가자고 보채는 통에 더 구경을 못하고

그냥 나왔지만 나는 그곳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에 여유있게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더현대서울 #여의도현대백화점 #pointofview #포인트오브뷰 #문구덕후 #고급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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