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돈아 Dec 12. 2022

콘텐츠는 어떻게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을까?

작은돈아의 사(社)생활 - 두 번째 이야기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J 프로님(*내가 다니는 회사는 서로를 프로님이라고 부른다.)이 어느 날 도움을 요청했다. "프로님! 제가 쓴 콘텐츠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J 프로님을 보면서 마치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안 선생님을 만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간절함을 느꼈다. '내가 안 선생님이 된 건가?(*오이, 오이 와타시와 안센세 데스까?)'라는 생각에 장난스럽게 거절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하고 자신의 일에 진심인 J 프로님인 걸 알기에 돕겠다고 했다.


사내 카페를 북산 고교 농구 코트로 만들어버린, J 프로님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사(社)생활 두 번째 이야기는 이커머스의 상품 상세 페이지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글이다. 이전에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기획하고 고객사에 데이터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나눈 이야기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다.






J 프로님! 작성하신 콘텐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게 궁금하세요?


"사용자가 얼마나,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제가 쓴 콘텐츠가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글과 이미지로 작성된 정성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이커머스의 상품 상세 페이지를 분석하게 되었을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자신이 작성한 콘텐츠를 데이터로 분석해보고 싶다는 J 프로님의 말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궁금한지 되물었다. 그리고 '사용자가 얼마나,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자신이 쓴 콘텐츠가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J프로님의 대답에서 어떤 것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았다.




궁금한 내용을 분석할 수 있게
정량적인 지표로 바꿔 보아요!


우리는 J 프로님의 대답을 하나씩 쪼개어 보고 정성적인 콘텐츠를 우리가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는 정량적인 지표로 바꾸어 보기로 했다. "사용자가 얼마나,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콘텐츠가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는지…"라는 대답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정량적인 지표로 살펴볼 수 있다.


• 콘텐츠를 얼마나 보고 있을까?
•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콘텐츠가 가진 힘은 얼마나 될까?



먼저, 사용자가 콘텐츠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라는 문장은 해당 콘텐츠가 담겨 있는 상세 페이지의 방문 규모와 관련된 물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물음은 페이지 뷰(Page View) 수와 관련된 지표를 기준으로 정량화하여 분석하기로 했다.


• 콘텐츠를 얼마나 보고 있을까?
→ 페이지 뷰 (Page View)
→ 순 페이지 뷰 (Unique Page View)
→ 세션 당 페이지 뷰 (Pages / Session)
→ ...



그리고 '사용자가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라는 문장은 상세 페이지에 방문한 사용자가 콘텐츠를 어디까지 봤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또 어느 구간에서 집중했는지와 같은 콘텐츠의 질적 소비와 관련된 물음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페이지를 기준으로 사용자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알 수 있는 스크롤 도달률(Avg. Scroll Rate)과 페이지에 머문 시간(Avg. Time on Page) 그리고 사용자가 집중한 구간이 어디인지 어텐션 그래프(Attention Graph)를 통해 정량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 콘텐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스크롤 도달률 (Avg. Scroll Rate)
→ 페이지에 머문 시간 (Avg. Time on Page)
→ 어텐션 그래프 (Attention Graph)
→ ...



마지막으로 "제가 쓴 콘텐츠가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라는 문장은 콘텐츠가 가진 힘을 해당 페이지에서 사용자에게 기대하는 액션을 콘텐츠가 얼마나 유도했는가를 기준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따라서 상세 페이지의 주요 목적인 CTA(Ex. 구매하기 버튼)의 클릭 이벤트(Click PV Rate)와 사용자가 해당 페이지에서 탐색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탐색 여정을 이어갔는지 알 수 있는 이탈률(Bounce Rate), 종료율(Exit Rate)을 주요 지표로 선정했다.


• 콘텐츠가 가진 힘은 얼마나 될까?
→ 주요 CTA의 클릭률 (Click PV Rate)
→ 이탈률 (Bounce Rate)
→ 종료율 (Exit Rate)
→ ...




#데이터 쌓기
이제 데이터를 수집해볼까요?


데이터 분석 도구인 Google Analytics와 Beusable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가 아니라…) 수집하고 분석할 데이터를 선정했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분석 도구를 선택할 차례이다. 데이터 분석 도구는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이하 GA), 파이어베이스(Firebase), 앰플리튜드(Amplitude), 뷰저블(Beusable) 등 수집 및 분석할 지표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그 중 우리는 사용자의 방문과 클릭 등 이벤트를 중심으로 살펴볼 데이터는 GA를 사용하고, 페이지 내 스크롤 도달률 등 사용자의 탐색 경험 분석을 위해서는 뷰저블(Beusable)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했다.




