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다니. 이왜진?
취미로 첼로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그 타이밍에 맞춰 첫 연주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린 시절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거나 연주회에 참여했던 이후로 거의 20년 만이다.
운 좋게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연주회 3개월 전부터 곡을 선정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주 1시간 수업이다 보니 실제로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2달 동안은 주 2시간으로 레슨 시간을 늘리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연주회가 1-2주 앞으로 다가오니 아주 긴장이 되었다.
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데 괜찮을까? 중간에 활이 멈추지는 않을까?
첼로는 피아노와 다르게 음정을 내기가 어려웠다.
아니 음정은 둘째치고 깨끗하게 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초보인 나는 악보에 적혀있는 것들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 연주회 날이 다가올수록 결과에 대한 압박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이미 만족스러웠다.
연주회 덕분에 3달간 한 곡을 자세히 뜯어보고, 노려보고, 연습하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첼로를 안고 연주하는 내 모습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실제로 연주회 당일날에는 긴장되기보다는 재밌기만 했다.
홀에 도착해서는 '내가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황당하면서도 기특했고,
연주 중에는 초보티가 나는 첼로 마찰음과 크고 작은 실수에도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첼로를 해왔는지 알기 때문에 전혀 부끄럽지가 않았다.
끝나고 나니 내가 지난 3개월 간 하나를 진심으로 노력해 왔고 그것이 결실을 맺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껴져서 마음이 풍족해졌다.
특히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연주 중에 활을 반대로 쓰는 꽤나 큰 실수를 했다.
나는 그걸 깨닫고 내 나름대로 아무도 모르게(선생님과 나만 앎) 즉흥적으로 음을 하나 떨구고 활 방향을 다시 바꿨다. 내 머릿속은 'ㅋ'로 가득 차고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빠르게 해결하면 실수가 아니다(?)!!!
내가 무대에서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임기응변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게 웃기고 뿌듯(?)했다.
그리고 아쉬운 점도 하나 있었다.
연주 곡을 고를 당시에 나는 첼로 곡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클래식이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곡을 골랐더니 나만 콩쿠르에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들은 주로 본인들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했는데,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동안 나에게도 좋아하는 첼로곡들이 많이 생겼다.
다음에 연주 기회가 또 온다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곡으로 고르고 싶다.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진짜 취미를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