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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다리필름 Jan 28. 2020

'화이팅' 유감

생존과 성공이 담긴 화이팅을 떠나 보내며




걸핏하면 '화이팅!'


연말에 독서 여행 갔다가 혼자 왕산 해변을 걷고 있었다. 추운 날이라 한산한데 뭔가 어색한 분위기의 대여섯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아마도 안 친한 팀원들이 놀러 온 듯) 하나, 둘... 하는 순간 다들 자동적으로 주먹을 쥐면서 '화이팅'을 하는 게 보였다. 순간, 평생 한 번도 안 든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파이팅'이 가장 중요한, 그래서 '파이팅'에 생존과 성공이 달려 있던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아왔구나... 그래서 저렇게 기회만 있으면 무의식 중에 주먹이 나오고 화이팅을 외치는 사람들이 되었구나...




감투정신에 날 새는 나라


뭐 그깟 구호를 가지고 시비를 하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난 그 순간, 뭔가 '화이팅'이 이끌어 오고, '화이팅'을 밑천 삼고, 또 '화이팅'을 DNA로 살아온 우리네 삶에서 이제는 이 원자적 태도를 버려야 하지 않겠냐는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남들이 스포츠를 즐길 때 우리는 피 흘리고 붕대 감고 날아다니던 모습에 정신 승리적 오르가즘을 느끼던 그 모습이 이제는 살벌한 무관중 경기에서 우리 선수를 죽일 듯 '혁명적으로' 달려드는 북한 축구 선수들에게서 겹쳐 보인 다면 무리한 상상일까. 국회가 욕설판이고 나라가 두 쪽 날 정도로 격렬히 부딪치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게 과연 '화이팅'이 부족해서 일까.






Fighter 는 많은데 Thinker가 없다


뭔가 '그렇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그 반대다'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오히려 '화이팅'이 과해서 생긴 문제라고. 왜 수험생은 꼭 4시간 자고 공부를 해야 하며 (운동을 해야 수학 점수가 오른다는 그 유명한 실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왜 광고 회사는 꼭 주말 근무에 밤샘이 필수이며, 왜 청년들은 지쳐 쓰러질 정도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왜 가만히 숙고하고 칼을 갈아 몇 번 찍지 않고 나무를 벨 연구를 하지 않고 미친놈처럼 마구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Fighting! 대신 Thiking!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 구호를. 사진을 찍을 때 뭔가 구호가 필요하다면, 촬영을 나가는 팀에게 뭔가 격려를 

날리려면, 클라이언트와 약속이 잡혔다면 우리 회사에서 서로에게 날리는 멘트를 

Thinking!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어색해 할 줄 알았던 직원들이 연초부터 모두 이 '띵킹!'을 잘 외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냥 구호일 뿐인데 이 말을 할 때마다 진짜 한 번 더 Thingking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열심히' 하자는 추진력보다는 

'어디로' 가냐고 하는 추진의 '방향' 과 '방법'을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러분께도 새 인사말로 권하고 싶다.


2020 띵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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