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가왕>에서 발견한, 질투가 나의 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다.
나도 지지 않겠다거나 혹은 나도 저만큼 되고 싶다는 건전한 질투심은 자신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는 한다. 그런데 시기심을 남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다.
나보다 잘났거나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 혹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산출물을 낸 사람들을 보면서 운이 좋았다거나 그 결과가 별거 아니라고 까내리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굉장히 꼴사납다.
트롯트를 좋아하게된 70대의 친정엄마와 함께 우연히 보게된 <현역 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은 먼저 자체평가라고 해서 연차가 다양한 참여자들끼리 서로의 노래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 결과과 지독하게 점수가 짜다.
노래를 잘해도 견제해서 짜고,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화려한 퍼포먼스와 같이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 거기에 대한 점수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비슷한 매력이 더 훌륭한 사람에게도 짜고, 심지어 어린 후배들에게도 냉담하다.
첫째. 나에 대한 불안이 시기심이 되지 않길.
내가 이 업무에서 꽉 채운 13년을 맞이하고 있었기에 고연차의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최고 연차에 해당하며 최고점을 받은 박혜신과 김양.
박혜신은 많은 후배들에게 인정과 박수를 보내면서 버튼을 많이 누르는 모습을 보였고, 김양은 무언가 도도한 표정으로 거의 버튼을 누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고연차인만큼 실력에 대한 기준도 높고 보는 눈도 높겠지만 응원의 여유가 있던 박혜신과 어찌보면 다소 높은 기준을 적용했던 김양.
이게 악마의 편집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TV를 보던 친정엄마는 연신 어른스러움과 인간미를 이야기하며 박혜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투표결과를 상세하게 보고 있던 마스터들은 최고점을 받은 최종 MVP를 박혜신으로 선정했다. 뭔가 너무나 동화적인 느낌이지만 '질투의 역설'을 보여준다.
단지 인정없는 질투심 혹은 몰인정은 '시기'로 보이기 쉽다. 시기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갈급함때문에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무언가 꼭 달성하고 싶은 진정성이 아니라 남을 밟고 서고 싶은 마음의 결핍처럼 보인달까..
어떤 분야에서도 오랜 연차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동시에 나보다 훌륭한 후배가 나를뛰어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불안이 박혜신에게는 없었을까? 하지만 그 불안감을 이겨내고 용기있게 인정을 눌러줄 때 더 멋진 선배로 빛이 날 수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은 물론 단지 김양에게서만 보인 것은 아니다. 입바른 칭찬과 실제 투표결과가 교차되며 방송은 내내 그 어떤 경연 프로그램보다도 인간의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기에 다소 충격적이었다. 연차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자신의 탈락에 대한 불안으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속좁은 여자들의 경쟁처럼 보이는 장면들을 연출하게 만들었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고, 기립박수를 하지만 인정의 버튼은 누르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며 질투가 뭔가 행동으로 드러날 때 시기심이 되는 것을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타 동료들에 대한 인정버튼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이를 열심히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질투는 나의 몫이다. 질투심을 내 힘으로 만들어서 나도 뭔가 노력하고 해나가야지.. 그래야 인정버튼을 누른 내가 초라해지지 않을테니까.
둘째. 경력을 가진 루키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현역가왕>에는 예상치도 못한 반가운 얼굴도 있다. 바로 발라드 가수로 유명한 '린'이다. 가수 린은 트롯가수로는 0년차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 경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장르의 구분은 의미없고 노래안에서 트롯에 대한 존중심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인정 버튼을 눌렀다. 물론 5명은 빼고.
발라드라는 장르에서 이미 최고로 인정받는 그녀가 장르는 다르지만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참여한 것을 보며 어쩐지 기시감이 들었다. 서비스기획자로서 10년간 일하다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배우고자 프로덕트오너로 불리는 조직을 찾아간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한 지 정확히 몰랐는데 그저 장르를 바꿨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이었다. 어떤 이들은 서비스기획자의 넥스트 커리어가 프로덕트오너/프로덕트매니저냐는 모호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래저래 공부하고 겪어보고 내가 정한 바로는 둘은 장르적인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장르적인 차이는 조직의 차이다.
여튼, 나는 린이 장르를 바꾸면서 루키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노래 연차가 오래되었기에 아무도 그녀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모두 굉장한 교훈이라는 것을 느꼈다. 린은 여기서 7등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 린은 자신의 유명세로 그냥 트롯 노래를 발매하면 되고 이제 여기에 나와서 루키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트롯가수로서 방점을 찍었다. 트롯경연대회 1등이 필요없는 이미 굉장한 팬덤을 가진 현업자의 장르 변경. 어쩌면 내가 바라던 장르변경의 장점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부디 자신의 강점을 가진 채로 경력을 가진 루키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서 이렇게 루키를 먼저 스스로 주장하자, '인기도 많으면서 왜 나왔어'라는 경쟁자들의 심리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중에는 더 젊고 화려한 발라더가 되고 싶었으나 여러가지 조건과 상황으로 트롯으로 전향했던 여자가수들이 부지기수였을 것. 물론 일부는 첨부터 트롯가수를 꿈꿨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인기있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여튼 이미 시기심이 가득할 경쟁자들에게 루키를 자초하는 것은 안전한 길이었다. 그렇게 했을 때 타인의 질투심이나 시기심은 경력을 버리고 나타난 린에게 호감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팩트는 린은 잃을 것도 없고, 경력이라는 것과 명성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결론은.. 질투는 나를 변화시키는 행동으로 의미있고,
질투가 나면 먼저 그 대상을 인정하는 버튼부터 눌러야 한다.
시기심을 일으킬 상황이라면, 먼저 겸손함으로 다가가면 호감도 불러오고
겸손하다고 실력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니 절대 잃을 것은 없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
질투 하나는 어릴떄부터 내가 최고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