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무도 모르게. 내 속에서 살고 있는 널 죽일 거야.
어느 유명한 90년대 가요 속 노랫말처럼.
내 속에서 살고 있는 너를 죽이고 싶다.
너는 너무나도 쉽게.
날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항상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고, 자괴감에 시달리도록 이끌었다.
그 덕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났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다.
내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도록 이끌어준 것도 바로 너였다.
그 결과 나는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넌 날 속박하고, 구속하고, 결박했다.
그렇게 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너.
너무도 지긋지긋해 이젠 네 이름 석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열.등.감
그래 '열등감'
그 유명한 네 이름 석자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추어 평가하는 마음'
그랬구나.
그런 네 덕분에 지난 긴 시간 동안 늘 남들과 비교하며 힘들고 아파했나 보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나도 참 어리석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그만 헤어져.
그렇게 나는 열등감에게 이별통보를 한다.
내 통보를 받은 열등감이 당황해한다.
"뭐야... 너무 갑작스러워. 이게 무슨 말이야?"
"그 긴 세월 동안 함께 해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마음이 변할 수 있니?"
"에이, 거짓말이지?"
조용히 듣고 있던 내가 대답한다.
"거짓말 아니야. 나 이제 달라졌어. 너에게 질질 끌려가던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더 늦으면 후회할 것 같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매정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다가, 너무 단호하게 말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려 한 마디 덧붙여준다.
"안녕, 나 갈게..."
이제는 열등감을 떠나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처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나 자신을 알아가면서 진심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려 한다.
그것이 비록 상처투성이 콤플렉스 덩어리일지라도...
이제서야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고 싶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