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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공주아빠 Nov 20. 2020

아빠 육아휴직 세 번째 이야기

매일매일이 다른 어린이집 등원 길, 하원 길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세령이의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은 당연히 아빠 몫으로 넘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이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히고 머리를 묶고 신발 신겨서 현관까지 나가는 시간이 보통 1시간 정도? 관건은 세령이가 아침밥을 수월하게 먹어주느냐에 따라 출발시간은 조금씩 달라진다. 덕분에 아빠의 고민은 전날부터 시작된다.


내일은 어린이집 갈 때 어떤 옷을 입혀야 되지.. 어린이집은 집이랑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혀 보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매일 똑같은 옷을 입혀 보내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너무 외출복으로 입혀 보내면 가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놀기도 해야 하는데 불편하니까 그 중간에서 입혀 보내려고 매일 고민이다. 

기왕이면 편하고 예쁘면 더 좋은 거 아닌가?? ㅎㅎㅎ 자화자찬이지만 그런 고민 때문인지 어린이집 원장님이 몇 번 세령이의 옷차림을 보고 칭찬을 해 준 적이 있다. 이건 어머님의 스타일이신가요? 아버님의 솜씨신가요라고 ㅎㅎㅎ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은 갑자기 기분이 좀 착 가라앉는 느낌적인 느낌? 그러다 보니 그전부터 쓰려고 찍어왔던 등원 길 하원 길 사진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하루다. 처음 육아 휴직해서 어린이집 등원시킬 때는 유모차를 태워 갔는데 그 뒤론 자기가 조금씩 걷기 시작하더니 이젠 거의 2/3 이상은 걸어가는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컸다는 얘기일 테고 또 한편으론 내게 주어진 육아휴직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이고..

아마 그래서 그런 걸까? 며칠 전부터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얘기도 별로 반갑게 들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난 다시 회사로 복직을 해야 하고 앞으로 세령이랑 이렇게 손잡고 어린이집을 가고 오는 일이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냥 마음이 좀 뭐라고 해야 하나.. 좀 울컥하기도 하고 ㅎㅎ


내가 외모와는 다르게 살짝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요즘 나이가 먹으면서 점점 혼자 울컥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부모님이나 아이와 관련된 영상이나 글을 보면 유독 심하게 그러는 듯... 벌써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는 아닐 테고 왜 그러는 거지? 암튼!! 그러다 보니 이렇게 비도 오고 낙엽도 떨어지는 이 시기가 유독 나한텐 심적으로 좀 울적한 시기인듯하다.






어느 날 하원을 하다 갑자기 내가 들고 있던 어린이집 가방을 가리키며 자기 가슴을 손으로 치는 거다.

이 모션은 내가 하겠다는 뜻인데? 세령이 가방들 거야? 했더니 아니란다.. 그러면서 어깨를 가리키며 응! 응!

세령이가 가방 메려고? 고개를 끄덕끄덕~ 자기 몸통보다 큰 가방을 메겠다니 ㅎㅎ 물론 안에 든 거라고 식판이랑 빈 물통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 무게가 있는데.. 어깨에 가방을 걸어 줬더니 생각보다 너무 잘 가서 놀라고 뒤뚱거리다 넘어지는 모습에 웃고 ㅎㅎㅎ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딸이 또 저만큼 컸다는 생각에 또 울컥... 

주책이다 진짜...






이젠 좀 컸다고 사진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곧잘 포즈도 취해주기 시작한다. 자기가 찍겠다고 달라기도 하고 ㅎㅎ 아이들이 카메라로 어떤 사물을 찍으면 아이들 창의력 발달에 좋다는 말을 듣고 예전에 쓰던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를 중고로 팔려다가 그냥 놔두길 잘한 것 같다. 세령이가 좀 더 크면 세령이 카메라로 선물해 주고 마음껏 찍게 해 줄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은 세령이가 좀 더 커서 인터넷을 좀 할 줄 알게 되면 아빠랑 같이 블로그를 해 볼 생각도 있다. 작은 것부터 자기만의 공간을 키워주면 아이의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데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생각한 건데 벌써부터 세령이랑 같이 블로그를 쓰면서 아빠랑 딸이 쓴 글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일을 상상하노라면 괜스레 웃음이 지어진다 ^^






호비라는 책에서 호비가 작은 돌을 주워 엄마에게 주는 걸 본 뒤로 길에 떨어진 작은 돌이나 나뭇잎 같은 걸 보면 주워 들어 꼭 엄마나 아빠한테 주고 있다. 그냥 길가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랑 나뭇잎이지만 그게 우리 아이의 손을 거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아무것이 아닌 게 된다. 그런 돌도 차도 세령이의 손을 타고 나에게 전해지면 그건 그냥 평범한 돌이 아닌 세령이가 아빠에게 준 돌이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야 싶겠지만 그만큼 이 아이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 특별하다는 뜻으로 알면 좋겠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시켜 주는 존재가 바로 자식이 아닐까?






요즘은 아침 등원 길에 거의 달려가듯 하는 일이 많아져서 방심을 할 수가 없다. 인도로 걸어간다 해도 옆에는 차들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간 정말 큰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아빤 언제나 초긴장 상태이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녀석은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ㅎㅎ 차라리 앞을 잘 보고 달려가면 좋지... 

어쩔 땐 옆을 보고 뛰어가다 부딪히기 일쑤고 그럴 땐 애꿎은 나무 건 뭐건 아빠더러 때지를 해주라고.. 그렇게 때지를 해주는 것도 자기 잘못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버릇을 키울 수 있다 해서 되도록이면 하지 말라 했지만 어쩌겠나.. 당장 울고 있는 아이에겐 그렇게 해 주는 것이 가장 빠르게 울음을 그치게 하는 방법인 것을... 

책에 나온 내용과 어느 전문가의 말대로만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도덕 책처럼 올바르게 자라겠지만 하나의 인격체인 아이를 어찌 남들의 조언대로만 키우겠는가.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가 커가는 방식이 있을 텐데 말이야! 건강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소신 있게 자라길 바라 세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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