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시작을 앞두고
내 노트북의 바탕화면은 오래전부터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윈도우즈에 기본적으로 담겨있던 사진 중 하나로 기억하는데,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면 우주적 관점에서 내가 얼마나 먼지보다도 못한 존재인지 체감한다. 점들로 이어진 수많은 별들에는 우리는 모르는 각자 저마다의 생각과 고민과 문제를 가진 존재들이 있겠지. 설령 그게 생명체가 아니라 돌멩이일 뿐이라고 할지라도.
내 바탕화면을 이렇게 해놓은 이유는 보통 노트북을 켤 때 나는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도 있지만 삶에서 나이가 먹어가고 세상에서 연차가 늘어나면서 내가 책임지고 해내야만 하는 일들도 더 많아졌다. 세상의 모든 중압감이 다가올 때 그 외로움을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결국은 나와 해야할 일간의 관계.
싸움이 될 때도 있고, 즐거운 놀이가 될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둘의 관계에서 인간은 나 혼자다. 내가 움직이는 만큼 결과가 생기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멈춰서 있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 특히 유난히도 그런 성향의 직업까지 택해서 모두가 다 나의 시작을 기다리는 상황이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니.. 나와 노트북 둘만 아는 시간들은 참으로 많다.
그럴 때 모든 아이콘을 감춰놓은 바탕화면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면, 어쩌면 아들바등 난리치는 소음과도 같은 복닥거림이 우주적 차원에서는 진공보다도 조용하게 느껴졌다. 이 넓은 세상에 나란 존재는 언제나 홀로 서있었고 나를 지탱해주는 가족과 책임들은 내 발밑의 단단한 바위임을. 그래서 홀로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들에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언정 사실은 모두가 다 함께 하는 것임을. 말없이 바라보는 이 사진에서 그런 위로를 받고는 했다.
그리고 주말인 오늘.
요일감각 없이 주말에도 어김없이 아침 8시면 일어나 엄마를 찾는 사랑스런 아기와 함께 복닥이는 하루를 보내고. 아기가 잠든 고요한 집안, 내일 사용할 젖병을 씻고 소독기를 돌리고 분유포트에 물을 채워놓으면서 조금은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면 오후가 될 때까지 느즈막히 일어나던 우리 부부가 아기가 태어나고 7-8시면 일어나서 10시면 배고파 하는 이 생활도 1년이 다 되어간다. 겨우 일주일에 한번 하던 청소와 빨래가 매일매일 돌아가는 집이 되어버렸고, 나는 생각지도 않게 아기와 함께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 남편도 하루가 멀다하고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아기를 매일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간다. 하루 한번 요거트 간식과 하루 5번으로 그나마 줄어든 맘마시간은 또 얼마나 칼같이 지키고 있는지..
그럼에도 애를 써서 일과 육아,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언제쯤 애를 써도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될런지 문득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에 너무나도 크고 끝이 없게 느껴지는 탓에 어딘가 홀로 서있는 것 같은 찰나의 외로움이 다시 찾아왔다.
그래서 책상앞에 앉아 몇자 긁적이며 바탕화면을 들여다본다. 내일이면 또 이 자리에서 내가 또 해야하는 회사의 일들과 약속된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그리고 아기에게 맘마를 주고 옷을 갈아입히겠지.
당장 전쟁같은 하루라고 해도 그 모든 일들도 결국은 광활한 우주적 관점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고요하게 진행되는 일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책임감이 드는 외로움에도 나를 향한 아기의 웃음은 계속 날로 커지며 바위처럼 나를 지탱해주듯이..
이 광활한 우주적 관점에서,
외로우나 혼자는 아닐거야.
복닥복닥거리지만 멀리보면 고요할거야.
- 월요일의 시작점에서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