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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쑥 Apr 10. 2016

추억은 그리움 안에 자리하고

~2002 과거의 영화를 만나다


  '~2002 과거의 영화를 만나다'의 첫 번째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했다. 어떤 영화를,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러다 떠올렸다. 내 인생의 첫 영화를.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항상 조그만 브라운관 TV로 보던 어린이 만화가 전부였다. 그러다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2002년도 때였다. 어른들은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지만 나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런 내 마음을 설렘으로 넘실거리게 만든 건, 커다란 스크린 속 붉은 색감에 휩싸인 소녀와 소년이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손 그림, 부드러운 색채, 독특한 스토리, 개성이 넘쳐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캐릭터들. 10살짜리 여자 아이를 사로잡은 이 아름다운 영화는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초등학교 강당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은 10살 여자 아이, 치히로가 낯선 세계에 떨어지면서 험난한 모험을 겪는 동안 나는 그야말로 치히로에게 빙의했었다. 부모님이 돼지로 변했을 땐 슬펐고, 치히로의 눈물을 닦아주던 단발머리 하쿠에겐 설렜다. 인간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치히로가 숨을 참았을 때 나도 같이 ‘흡’하고 숨을 멈췄다. 마지막, 치히로가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알아맞히는 마녀의 시험을 볼 땐 내 심장도 같이 뛰었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감동과 설렘은 생생히 기억난다. 그동안 내가 본 영화만 해도 셀 수 없이 많고 재밌게 감상한 영화만 해도 수 십 개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 마음을 이토록 두근거리게 만드는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유일하다.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를 순수했던 10살 여자아이로 되돌려 놓는 이 영화는 나에게 첫사랑 같은 영화다.


  그러던 어느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와 서준이가 <겨울왕국>의 엘사를 그토록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저 아이들에겐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낯설고 지루한 옛것일 수도 있겠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브리와 그 영화들은 사람들의 기억 저 편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추억은 과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 그리움 안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기억이 추억으로서 우리의 마음 한 편에 남아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그 추억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다.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 상대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때 그 맑고 어여뻤던 첫사랑이란 감정을, 그 감각에 젖었던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이미 14년이란 세월 속에 묻혀버린 과거지만 그 위에 켜켜이 쌓여간 내 애정과 감정의 흔적들은 이 영화를 지금까지도 내 곁에서 숨 쉬게 한다.

  내게 이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렇듯이,  누군가에게도 그러한 그리움의 영화를 보고 싶다.  


  당신이 잊지 못하는 첫사랑과도 같은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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