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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May 25. 2018

울긋불긋 꽃대궐 진천 보탑사

생거진천 충북여행






요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겨우내 거무퇴퇴하게 마른채로 내버려진 논빛에

다시 생기가 돋기 시작한다

귀엽고 싱그러우며 어여쁜 뚝새풀이 고운 빛으로

논을 물들임이 한창이면 쟁기질이 한창이고 이내 논엔

물꼬를 터 물을 채운다

그러고 나면 은빛 물결은 흙탕물로 첨벙이며

써레질이 시작된다

비로소 모내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볏둥이 잔설에 희끄무레하던 개흙이

갈빛 뚝새풀로 차오르다 거름으로 엎어지면

이내 물에 잠긴 논은 흙탕물로 일렁이다간 은빛으로

고요하게 잠잠한 낮이면 나무가 잠기고

산이 담기고 이따금 먹이를 찾는 하얀 백로의 요염한 걸음에 잠시

파문을 일으켜곤한다

산그늘이 지는 늦봄의 논은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그런 논이 여린 모가 심어져 겨우 목만 물위에 내어 밀고

동동거리는 연둣빛은 강인하고 뜨거운 햇살에 며칠간이 지나고 나면

색은 짙어지고 줄기는 두툼하게 늘어나고 몸매는 튼실하게 살이 오른다


대한 제일의 가습기요 정화기이며 천연에어컨이자 놀이터며

눈을 맑게 하는 풍경인 동시에 밥이자 풍요의 근원인

황금빛 논은 이렇게 봄을 지나 여름으로 들어선다


그 즈음이면 개구리 동실동실 논에 떠선 밤이 새도록 사랑노랠 가득 채운다

그리고 아카시향기 달콤하게 대기에 흐를 즈음 보탑사를 향한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수도 없이 지났건만

그저 지나칠 뿐이었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진천은 그저

지나는 곳일 뿐 한 번도 들어가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건 온전히 보탑사라는 절이

아기자기하게 이쁘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런 핑계 끔에 들러본 진천은 여느 강원도 울창한 숲이 부럽지 않을 만큼

녹음이 짙고 군데군데 보여지는 저수지가 신비로이 아름다웠다


높고 가까운 산 풍요롭고 충만한 물 수려하게 이어지는 산세가

얼마나 푸르고 풍요로우며 정겨운지 모른다


그렇게 다가선 보탑사 가는 길에 저수지가 이국적이다 기분을 설레게 한다

절집 앞에 거대한 느티나무는 여느 시골의 고목나무처럼 한가롭고 정겨우며

편안하였다 절집 입구에 칡즙을 파는 곳이 있어 옥수수를 사고 칡즙 한잔 하는데

이거야말로 진국이라 어릴 적 껌처럼 씹어 먹을 때의 바로 그 맛이었다

얼마나 기분 좋고 청량함이 반가운지 죽마고우를 만나기라도 한듯

정겹기까지하다







사뿐사뿐 절집을 향해난 계단을 오르다보니 계단 끝부분이 꽃으로

물드는데 그 위로 우람한 건물이 푸른 하늘 가운데 우뚝 섰다

하양 계단 위에 빨강작약이 빨랫줄처럼 늘어선 모양이 얼마나 어여쁘던지

가슴은 마구 띠고 행복하여 그 자리 고대로 서선 한껏

깜찍하고 싱그러운 아리따움을 설레는 맘으로 바라봄이 더없이 즐거웠다


절집에 들어서니 역시 비구니스님들이 지은 집이라선지 아기자기하다

사방이 꽃밭이랑 옹달샘이며 계단으로 아기자기하다

구석구석 묻어나는 세심함이랑 꼼꼼함이 얼마나 예쁘고

간지러우리만치 해맑은지 정신없이 절집 안을 구석구석 둘러본다


걸음걸음 손길을 따라 한발두발 내딛음이 온통 기쁨이러라


거대하지도 대단치도 않지만 예쁜 비밀의 꽃밭을 다듬은 정성이 그저

호기심으로 차오르는 이방인의 걸음을 한껏 기분 좋게 한다

이 좋은 기분 떨리는 작약과의 조우를 글로 표현해본다







하얀 대리석 단을 따라 가만가만 오르니

활짝 핀 빨강이 빨랫줄처럼 가지런하다

발걸음이 멈추어서고

짝사랑이 저만치 섰구나

가슴이 뛴다

고스라니 주저앉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니

설레고 경이롭고 또 설렌다

탐스럽고 풍요로운 작약이로구나





2018

05

휘파람





https://youtu.be/1vrEljMfX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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