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는 시간
1. 어떤 전환점은 지나간 후에야 그게 전환점이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상황을 바꾸는 조건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밀려올 땐 내가 변곡점 위에 서 있다는 걸 너무나 아는 채로 그 시기를 지나기도 한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동시에 품은 채 현재를 처리해나가면서 나는 반나절 만에 지난 십년을 다시 겪기도 했고 아직 내게 오지 않은 것들을 미리 잃기도 했다. 그렇게 어떤 지점들을 지나는 동안 내가 하게 된 일은 내 책상과 매트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재정비한 일이 아니라 그것들을 집 밖으로 아예 빼내 오는 일, 그러니까 작업실을 구하기 위해 직방 앱부터 깐 일이었다.
- 중앙일보, [최은미의 마음 읽기] 공간 만들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35539?sid=110
2. 트럼프주의의 확산은 세계가 알고 있던 자유민주주의의 글로벌 리더 국가 미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트럼프주의는 곧 사라질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미국 내 트럼프주의의 확산은 도널드 트럼프의 차기 대통령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근본적인 미국 사회 변화의 본류로 주목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기에도 외교·무역 정책에서 보여준 것은 ‘착한 트럼프주의’였다. 민주당 정부라도 미국 국민 절반의 정서를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임을 보여줬다.
- 중앙일보, [김영준의 USA포커스] 이미 본류가 된 ‘트럼피즘’…바닥 정서 읽는 외교가 필요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35542?sid=110
3. 이지 머니는 본능적으로 투자 대상을 찾는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위험 자산으로 달러가 흘러갔다. 미래 산업을 창출할 능력을 보여 준 빅테크들이 증권시장에 입성하자 글로벌 자금이 월가로 유입됐다. 월가는 다시 한번 세계 금융 패권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고, 세계의 돈을 끌어들여 미국의 성장 엔진에 기름을 부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고립주의를 끝낸 이후 미국의 성장 공식은 한결같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지향점은 동일하다. 세계의 자금으로 미국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 재정 수입의 80%가 관세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것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그리는 미국의 미래에 관한 청사진이다.
- 한국경제,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상속세를 R&D 재원으로 쓴다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937648?sid=110
4. 내가 더 많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만남과 어울림의 화학작용 속에서만 가능한 의미가 담긴 이야기. 성장과 추락의 서사는 빠르게 흡수되고 쉽게 휘발되지만, 관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오래 곱씹을수록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자극적 장치 없이도 훨씬 진한 맛이 우러나는 비법은 탁월한 연결의 안목일 것이다.
새해마다 나의 성장을 바라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실력과 자산은 키우고 몸무게는 줄길 바랐다. 반복되는 일상을 연말이란 기회로 회고해 보면 정작 늘어난 건 주름과 나이뿐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작은 변화들이 있다. 잠이 많던 나는 아이를 만나고 아이가 아프면 수시로 깨 그의 열을 체크하는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팀원을 만나 이전과 다른 생각과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전의 나와는 다르고 그 다름은 내가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 분명 연결을 통해서만 가능한 변화다.
- 국민일보, [너섬情談] 이어질 결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67399?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