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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Sep 17. 2018

숲에는 다정한 마음이 모여 있다

작은 이들의 산책을 돕는 것

나는 작은 숲 옆에 산다. 아침 10시쯤 토독토독 작은 발걸음이 들렸다. "그리가면 안 돼~!" 엄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도 들렸다.


앞치마를 두른 이의 허리께에도 못 미치는  아이들이 아장아장 돌을 밟고 있었다.


아이들은 돌무더기 옆 흙과 풀들이 신기한지 연신 바닥만 내려다보고 걸어갔다. 어쩐지 말 한마디 없이 돌다리에만 집중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조그만 다리에 힘을 줘 돌다리를 무사히 건너갔다.

햇살이 그득하게 돌다리에 내려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개가 쫄랑쫄랑 걸어왔다. 경쾌하고 맑은 걸음걸이에 빨간 목줄이 흔들렸다. 썬캡을 쓴 아주머니는 흰 개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오랫동안 함께 걸어다닌 듯 호흡이 잘 맞았다.


둘의 자취는 금세 사라졌다. 숲속 산책길에는 여전히 가을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내렸다.


산책길을 지난 이들이 남기고 간 자취는 햇살만큼 빛났다.


아이들이나 작은 개를 숲속 산책길로 이끈 것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면 아이와 개는 '건강'이라는 말보다 '안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자라날 것만 같다.


가만가만 보면 숲의 정령이 생겨난 게 아닌가, 하는 어린 생각을 했다. 뜨끈한 공기가 서늘한 나무 그늘 사이로 사뿐히 걷는 흉내를 내는 듯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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