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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공주아빠 Dec 10. 2020

아빠 육아휴직 다섯번째 이야기

생각이 많은 아이


며칠 전 어린이집 원장님과 마눌님이 했던 상담을 했고 상담 내용을 전해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던 얘기다. 

상담의 결론은 원장님이 말하길 우리 세령이는 생각이 많은 아이라고 하신다.



생각이 많은 아이






여러 예를 들어서 말한 것 중에 하나가 자기를 누가 안아주면 좋겠는데 적극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눈으로는 안아달라고 한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좀 좋지 못했다. 그 상황이 너무 선하게 눈앞에 그려지다 보니 우리 아이가 그런 상황 속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게 기특하다기보단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모든 부모가 그런 마음인 걸까? 후자라고 믿는다.






왜 내가 이런 상황이 쉽게 납득이 가냐면 세령이랑 놀이방 같은 곳에 갔을 때 나도 그런 비슷한 징후를 봤기 때문이다. 여러 아이들이 어울려서 노는 놀이방이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본인이 원하는 장난감으로 몰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대개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다른 아이가 갖고 있다 해도 와서 손을 뻗치기 마련이고 그걸 보호자가 제지해 주는 그런 상황이 여러 차례 생기게 되는데 우리 세령이는 단 한 번도 다른 아이가 갖고 노는 걸 보고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와서 자기 손에 있는 걸 가져가도 그냥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건네주고 자기는 다른 장난감 쪽으로 가서 그걸 갖고 노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걸 좋은 쪽으로 해석해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좋은 아이겠지만 안 좋게 생각하면 소심한 성격 아니겠나. 아직 어려서 커가면서 기질은 변할 수도 있지만 타고난 기질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므로 솔직히 좀 걱정은 된다. 아마 엄마 아빠의 그런 성격을 닮은 게 아닌 건지.. 아빠는 생각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겠네.. 난 때론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가 또 어떤 상황에선 급발진 모드가 되는 사람이라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고 마누라님은 내가 보기엔 확실히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 싸움을 하게 되면 당연히 내가 진다 ㅎㅎㅎ 난 감성적으로 부딪히는 편이지만 와이프는 확실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성적인 사람이 이성적인 사람을 이기는 건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ㅠㅠ 조목조목 상황에 대해 얘기하면 왠지 내가 다 잘못한 듯해서 그냥 먼저 사과를 하는 편인데 그게 억울한 건 아니고! ㅎㅎ 그냥 그렇다는 거다 ^^






암튼 둘 다 생각이 많고 쉽게 행동하는 편은 아닌듯한데 아마 엄마 아빠의 이런 유전적 성향을 아이도 갖고 태어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기니 이젠 그냥 그게 맞겠다고 생각이 된다.

우린 세령이가 첫아기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보니 지금 세령이가 커가는 모습이 그냥 모든 아이들도 다 이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다른 건 있지만 그래도 큰 테두리 안에선 다 비슷하지 않겠나? 근데 어린이집 원장님과 담임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부분이 세령이의 그런 생각이 많아 보이는 성격 그리고 먼저 하고자 하는 성격이 아닌 듯... 친구들이 먼저 놀고 있으면 뒤에서 관찰하다가 다가와 노는 편이지 선뜻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고 한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엄마 아빠의 성격을 어찌 그리고 똑같이 닮은건지...ㅋㅋ




근데 집에서 엄마 아빠랑 있을 땐 노래만 틀어주면 혼자 춤추고 애교도 엄청 많은데 사람들 앞이라 그런 건지.. 흠.. 그런 상담 내용을 듣고 나니 우리가 평소에 세령이에 대해 생각한 부분들이 모두 맞는 거 같아 생각이 많아진다. 작명소에서 세령이 이름을 지을 때 선생님이 자기 길을 부모의 도움 없이 본인이 일찍 개척한다고 했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해서 생각이 많은 아이라 그렇게 되려나 보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사람이 될까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된다. 지금껏 살아온 바 속으로 끙끙거리는 것보단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더 빠른 해결책이라고 알고 살아왔기에 혹여나 우리 아이가 그런 마음의 짐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될까 걱정 많은 아빠는 벌써부터 쓸데없는 걱정을 ㅎㅎ 이런 아빠의 성격 때문인가?? 나 때문인 건가...ㅠ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어쨌든 아이의 성향은 대강 조금씩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 부모로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공부해야겠다. 역시 좋은 부모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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