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돈아의 사(社)생활 - 세 번째 이야기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함께한 동료들에게 그동안 말로 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Thank you message를 전했다. 그리고 내가 받은 메시지 중에서 코끝이 찡해지는 문구를 발견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을 찾은 거 같네요. 영영 못 찾을 거 같았는데 재미를 많이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요.'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부딪히고, 깨지며 가까워진 프로님의 메시지였다.
사실 코끝이 찡해지는 거뿐만 아니라 눈물이 핑 돌 뻔해서, MBTI가 T로 바뀐 줄만 알았던 내가 역시 본 투 비 F 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너는 재밌게 일하고 있니?'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답은 망설임 없이 바로 'YES'였다. 그래서 나의 사(社)생활 세 번째 이야기는 서비스를 만들며 재밌게 일한 경험에 대한 글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순간은 펀딩 플랫폼에 만든 소셜 서비스, 피드의 오픈이었다. 첫 번째 브런치 콘텐츠에 쓴 것처럼 '펀딩 플랫폼에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일상을 바꿀 새로움을 발견하는 공간을 유저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내가 입사지원서에 쓴 입사 후 포부였다. 입사지원서에 쓴 입사 후 포부를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입사한 지 반년 만에 경험하게 된 나의 입사 후 포부는 실행뿐만 아니라 성과로도 나타나 한동안 출근 후 살펴보는 데이터 대시보드가 하루 종일 나를 웃음 짓게 했다.
물론 지금은 피드를 담당하고 있지 않다. 피드를 오픈하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조직 개편과 함께 신규 프로젝트 담당자가 되어 후속과제 몇 건을 끝으로 더 이상 피드를 담당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누구보다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변화해가는 피드를 바라보고 있다. 피드가 앞으로 더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낀 두 번째 순간은 메인(홈) 개편이다. 피드를 더 이상 담당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메인(홈) 개편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메인(홈)은 3년여 전 있었던 대규모 개편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흔히 이커머스 메인(홈)을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모습 그대로였던 메인(홈)의 개편은 서비스 조직 모두의 오래된 염원 중 하나였다.
메인(홈)을 비롯한 서비스 내 주요 페이지들의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시작으로 개편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용자는 추천, 실시간 랭킹 등 서비스가 선별하여 제공하는 정보를 단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기 위해 서비스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적극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직접 탐색하고 소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메인(홈)을 선별된 정보 제공 중심에서 AI 추천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맞춤 탐색 경험을 강화하는 형태로 메인(홈)을 개편했다. 그 결과 메인(홈)을 통한 상세 페이지 전환과 수익 등 주요 지표가 2배 이상 증가하여 지난 분기 서비스 최고 매출 달성에 기여했다.
개인적으로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는 노력이 성과로 나타날 때인 것 같다.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를 지날 때에도 매일 아침 스크럼(Scrum) 때마다 진지함 속 웃음 가득했던 동료 프로님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모두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다. *메인(홈) 개편 프로젝트는 조만간 브런치 콘텐츠로 다뤄볼 생각이다. 게으른 나에게 열심히 채찍질 중이다.
세 번째 순간은 티타임 중 "재밌는 거 뭐 없을까?" 한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실제 서비스에 반영된 소셜 공유하기 기능 구축이다. 유저들에게 펀딩(Funding)을 '펀(Fun)하게 딩(ding)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펀딩 라이프 경험 확산을 목적으로 펀딩/구매 완료 동선에서 영수증이 출력되는 움짤을 제공하고 이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 플랫폼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구축으로 이어졌다.
'책상에 앉아만 있는다고 공부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서비스 기획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이제부터 서비스 기획할 거야!'라고 자리에 앉아서 고민한다고 꼭 좋은 서비스 기획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경험처럼 좋은 동료와의 티타임은 서비스 기획이 저절로 된다. 기획서가, 디자인 가이드가, 개발문서가 없어도 티타임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로 충분했다. 정해진 룰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결국 함께하는 이들이 동시에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달려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생산적인지 알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커피값 지출이 조금 커지더라도,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동료들과의 티타임을 업무에 녹여볼까 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낀 순간은 검색 개편이다. 한 해를 피드 오픈으로 시작해서 메인(홈) 개편, 소셜 공유하기 기능 구축 등에 이어서 2022년의 마무리를 검색 개편 프로젝트와 함께 했다. 검색 개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마치 영화 해바라기의 명대사 '오!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반갑다.'가 생각날 만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검색 개편이라는 프로젝트의 무게감 때문에 또 다른 명대사 '병진이 형 형 나가'의 '병진이 형'이 내가 되면 안 될까라는 생각도 잠시 잠깐 스쳤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함께한 프로님들과 함께이기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올해(2022년)가 다 가기 전에 끝낸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검색 개편 프로젝트는 1차 개선안 배포까지 약 1 달여 만에 완료되었다. 그 결과 개편 전 대비 사용자당 검색량이 약 22% 증가하는 성과가 나타났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다음 후속 과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는 또 다른 순간은 서비스 배포 이후 데이터를 모니터링 하면서, 우리가 가는 방향이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인지 확인하는 때이다.
서비스 기획자는 신이 아니다. 특히나 나는 스티브 잡스도, 조나단 아이브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데이터로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이를 서비스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무고개를 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힌트를 얻어 수수께끼의 정답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희열처럼 이 과정이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2023년 상반기는 검색 개편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재미를 계속 느낄 예정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을 찾은 거 같네요. 영영 못 찾을 거 같았는데 재미를 많이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Thank you message를 시작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만드는 즐거움', '일하는 재미'를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나의 사(社)생활 세 번째 이야기를 채웠다.
얼마 전 진행된 사내 조사에 따르면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구성원이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훌륭한 동료라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리고 나에게 Thank you message를 써주신 프로님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함께 한 모든 프로님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프로님들 덕분에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도 다 같이 펀딩(Funding)을 펀(Fun) 하게 딩(ding)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재밌게 만들어 가보아요!"
+ 주말에 스터디 카페까지 와서 글을 쓴 나 자신을 칭찬한다. 지난 번 퇴근 후 조금씩 짧게 짧게 나누어 써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내어 한 호흡에 글을 써 내려가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는 다짐을 지킨 거 같아서 뿌듯하다.
+ 아 참, Thank you message를 보고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와중에 유튜브각 유튜브각하는 것처럼 브런치각 브런치각 생각했던 나는 T일까 F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추가로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 중 함께 읽으면 좋을 블로그 콘텐츠를 아래에 첨부한다. 개발뿐만 아니라 글까지 잘 쓰시는 프로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Mocking system 도입으로 agile하게 개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