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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Dec 11. 2023

목소리를 잃은 날

대화가 이렇게 중요했구나


토요일 아침에 건강검진 예약을 해놨는데 금요일밤부터 코막힘이 심상치 않았다.바로 항히스타민제라도 먹을까 했지만 새벽 5시 반에 일어나기를 실패할까봐 머뭇거렸다. 토요일 하루 이것저것 몰아서 할 나를 대신하여 독박육아를 해야하는 남편을 위해 설거지며 이것저거준비부터 하고 누운 시각은 12시.

콧물과 코막힘이 정도를 넘어가며 난 계속 코를 풀고 깨고 코청소를 하고 난리를 쳤고 8개월 된 아들내미도 이상하게 평소보다도 더 잦게 깨어났다.  새벽 2시 4시 한번씩 울며 일어나 있는 통에 나는 내탓인가 싶어 밤잠을 같이 설쳤다.  


알러지성 비염의 오랜 환자 경험으로 코가 이렇게 계속 막히면 분명 목도 아파질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였다.  결국 목은 약간 쉰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말을 아끼는것이 좋았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주말 일정을 연속으로 죄다 하루로 몰아둔 탓에 실패했지만... 혹시 몰라 검진이 끝난 뒤 독감키트 검사도 받았는데 아니었고 나는 약속대로 이후 몇 시간이나 말을 해댔다.


집에 돌아간건 8시쯤.  아이를 돌보다 12시쯤 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내 목소리는 아예 귓속말보다 크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간혹 코에서 넘어온 진득한 코도 기침으로 뱉어냈고ㅜㅜ


문제는 육아와 내가 하려던 영상 촬영 계획이 빠그러졌다는 것.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잘 놀아줄수도 없고 혹시라도 비염인데도 뭔가 바이러스라도 옮길까봐 내내 마스크를 쓰고 아들을 돌봤다.

근데 오늘따라 더 징징대는 아들의 입가에 왠 피가 묻어있는 것이 아닌가.  무려 윗니가 첨 날 때부터 이앓이에 피까지 난 것.  심지어 오후에는 열도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아이를 돌보는게 10배는 힘들게 느껴졌다.  해열제를 먹이고 달랠때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이제 밤이 되어 월요일을 떠올린까 생각보다 더 슬퍼졌다.  목소리는 돌아올 기미가 없고 회의를 다 미뤄야할 판이다.  내가 리딩해야하는 회의가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다면 난 자괴감 그 자체일 것 같다.


자고 일어날 때쯤 목소리가 좀 더 나아지면 좋겠지만.. 오늘밤은 열보초를 서서 아이열을 체크해야할테니 그게 잘 될까. 모르겠다.


목소리가 없이 산다는건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하루빨리 나의 소리가 돌아오면 좋겠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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