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작가 Oct 07. 2020

#09. 지금 당신의 표정은 어떠한가요?

막연한 지식은 감정을 억제하나 공감있는 지혜는 감정을 조율한다.

인도 조드푸르, 2015


  인도 조드푸르에서 만났던 형제들이다. 몸집만 봐도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알 수 있지만, 재밌게도 표정만으로도 누가 가장 나이가 많고 어린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다.


  막내는 막내답게 표정이 가장 밝고, 표현이 확실하다. 노란 옷을 입은 셋째 형은 아직까지는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막내와 셋째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둘째는 이제 세상을 좀 살아봤는지, 의젓함과 형다운 모습이 표정 속에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주홍색 옷을 입고 있는 첫째는 가장 장남답게, 표정 속에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는 이런저런 감정들이 혼합되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느껴진다. 쑥스러울수도 있고, 경계하는 것일수도 있고, 좋은 걸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수도 있겠다. 마치 네 형제의 표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표정이 이렇게 바뀌어간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한없이 좋은 것 같지만, 한 편으로는 순수함과 점점 멀어질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편견과 선입견도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편견과 선입견이 자리잡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사실 순수함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릴 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경험이나 지식이 없기 때문에, 마음에 뭔가를 염두해두고 볼 일이 없다.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거다. 좋은데 싫다고 하거나, 싫은데 좋다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경험과 지식이 쌓여갈수록,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을 위해서,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마음을 원하는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정제되지 못한 경험과 지식은, 왜곡된 시선과 편견만을 심어줄 때가 많다.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서 문제인 시대에는 정보 자체가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몰라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지식' 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해왔지만, '지혜' 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지식이 정보라면, 지혜는 정보들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다. 지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쓰는 사람의 목적이 분명해야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지식을 대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사회는 목적과 방향성에 대한 교육보다는, 우선 갖고 있으면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환상을 쫓았다. 영문도 모른채, 그 환상을 잡기 위해서, 미친듯이 옆사람을 때리고 찌르고 밟으며 살아왔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남들보다 앞서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지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별히, 선한 마음을 갖고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많이 쌓아올린 경험과 지식은, 우리의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는데 장애가 된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욕심으로 점철된 목적을 위해 억제하는 마음만 심어준다. 하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감정을 무조건 억제하거나 표출하는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표정은 어떠할까. 지혜보다는, 막연하게 쌓아올린 지식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어놓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표정관리는, 감정을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든 미소를 짓든, 상황과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잊지 말자. 표정 (Expression)과 표현 (Express)의 원어적인 본래의 의미는, 참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잘 끌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사진 / 글 이정현


#사진

#철학

#인문학

#표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