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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Nov 22. 2016

세발자전거가 낙엽에 바사삭






색동 자전거




오롯이
헐벗은 채
훌훌 옷을 벗어버리듯
낙엽을 벗어버리고
나무는 고독과 사색의 세계로 나아가고

마른 잎 수북이 쌓인 산중엔 고요만 들어차 있다


사라락 바사삭 부시럭 부스럭
텅 빈 가슴에 눈이라도 내리듯,
고요를 들키기라도 한 듯 이불처럼 포근한
낙엽이 가슴을 속삭인다


고요를 밟아 달리는데
울컥 오랜 그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얼마만의 뭉클이며
어느 적막 가운데 먹먹함이던가

첫사랑의 떨림처럼
지는 낙엽 사이로 들어온 회한이 깊다


오래전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던 날의 기억은
영영 잊을 수 없다 생애 가장 기쁜 순간이다

몰래몰래 친척 어르신의 자전거를 끌고 한도 끝도 없는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먼데 벌판과 마을이랑 산너머 이국의 풍경처럼
푸른 바다 사이 산을 내려본다
얼마나 후련하고 신기하며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페달도 닿지 않는 몸으로 자전거에 올라타 푸른 창공을 새처럼 날아오른다
황룡의 등짝에라도 올라 탄 듯 거침없이 내려오던 스릴로 정신이 혼미하다
잠시 끊어진 기억 이후 정신이 들어 눈에 보인 건
바위에 부딪친 자전거 앞바퀴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말이 없다
가슴은 얼음처럼 굳어버린다

그것이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전부이다
그 이후에는 떠올리기 무서운 일들이 흐드러지게 펼쳐졌겠지만..


굴렁쇠를 굴리며 놀던 시절이 떠오른다
타고 또 타서 녹이 슨 신사용 자전거에 윤활유를 발라 정성껏 닦는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한 시간이 걸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그 아이 앞을 지날 때면
가장 멋진 모습으로 힘차게 달려 나간다

푸른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꽃춤을 춘다
벼이삭은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곁으로 청초한 사랑꽃 그 아이가 거닌다
그 아이를 볼 때면 한없이 즐겁고 떨리던 논길 따라 달리던 등교길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사이로 그 아이가 살랑이면
하늘조차 어지럽게 새파래진다

반백의 나이 또 다른 따르릉과 인연을 맺어 산하를 나돌아 다닌다

유희하는 삶
만남과 헤어짐의 삶
돌아보고 떠올리며 뭉클한 가슴에 미어지는 보고픔을 사르락 낙엽으로 밟는다

적막한 숲에 홀로 앉는다
시간이 아장아장 주위를 맴돈다
고요를 알기나 하는지 눈송이처럼 잎새 하나가 가슴을 긁고
비스듬히 흘러내리듯 춤추며 지풀에 침묵이 내린다
고요를 가르며 적막 사이로 내려앉는 탈색된 잎새의 마른 비상이
가슴을 파고든다
시간을, 공간을, 그리움으로, 보고픔으로, 지나온 시간의 아득함으로


떨림 같은 기쁨이 화창하던 날만큼이나 푸르던 어린날
가슴속에서 나온 세발자전거가 품 안으로 들어온다
색동 술이 눈부시게 흩날리는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며
하얗게 웃는 젊은 어머니 우윳빛 맑간 얼굴이 눈물에 비추인
노을에 아른거린다
세월을 머금은 은빛 여울에 지고 마는 저녁 어둠으로 산그늘이
구수한 밥 내음이랑 연기처럼 사그라든다
존재가 존재하며 떠올리는 가장 행복한 영상일뿐이다









휘파람





자전거
그리움
보고픔이 어둠 같은 시커먼 사이 열정 같은 새빨강 페달이
가만 웃는다 나도 낙엽을 밟으며 활짝 웃는다


딸아이는 내 맘 같아 빨강 페달을 너무나 이뻐하고
아들은 자전거는 멋진데 새빨강 페달이 영 아니올시다란다
하양 페달이면 더욱 좋았으리라란다


이렇듯 같은 것을 보고 느낌과 생각하는 것이 다름이니
이제 나는 또 하나를 깨닫는다



가을은 가고 있고
겨울은 다가온다
떠나고 다가선 그녀들의 발걸음과 숨결처럼









https://youtu.be/LmnejiLlR-M

메마른 낙엽 사이 바스락거림 안에도

그림자가 집니다

웃음에 서린 그림자는 어인 까닭일까요

너무나 신비로운 노래

The Shadow Of Your Smi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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