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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작가 Oct 05. 2020

#07. 많은 것을 품어내려면

무게 중심을 낮출수록 더 많은 것들을 품어냈다.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인도여행을 하면서 배웠다. 아무리 내가 사진을 잘 찍어도, 나에게 사진을 찍히는 대상이 나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면,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도, 나의 자아만족 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는 종이조각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위의 사진은 엄마와 함께 터키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며 담은 사진이다. 당시 8개월동안 세계무전여행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러 엄마가 터키에 있던 나를 보러 오셨다. 덕분에 처음으로 돈 걱정 안하고 여행을 했던 10일간의 시간이었다.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모닝벌룬을 타면서 담았던 사진이다. 당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타고 있던 벌룬이 가장 먼저 착륙을 하고 있었다. 가장 늦게 착륙을 하길 바랬건만, 가장 먼저 착륙을 해서 아쉬움에 담았던 사진이다.


  일부러 하고 싶은 말을 의도하고 담은 사진들도 있지만, 대부분 내가 글과 함께 올리는 사진들은 찍을 당시에는 본능적으로 찍는다. 이후 사진을 오랜시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을 때 그것과 관련한 글을 쓰는 편이다.


  이 사진도 처음에는 그냥 예뻐서 찍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구도는 아니었고, 그냥 평소 내가 사진을 찍는 습관대로, 주어진 환경에 맞게 순간을 담았다. 하지만, 이 사진을 계속 보다보니, 찍을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보면, 내가 타고 있는 벌룬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미지 가장 윗부분을 보면 내가 타고 있는 벌룬의 머릿부분이 위치하고 있다. 광각렌즈라서 담을 수 있던 구도다. 마치 내가 타고 있는 벌룬의 머릿부분이 아직 착륙하고 있지 않은, 내가 타고 있는 벌룬보다는 높게 떠있는 모두를 품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내가 타고 있는 벌룬이 가장 먼저 착륙해서 아쉬웠지만, 덕분에 이런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낮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품어낼 수 있겠구나.

  나중에 이 사진은 터키의 한 여행사 사장님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사장님은 이 사진을 사고 싶다며 내게 제안을 해주셨다. 당시에는 사진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다짐한 기간이었기 때문에, 좋은 곳에 써달라고 사진을 그냥 드렸다. 하지만 사장님은 어떻게 내 계좌번호를 알아내신후, 그곳에 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큰 액수를 보내주셨다. 덕분에 나중에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내 여행은 늘 이런식이었다. 내가 살면서 가장 뭔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행동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여행을 하면서, 순전히 사진을 찍고 나누는 즐거움에 여러사람들에게 사진을 나누며 다녔다. 그랬던 순간들이 추후 654일의 세계일주를 가능하게 했던 실질적 동력이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낮아질수록 여행은 순탄했고, 때때로 내가 교만해질때마다 여행은 순탄치 않았었다.


  겸손은 선택이 아니라, 늘 우리 자신에게 습관처럼 박혀있어야 할 삶의 태도였다.


사진 / 글 이정현


#철학

#인문학

#겸손

#낮아지면높아지는마법

#높아지면낮아지는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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