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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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세계 일주를 했다. 그리고 여행 작가로 살았다. 분명 행복하고 활기차야 하는데 휴식이 너무 부족했다. 일을 그만두고 오래 누워 다 보니 진짜 휴식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됐다. 김멋지와 위선임에게 휴식이란 곧 몸을 움직이는 것, 운동을 하고 그림일기를 쓰는 일상의 반복이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TIMELINE]
[00:00~00:38] 진짜 휴식이란?
[00:38~01:15] 번아웃의 늪
[01:15~01:56] 서서히 회복하다
[01:56~03:00] 회복탄력성의 의미
그만두는 용기
누구나 한 번쯤 퇴사를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 세계 일주를 꿈꾼다. 김멋지와 위선임은 그 둘을 모두 이룬 사람이다. 718일 동안 24개국을 방문했다. “각 나라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봤던 게 저에게 큰 귀감이 됐어요.” 김멋지와 위선임에게 여행은 풍부한 영감이 되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 담백한 여행 에세이를 블로그에 기록했고,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두 사람은 여행 작가가 되었고, 방송 작가가 되었다. 블로그 기록을 바탕으로 책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를 냈고, JTBC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 <트래블러>의 작가로 활동했다. 여러 강연에 참여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위선임은 지쳤다. “휴식이 부족했어요. 에너지 레벨이 많이 떨어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았죠. 번아웃과 함께 깊은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늪에 빠진 것 같은, 혹은 긴 터널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일은 계속되었고, 김멋지마저 우울증과 심한 무기력을 겪었다. 두 사람은 모든 일을 멈추었다.
한 번 퇴사를 결심한 이들에게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또 다른 큰 결심이었다. “노력에 강박이 있는 현대인들은 지칠 때 무언가를 더 해보려고 아등바등하거든요. 하지만 너무 힘들다면 일단 그만두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힘든 일을 그만두는 것, 그게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위선임은 처음에는 무작정 쉬었다. 그러나 방광이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될 때까지 화장실을 가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하루 종일 널브러져 있던 김멋지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체력이 많이 무너져 있던 상태라 처음에는 2분 달리면 너무 숨이 차서 더 이상 못 달릴 것 같았어요. 2분 달리고 5분 쉬기를 반복했죠. 그러면서 옆에 달리는 러너들을 보니 ‘아, 나도 저렇게 쭉쭉 달려나가고 싶다. 바람을 맞으며 내 몸의 근육의 움직임을 오롯이 느끼면서 달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청사진이 머릿속에 들어오니 꾸준히 달리게 되더라고요.” 위선임은 움직임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저 가만히 누워 있거나 잠을 자는 등 정적인 행위가 휴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김멋지를 따라 위선임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곧 휴식
물론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괜찮아지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다음 날이면 좀 더 쉬고 싶고요. 수채화에 물들듯이 조금씩 회복됐던 것 같아요.” 김멋지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오랜 여행과 여행으로 맡게 된 일들이 끝난 뒤, 다시 찾은 자기만의 일이었다. “그림일기를 그려 SNS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기분이 좋아서 다섯 컷 그리고, 열 컷 그리고 하면서 점점 힘이 났어요.” 무엇보다 자신의 하루를 그림으로 정돈하는 시간이 그의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었다.
위선임은 지금도 꾸준히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한다. “번아웃과 우울증을 오래 겪으면서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게 운동이었어요. 그래서 운동에 진하게 발을 담갔다가 업으로까지 삼게 됐죠. 지금은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해서 헬스 트레이너로도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물론 작가로서의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최근 공저 <우린 잘 살 줄 알았다>를 냈다. 번아웃과 우울증 시기를 관통한 두 사람의 일상 일대기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노력해요.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스트레칭하고, 산책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려고 하죠. 어떻게 보면 재미없고 지루한 일상이라 매일 이렇게 하진 못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사흘 이상을 이 루틴을 지키죠.” 위선임은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말했다. 번아웃을 겪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루틴은 바로 산책.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시작해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 교보문고까지 가서 책을 읽다 다시 온 길을 걸어 집에 왔다. 김멋지는 요즘도 부정적인 생각이 몸을 잠식하려 들 때면 어김없이 레깅스를 입는다. “속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바로 한강으로 나가죠. 꾸준히 몸을 움직이니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겨요.” 위선임은 트레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며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마음의 회복 탄력성이라는 것도 근육과 비슷해요. 중량이 나가는 바벨을 한 10번 들고 나면 더 이상은 도무지 못 할 것 같은데, 트레이너가 “한 번 더!”를 외칠 때, 엉망진창이 된 자세로라도 그 한 번을 할 때 근육이 진짜 성장하거든요. 힘든 마음을 이겨내는 역치를 조금씩 높여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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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그림일기
무기력한 매일이 반복되나요? 하루의 어떤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보면 내게도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글 대신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기억은 더 세심하게 남아,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되어준답니다.
Editor Kim Yerin
Film Hi Studio
Designer Kim Yeon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