#데이터 보기
이 데이터는 좋은 수치일까요? 나쁜 수치일까요?


비교 기준이 없는 데이터는 단순 현황 파악만 가능할 뿐이다.


데이터 분석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 그럼 이제 이 데이터를 보고, 읽을 차례이다. 데이터는 잘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데이터를 보자. J 프로님의 콘텐츠 데이터는 좋은 수치일까? 나쁜 수치일까?


같은 맥락으로 키 175cm는 큰 키일까? 작은 키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평균 키가 165cm인 집단에서는 큰 키일 것이고, 평균 키가 185cm인 집단에서는 작은 키일 것이기 때문이다. 상세 페이지에 있는 콘텐츠 데이터도 마찬가지이다.


콘텐츠 에디터가 만든 상세 페이지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는 비교 기준이 없다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J 프로님이 작성한 콘텐츠를 잘 보고, 잘 읽기 위해 상세 페이지의 평균 데이터를 비교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데이터 읽기
그럼 이제 프로님이 쓴 콘텐츠 데이터를 읽어볼까요?


비교 기준 마련을 통해 맥락과 의미가 생긴 데이터


비교 기준이 생긴 데이터는 비로소 보는 데이터에서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에 맥락과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J 프로님의 콘텐츠가 담긴 상세 페이지의 일평균 페이지 뷰 수는 a입니다. 순 페이지 뷰 수는 b이고, 평균 페이지에 머문 시간은 c입니다. 스크롤 도달률은..."라고 데이터를 보고 단순히 현황 파악만 가능했다.


하지만 비교 기준이 생긴 데이터는 다음과 같이 데이터를 읽고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J 프로님의 콘텐츠가 담긴 상세 페이지의 일평균 페이지 뷰 수는 a이고, 순 페이지 뷰 수는 b입니다. 이는 전체 콘텐츠 대비 각각 20%, 12% 높은 수치입니다. 또한 전체 콘텐츠 대비 평균 페이지에 머문 시간은 30% 높고, 50% 이상의 사용자가 도달한 스크롤의 높이는 1.5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매하기 버튼 클릭률 역시 약 1.3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을 때, 콘텐츠 전체 평균 대비 J 프로님이 작성한 콘텐츠는 사용자의 숙독률과 구매 전환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 구성을..."


J 프로님과 함께 읽은 데이터와 발견한 인사이트를 글로 더 자세히 다루고 싶지만,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구체적인 분석 내용, 히트맵 이미지, 발견한 인사이트 등은 공유할 수 없다. 다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를 쌓고-보고-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진행 과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사용자가 더 많이 탐색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 작성 가이드를 발행해야겠어요!"
"… 저는 우리가 살펴본 데이터를 항상 모니터링할 수 있게 대시보드를 만들어볼게요."


우리는 맥락과 의미가 생긴 데이터를 읽는 것을 통해 J 프로님이 작성한 콘텐츠를 사용자가 얼마나,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또 이 콘텐츠가 가진 힘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콘텐츠 에디터인 J 프로님은 데이터 분석으로 발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상세 페이지 콘텐츠 작성 가이드를 발행하고, 서비스 기획자인 나는 상품 상세 페이지 데이터를 항상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더 많이 탐색하고 전환하는 것을 도와 서비스 주요 성과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현황파악과 새로운 인사이트 발견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가 고민하고, 만들어서 나눈 것들






나의 사(社)생활 두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콘텐츠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싶어요…'라는 말에서 시작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자의 역할에 맞게 고민하고, 만들어서 나눈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나의 사(社)생활 두 번째 이야기를 채웠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줍니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일한다. 이번 이야기는 '콘텐츠 데이터 분석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한다…'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끝으로 처음엔 정대만으로 다가와 마지막엔 콘텐츠 분야의 안 선생님이 되어준 J 프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J 프로님과 내가 그랬듯이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서로에게 정대만과 안 선생님이 되어줄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지말고 주변을 둘러보자. 누가 정대만이냐, 안 선생님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정대만이고, 안 선생님이라는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 서로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어 보자.




+ 22년 하반기, 야심 차게 시작한 글쓰기가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다. 특히, 한 호흡에 쓰는 글이 아니라 여러 호흡에 나눠서 쓴 글은 매번 생각도, 마음도 바뀌어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퇴근 후 조금씩 짧게 짧게 나누어 써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내어 한 호흡에 글을 써 내려가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그리고 무려 150일 만에 올리는 두 번째 글이다. 이제 한동안은 브런치의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라는 가슴 아픈 알림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시원섭섭하면서도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뜬금없지만 알림 문구만으로 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잘 만든 것 같다. 다음에 알림을 개편할 일이 있다면 참고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와디즈는 왜 피드(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