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글 아님 주의
이 책의 광고를 우연히 보게됐다. 블로그 제목만 보고 돌쟁이 아기엄마는 혹해서 클릭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초등시절 내가 되어 있었다.
초등시절에 동시를 쓰던 아이가 바로 나다. 그것도 어떤 때는 하루 1교시마다 한개씩 써내던 때도 있었다. 그건 9살이라는 어린 나이때인데도 이름이 절대 잊혀지지 않는 대조초등학교 황인숙 선생님덕분이었다.
황인숙 선생님은 반 아이들 전체에게 동시쓰기를 가르치셨고 아무 때나 동시를 지어서 선생님께 보여드리면 정말 사랑으로 칭찬해주셨다. 개인별로 제출한 동시 갯수가 많을수록 아낌없이 칭찬해주신 것 기억이 난다.
나는 그 칭찬에 매일 매일 춤을 췄다.
토끼를 보면 토끼로 동시를 쓰고 날씨가 흐리면 날씨로 동시를 쓰고 그 시들은 자료가 거의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난 어떤때는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께 동시를 보여드렸던 기억이 난다. 몇몇 애들이 오바한다는 말투를 했던것도 같은데 더 이전부터 고사성어 외워서 맞던 틀리던 말하는 걸 좋아하고 초등 입학전에 언니 대신에 한자쓰기 숙제를 외주로 하던 나에게는 뭔가 절대 놓치기 싫은 칭찬이 '동시의 여왕'소리였다.
그 때의 그 기억은 어렴풋이 내 마음속에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자신감으로 남아있었고 그게 고학년, 중학교, 고등 논술로 이어지며 오늘날 취미로 책을 쓰는 직장인이 되기까지 이어져왔다. 논술은 날 성균관대에 입학시켜주었고 그 덕에 마음 편히 수능까지 잘 보게 되서 4년장학생이 될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었고. 지금도 글쓰기는 직장생활을 하는 나의 삶을 특별하게 해주는 가장 소중한 취미니까.
그래서 집중력은 모르겠지만 초등 때 동시쓰기의 힘이 어떤지는 바로 내가 산 증인이다. 저 책의 저자님은 2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셨다고 하는데 앞으로 10년더 지나면 나같은 아이들도 제자에서 만나시지 않으실까.
그러고보면 내 삶에는 언제나 중요한 시기에 소중한 은인이 계셨던 것 같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인복이 많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인복은 항상 있었다.
요즘 지금 이후의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나아가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넘친다. 이 시점에도 분명 나의 은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글쓰기 이야기로 돌아오면.
초등 동시에서 직장인 에세이와 직무서까지. 내 삶에서 9살 그 때의 칭찬받고 마음에 저장된 그 따뜻하고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햇나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나의 아이에게도 그런 좋은 순간을 남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