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자의 리뷰] -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경알못’이며 ‘부알못’이다. 경제도 부동산도 잘 모르는 나는 그래서 뉴스에서 부동산이 어쩌고 종합부동산세가 어쩌고 하면 듣지만 머릿속에선 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이미 집이 있다. 물론 은행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대출을 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동산(자산의 의미가 큰 조건을 갖춘 집,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집)은 아니다. 서울 시내에 있지만 소방도로가 없는 골목 안에 위치해 증축도 신축도 안 되는 리모델링한 한옥이다. 이 집을 살 때 대출 때문에 아주 고생했다. 우리 집처럼 낡은 단독 주택을 사고 싶으면 제 1금융권 대출은 포기해야 한다. 우리 부부도 하는 수 없이 동네 사정과 시세를 잘 아는 마을금고에서 약간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대출을 받았다.
이번 한옥 구매가 우리 부부에게 두 번째 주택 구매다. 우리는 두 번 모두 단독 주택을 구매했다. 처음 구매한 주택에선 3년 반을 살고 매매한 후 지금의 집을 매입해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주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인지 정말 의심스러웠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아파트 매매에 최적화된 서비스라는 것을 두 번의 단독 주택 구매를 통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아파트에 관심이 없는 나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뉴스에도 관심이 떨어졌다.
은행에서 수월하게 대출받기 위해선 아파트를 구입해야 한다. 대출이 아파트 중심으로 운용되니 당연히 단독주택 수요는 줄어든다. 수요가 없으니 단독주택은 조금이라도 효율이 좋은 다세대 주택으로 변하고,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많은 지역은 재개발이라는 이유로 건물을 밀고 고층 아파트를 세운다. 물론 대부분 서울 이야기이다. 혹자는 그러니 아파트를 사지 왜 단독주택을 샀냐고 묻는다. 그러나 대지 32평의 한옥을 사는 것이 32평의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파트, 그것도 똘똘한 한 채의 아파트를 선호하고, 그래서 그 똘똘한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렇게 부동산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불행이 되고 있다.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그리고 도시행정 전문가 마강래 씨는 그의 저서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을 통해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 눈을 뜨면 뛰어 오르는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에 집중하고, 그로 인한 문제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부동산의 과거, 현재, 미래가 궁금하고 부동산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정립하고 싶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집값이 언제 떨어질까요?’ ‘내가 산 집값은 얼마나 오를까요?’와 같은 단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동산에 대한 나의 태도는 아주 명확하다. 내가 원하는 동네에서 나의 경제 규모에 맞는 집에 사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으니 크게 가격이 오를 필요도 없다. 올라봐야 보유세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생각은 나와 같지 않다. 대부분은 재산의 가치로의 부동산을 선호한다. 기왕이면 살던 집의 가격이 뛰어 올라 시세 차익을 얻길 원하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지금처럼 부동산에 대한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다주택을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하면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보유세를 올리면 사람들은 다주택에 누진처럼 적용되는 보유세가 무서워 재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집을 팔고 재산가치가 계속 오르는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이 똘똘한 한 채는 지방보다는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사람은 물론 돈이 있는 지방 사람도 강남에 집을 사려고 하고, 강남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 덩달아 다른 지역의 집값도 따라 오르는 것이다. 일례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평당 호가 1억 원이 넘고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평균 소득자는 꿈도 못 꿀 가격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런 집값은 거품일까?
저자는 집값이 거품인지 판별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고 말한다.
첫 번째: 잠복 단계 – 금리 인하, 시중에 돈이 풀림, 가구의 구매력 증가, 정부의 실책 등 집값 상승 위한 조건 형성되어 결합하나 일반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함.
두 번째: 인식 단계 – 집값이 꾸물꾸물 움직이고 부동산에 촉이 밝은 투자자들은 집 값 상승을 눈치채나 일반인들은 여전히 모름.
세 번째: 광풍 단계 – 언론에서 집값이 오른다고 연일 방송, 부동산 전문가들이 수시로 나와 의견 펴내고 일반인들은 희망과 불안이 뒤범벅된 채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내서 부동산에 뛰어듬. 거품을 경고하나 논리가 통하지 않음.
네 번째: 붕괴 단계 – 집값이 주춤, 시장에서는 ‘영끌’과 ‘가계 부채’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선수들은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지만 일반인들은 현실 부정 단계에 빠짐.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어디에 있는 것일까? 광풍일까, 붕괴일까? 거품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매우 벗어나 높은 상태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물가, 총통화량, 경제 규모, 소득, 대출 상환 능력, 전세가 등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으면 거품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까지 말했다면 다음 판단은 당신이 하시면 된다. 이 책을 읽은 나는 지금은 광풍과 붕괴 단계 중간에 있고 분명히 집값엔 상당 부분 거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우리 부부가 서울에 터를 잡고 있는 한 집값은 잡히기 어렵다. 우리 부부는 아이도 직장도 없는 이른바 586세대(나는 턱걸이 586 세대)다. 저자는 집값을 잡을 최고의 방법으로 대도시 집중의 주거 형태가 지방으로 분산, 국토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재편하여 강력한 대도시권을 지방에 키울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중단기적으로 수도권 베이비부머의 이주 촉진을 제안한다. 이들은 굳이 서울의 집을 팔고 다른 도시로 옮길 필요는 없다. 세를 놓고 나가도 좋다.
이밖에도 이 책에선 세금,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 정책, 주택 보유율에 따른 집값 상승 여부 등 집값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다각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집을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 중인 모든 사람에게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직은 자신의 집이 없고 내 집을 갖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2030세대의 ‘집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최근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토론 플랫폼인 ‘얼룩소’의 한 사용자는 자신은 월세를 산다고 밝히며,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집값 상승도, 세입자가 느끼는 서러움도 아닌 자신의 삶이 어떤 확고한 기반 위에 서있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 ; 세계에서 주택 보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그리고 그 나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까? 답은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에서 찾아보시라. 당신의 생각과 많이 다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