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의 온] 인사이동
2017년 11월. 인사 발령이 났다. 내 기억에 가장 좋아서 날뛰던 인사였다. 왜? 이 일 하려고 그 오랜 세월을 견뎠나 싶을 만큼, 내가 원했던 일이었으니까. 사는 이야기를 맡아보는 것. 물론 회사가 그 일만 줄 리는 없다. 문화, 책동네, 여행도 함께 맡아보라고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사는 이야기를 맡아 할 수 있는데 뭘.
시작은 3명이었다. 나는 그렇게 입사 14년 만에 부장이 되었다. 팀 이름도 라이프플러스 부로 바꿨다.
그 후 일 년 후 팀원 1호가 퇴사했다. 꿈을 찾아간다고 하니 말리지 않았다. 충원은 되지 않았다. 남은 2호와 2년을 더 일했다. 2호는 이 일이 좋지만 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일에 도전에 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부서를 희망했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빠진 인력 충원은 계속 없었고 부가 팀이 되었다.
3호가 왔다. 코로나 시기라 만나지 못했다. 둘 다 집에서 일만 했다. 2년 후 3호도 다른 부서로 갔다. 좀 더 인원이 많은 팀으로. 4호가 왔다. 1년 일을 했을 즈음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4호는 회사를 휴직하고 대학원 시험에 매달렸다. 5호가 왔다. 그 5호랑 얼마 전까지 일했다. 5호는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말리지 않았다.
가겠다는 후배들을 한결같이 말리지 않은 것은 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 그거 참 간절하다는 거 누구보다 내가 제일 알아서 그렇다. 나는 내가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팀에서 9년을 일하는 동안 5명의 후배들은 그렇게 나를 거쳐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과 별개로 때때로 외로웠다. 참 의아했다. 후배들은 왜 이걸 더 해보고 싶지 않을까? 왜 길어야 2년일까? 이 일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나? 혹시 내가 팀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한가? 2년마다 반복되는 질문들. 그래서인지 이번 인사에도 특별히 별 관심이 없었다. 누구라도 오겠지. 누구라도 하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도 나는 못내 안타까웠다.
"아니, 왜 라플에 오겠다는 애들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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