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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호 Feb 15. 2024

하나님의 음성은 특별한 사람만 듣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영성 2 - 하나님늬 음성

중학교 시절의 기억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서 기도회를 간적이 있다. 기도회 시간 내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언으로 기도했다.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었다. 광신도 같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기도하는 모습이 무섭기도 했다. 기도회 중에 방언을 못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쑥스러워 삐쭉삐쭉 손을 들었다. 그랬더니 목사님이 다가와서 머리에 손을 얻고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방언은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혀를 말아보기도 하고, 코카콜라를 빨리하면 방언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따라 해보기도 했다. 소용이 없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방언은 왜 받으려고 하는 걸까?’, ‘방언을 하면 하나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인가?’, ‘방언을 하면 정말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는 이 일에 대해서는 잊고 지냈다.
 

왜 듣지 못할까?

그 후로 약 15년 이 지난 어느 겨울 수련회에서 방언을 받았다.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고, 하나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련회를 찾아갔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면 증명해 보여주실 것을 요구했다. 그런 나의 도발에 하나님은 응답해 주셨다. 수련회 이튼 날 밤 기도회 시간에 방언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혀가 말리는 듯한 기분이 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한참을 방언으로 기도했던 것 같다. 기도회가 끝나고 기분이 좋았다.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 다는 확신을 주셨다. 15년 전 까까머리 중학생이었을 때의 방언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 품었던 방언에 대한 의문들이 풀렸다. 방언을 통해 하나님은 사랑과 동행을 경험하게 해 주셨다. 그런데 방언을 받고 나서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방언으로 기도를 하고 난 후에 하나님의 음성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외치고 나서 하나님은 나에게 분명히 하실 말씀이 있을 텐데 그 음성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단 말인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말하는데 나는 왜 듣지 못할까?

하나님의 음성

달라스 윌라드가 쓴 ‘하나님의 음성’ 을 펼쳤다. 수련회 이후에 몇 년 동안 그때의 의문에 대해 잊고 지냈는데,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방언을 받았을 때쯤 누군가가 아내에게 선물한 책이었다. 몇 년 동안 그냥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 하나씩 벗겨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생생한 음성이 내 귓가에 들리는 신비한 체험을 통해야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착각 때문에 하나님께선 40년 신앙생활 가운데 한 번도 음성을 들려주신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내내 하나님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음성을 들려주셨는지 깨닫게 되어 부끄러웠다. 성경말씀으로, 기도응답으로, 주변 사람을 통해서 수시로 음성을 들려주셨는데 말이다.
 
‘하나님의 음성은 세 빛-환경, 성령의 감화, 성경 말씀-중 하나도 아니며 세 빛 전체도 아니다. 그러나 요한이 요한일서에서 말하는 내적 가르침은 대개 고루 어우러져 찾아온다. 성경의 사건들 속에 되풀이하여 나타난 바와 같이 아래와 같은 것들을 통해 개인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주어진다. <책임 있는 성경 공부와 묵상,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다양한 역사에 대한 경험, 닥쳐오는 환경에 대한 민감한 이해>’ 하나님의 음성에서 발췌. p.293
성경 묵상을 통해 깨달은 수많은 은혜가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성령의 이끌림이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또한 길이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두 손 두발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기적처럼 길이 열리고, 방법이 생기는 경험이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그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끔은 떨기나무에서 모세에게 나타난 하나님, 약복 강 가에서 야곱과 씨름하셨던 하나님을 경험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많다. 하지만 나에겐 말씀으로, 마음의 소리로, 꽉 막힌 문제가 풀리는 경험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신 것이 더 인격적인 하나님의 배려였다.
 
결혼 9년 차가 되어서야 우리 가정에 특별한 딸을 주셨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들려준 음성이었다. 자녀에 대한 소망이 끊어져 갈 때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에게 귀한 생명을 통해 음성을 들려주셨다. 우리 가족을 기억해주시고, 동행하고 계신다는 그분만의 사랑의 메시지였다. 9년 만에 우리 가정에 주신 딸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해 주었다.
 

별한 사람이 듣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하나님의 음성은 특별한 사람만 듣는 것이 아니다. 환상을 통해, 사람 목소리와 같은 음성을 통해서만 말씀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격적이시다. 환경을 통해, 성령을 통해,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음성을 들려주신다.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달라스 윌라드는 말한다. 끊임없는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연합의 단계에 까지 나아가기를 권면하고 있다.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삶, 그래서 온전히 하나님과 하나 되는 연합의 단계로 나아갈 때,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음성을 분별할 수도 있다.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보자.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미숙했지만 가슴 뜨겁게 그분께 매달렸던 순수했던 순간들이 그분의 음성을 듣고, 그분과 인격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의 나보다 더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방언을 하지 못했지만, 환상이나 특별한 체험을 하진 못했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하나님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대화의 관계를 넘어서 연합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님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당신이 하나님의 음성을 간절히 듣기를 갈망한다면 지금 당장 성경을 ‘천천히, 깊이 있게, 날마다’ 묵상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가 아는 아주 간단한 진리 속에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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