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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잰니 Aug 14. 2022

내가 '환승연애'에 출연한다면 누구랑 나갈까?

어차피 상상이지만 골라보자면?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연애를 했고, 현재 일곱 번째 연애를 하는 중이다. 연휴의 힘을 빌려 친구들이 입 아프게 말했던 <환승연애2>를 정주행 했다. 친구들은 제발 봐달라고, 습관적 과몰입러인 내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 이미 과몰입하고 있으리라 말했다.


연애 예능이 넘치는 요즘. 내 원픽은 솔직히 <체인지 데이즈>였다. 2 말고 1. 2는 시도를 못해보고 있다. 누구보다 1에 과몰입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는 k-엔딩이 너무 허무했고-어쩔 수 없다곤 생각하지만- 나만 진심이었던 예능에 또 속고 싶지 않았다. 하나도 체인지 안 하는데 무슨 체인지. 어쩐지 출연자 모두와 내적 친밀감을 느껴 인스타 구경도 열심히 했는데 저마다 연예인처럼 광고를 하고 있어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 결국 그들의 위기는 돈벌이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다음이 <나는 솔로>였다. 이건 솔직히 빌런 논쟁도 있고 해서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전에 만났던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하도 졸라서 시도했고, 딱 두 시즌 봤다. 다른 예능보다 훨씬 수더분한 모습의 출연자들이 많았는데, 직업적인 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전문직들이 많은지. <나는 솔로> 팬인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부터는 보지 않아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게 마지막 연애 예능이었다.


그리고 <환승연애2>. <체인지 데이즈 1>을 보던 무렵에 <환승연애1>도 재밌다고 들어서 시도해본 적이 있다. 딱 1화 보고 하차했다. 호흡이 너무 길기도 하고, 콘셉트가 이해가지 않았다. 굳이 과거의 연인과 합숙 생활을 하며 새로운 연애를 한다고? 명확한 기획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하차. 시즌2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1.25배속으로 보면서도 호흡이 긴 부분은 넘겨가며 봤다. 연달아 1편부터 가장 최근 편까지.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환승연애>에 나간다면 누구와 나갈까? 출연자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왜 하필 나랑?"


사람마다 이유는 다를 터다. 내게는 여섯 명의 X가 있다. 그중 한 명은 결혼했으니 제외하고. 사하라 사막처럼 넓은 공간이라 해도 같은 곳에 있고 싶지 않은 순수 '증'만 남은 X는 물론 제외다. 같이 합숙을 하라고? 웩. 진짜 싫어. 그건 돈 받아야 된다. 1박에 20만 원 이상씩. 10만 원도 안 돼. 그럼 이제 4명 남는다.


솔직히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가장 최근에 이별한 사람을 떠올렸다. 걔랑 나간다면 내 감정이 어떨까? 근데 상상하기 싫었다. 음. 정말 감정의 소용돌이일 것 같네. 굳이 왜 그런 고문을? 그렇게 생각을 멈췄다. 그러고 한참 카페에 나와 소설을 쓰다 떠올린 것이다. 아, 걔랑 나가야겠네.


내가 떠올린 X는 내 인생 두 번째 연인이다. 연애의 과정 앞뒤에 우정이 있었던. 몇 월에 만나 몇 월에 헤어졌는지조차 희미한. 벌써 8~9년 전의 인연. 다시 잘 되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그런 공간에 있게 된다면 어느 정도 신경은 쓰일 것 같은.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사람 구실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 친구와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인 양 다시 만나 시공간을 공유했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했다. 걔는 나와 주려나? 걔도 나도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어야 가능한 거니까 타이밍이 되게 중요하겠구나. 만나는 전날 기분도 되게 이상하겠다.  


'새벽 공기처럼 차가운 사람' 


X가 종종 나를 표현한 말이다. 나는 그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줘야지. 그리고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온 표현처럼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임을 보여줄 거다. 그 친구는 여전히 공 같을지 구경해야지. 그 세월 속 우리는 얼마나 컸을지. 이제는 여유가 생겨 여자 친구와 밤길을 몇 시간씩 걷지 않아도 되는지. 헤어지고 몇 년이 지나서 술 먹고 전화해 대뜸 '결혼하자'라고 한 말은 기억나는지. 아마 못하겠지.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분명 성낼 거다. 그리고 내가 몇 해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뜸 연락해놓고 잠수 탄 얘기 꺼내면서 까내리겠지. 상상했는데 이미 꿀잼.  


아, 환승연애3를 노려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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