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고, 또다른 도전!
노안이 온 지 15년 차다, 내 기억에 40대 시작과 함께 왔으니까. 휴대폰 멀리 놓고 보기와 안경 너머로 사람 올려다 보기는 너무 '노인 같아서' 절대로 하지 않고 (내 생각에는) 살아왔다. 폰에 글자 최대로 키우는 것도 누가 볼까 봐 안 하고 버텼다. 결과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가 됐다. 대짜 화면으로 사무실에서 일을 볼 때는 문제없지만 환경이 모바일이 되면 사실상 카톡도 얼핏 확인만 할 뿐 긴 글은 힘들다. 답장도 대충만 가능하다. 손가락도 별로 감도가 좋지 않아서다. 최근엔 이게 아주 심해졌다. 심해 진걸 나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그거 톡으로 드렸는데...'라던가 '사내 전산망에 다 써 놨는데...'라며 나를 힐난하는 듯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다가
깨달았다. 내가 쉴 새 없는 업무 통신을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에 밖에 보질 못하는구나...'
처음엔 읍소했다. '내 장애(?)를 좀 이해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사무실을 벗어난 시간에는 긴 글이나 이메일은 일일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중노년 사장을 이해해 달라. 그런 건 누락될 때 말로 해 줘야 한다.'라고 말 했다. 반응들이 시큰둥이다. 자기가 알아서 파악해야 해야지 그걸 왜 시시콜콜 이중 삼중 보고하냐는 반응이다.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MZ 세대는 어떠 어떠하다고 남들에게 가르치고 다니는 나인데, 내가 예전에 모시던 대표님들처럼 그들은 내 사정을 봐 주지 않는 것에 혼란을 느꼈다.
그래, 머리만 청년을 이해하는 거지, 내 속의 행동 패러다임은
여전히 20년 전쯤에 머물러 있구나...
말이 쉽지, 이걸 인정하는 데 한 달쯤 걸렸다. 회의할 때 지시한 사항이 이행되어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 '그거 사내 통신망에 써 주시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다. 그래 내가 잘 못했다. 모든 업무 사항은 통신망에 쓰여있는 것을 보고자 없이 알아서 읽어야 하고, 모든 지시 사항은 명확히 담당자와 소요시간 지정해서 통신망에 써야 한다. 바로 내가 그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예외라고 생각했다. 대표라서, 그리고 '노인(?)'이라서. 내 구멍은 직원들이 (내가 모시던 분들께 내가 했던 것처럼) 메워 줄 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다....는 걸 깨닫(기도 싫었지만) 는데 한참이 걸렸다. 이젠 내려놓았다. 70년대부터 켜켜이 내 안에 쌓인 과거의 행동 양식을 묻고 가기로 했다.
두 가지를 결심했다. '장애(?)'를 토로하지 않겠다. 노안 수술을 받을 생각이다. '안 보여서 못 봤다'로 변명 그만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을 적기로 했다. 이동 중이라 폰에다가 손가락 놀려 적는 게 불가능할 때는 받아쓰기 기능이라도 쓰기로 했다.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내 통신망의 이야기들도 워낙 량이 많아서 휘발성이 강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이와 시력으로 (무의식으로 부터라도) 유세는 그만하련다. 또 한 번
계급장 떼고 해 보자. 내가 원래 찌질한 승부의식이 쩐다. 그러고도 안 될 땐? 은퇴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한 건
최근 두 달이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섬처럼 일하는 거, 그거 강력히 권해 본다. 물론 나와 거의 똑같은 일을 겪을 거라 보장하면서 (라고 쓰고, 노소장 협업 벤쳐 만세!라고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