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 일요일(6/17, 18)에 연수를 다녀왔다. 14시간에 걸쳐 참가한 연수명은 '현장체험 안전과정'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교육현장에 새 바람이 불며 일명 '수학여행'이나 '청소년활동'이 교육청 예산지원과 함께 활성화되고 있기에 각 학교마다 담당 교사에게 요구하는 연수에 해당한다.
사실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이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로 인해 낯선 듯, 익숙한 듯한 학교활동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내 기억 속 마지막 수련활동도 10년 전 일이 되어 버렸으니, 현장체험학습 업무를 처음 접하는 교사마냥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학생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교사로서 불안감과 책임감은 상당하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그 수준이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어 몇 백 명을 인솔해야 하는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을 목적으로 제작된 '2023학년도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은 따르고 지켜야 할 의무와 준수 사항으로 가득하다. 2023학년도에 개정된 주요 내용(학부모 동의 비율이 90% 변경, 과도한 차량 연식 제한, 수련활동을 청소년활동으로 용어 변경 등등)에 따라 현장학습을 실시하려는 학교에서는 '중/대규모 학생 50명 당 1명 안전요원 의무배치' 기준을 충족할 안전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요원의 역할은 수행여행단과 동행하여 교원의 업무를 보조(학생 인솔, 야간 생활지도 및 유사시 응급구조 등)하는 것인데, 국가 자격증(교원자격증, 응급구조사, 간호사, 청소년지도사, 국내여행 안내사 등)을 소지한 사람이 소정의 안전교육(시교육청 위탁교육, 적십자, 소방청 등에서 실시한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를 포함한)을 이수해야 안전 요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장체험학습 실시에 필요한 안전요원은 가급적 외부인력이 아닌 교원이 자격 취득 후 인솔자로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 나와 같은 담당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 안전 과정' 연수를 신청하는 것이다.
외부인력을 사용할 경우 '수학여행 현장체험 안전요원을 모십니다.'라는 업체(한국안전교육연구소)의 광고를 참고하니 지급하는 수당이 2박 3일 기준 51만 원에 달했다.
주말 아침부터 연수에 참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토/일요일을 온전히 연수를 위해 휴식 시간을 할애한 만큼 보람도 커야 하는데, 연수에 참가한 교사로서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모든 것이 '학생 안전 최우선'이라는 목적을 향해 이루어진 것인데 아쉬운 생각이 연수 내내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매년 이수하는 심폐소생술 연수와 특별히 다른 점을 찾지 못했기에 더욱 의아했다.
연수는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의 강사가 연수를 맡아 진행하는데, 한 기수에 50여 명이 참여한다. 내가 14회 차이니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이 연수를 이수하는지 알 수 있다. 25명씩 분반하여 진행한 연수의 내용은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열과 냉에 의한 손상 처치, 화재 시 탈출, 완강기 사용, 각종 응급처치 등등이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연수비는 7만 원이다. 적십자사가 준비한 안전 키트 주머니에 들어 있는 삼각건과 붕대 등을 꺼내 실습하며 과연 위기의 순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용기는 나지 않았다. '교련'이라는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세대라 예전 생각에 허탈 웃음도 나왔다.
굳이 세월호나 이태원 같은 가슴 저린 참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각종 안전사고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오늘도 수학여행 중 일어난 버스 추돌사고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로서 학생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는,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사회를 구현하지 않고는, 생명을 무엇보다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기반이 형성되지 않고는 절대 마음 놓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다.
내가 이 연수를 통해 새로 얻은 배경지식( 버스 나란히 3대 이상 운행 금지, 버스 연식 확인, 완강기 사용법 등 )이 나의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능력을 키우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까?
안전 의식과 평상시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으나 실질적 도움이 큰 효과적인 안전지킴이 필요하다.
전국 지자제 교육청에서 주최한 '현장체험학습 교원 안전요원 연수' 관련 기사에는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긍정적 효과와 소감으로 가득하다. '이 연수를 들은 후 응급상황 대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안전사고 대처 능력과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연수로 학생의 안전을 지킬 자신감을 얻었다. 등등'의 소감에 고개를 함께 끄덕일 수 없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제발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하여 그 어떠한 부정부패와 방관과 안일함이 끼어들지 않기를... 마땅히 해야 할 각 분야의 일들이 상식적으로 운영되어 더 이상의 아픔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아이들과 무사히 안전하게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연수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