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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다리필름 Dec 10. 2020

물들어 올 때... 노하기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잠시멈춤


연예계의 금언


개그맨의 유행어가 제대로 한 번 뜨면 CF로만 2-30억을 번단다. 그리곤 그 후로 다시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무명으로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단다. 연예계 이야기다. 철저한 마케팅으로 잘 관리되는 국제적 위상의 한류 아이돌들도 고작해야 7년이 전성기. 매일 들어오는 물이 아니라 일생에 한 번 들어  올까말까 한 게 그 ‘물’이다. 그러니 이런 융성기가 영원할 듯 착각하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성실히 돈을 벌어 놓으라는 말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딴죽을 걸고 싶은 것은 이런 연예계에도 ‘물들어 올 때 노... 할 건 노해서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관리’ 하던 사람들 그래서 하루 봄 빛 같을 수도 있었던 인기를 수십 년을 끌고 가는 스타들도 있다는 걸 난 언제나 상기시키고 싶었다. 전지현이 그랬고 김혜수가 그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괴물에 나온 명품 배우 변희봉이 그렇다. (그는 잘 나갈 때 그 숱한 밤무대 제의를 다 뿌리치고 깡패들이 지배하던 그 시절 연예계에서 왕따를 자청했던 사람이다) 그런 고집은 그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그들의 ‘거절을 통해 구축된 이미지‘는 그들의 전성기를 수십 년 동안 연장 시켰다.







개성은 '예스'가 아닌 '노'에서 나온다


무엇을 입는가가 개성이 아니다 무엇을 안 입는가가 개성이다. 무엇을 하는가가 개성인가. 재벌이 뭐든 돈만 되면 손에 대는 게 개성인가. ‘우리는 게임만 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을 뒤집으면 ‘우리는 돈 된다고 다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것 말고는 다 안 한다‘는 말 아닌가. 개성은 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 안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것도 돈의 유혹 앞에서 ‘노’를 외칠 때 비로소 브랜딩이 시작된다. 브랜딩은 가치의 반영이고 한 사람, 혹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때는 그가 그 가치를 위해 돈을 손해 볼 때이다. ‘물 들어와도 노 젓기를 그칠 때’이다.









모든 물에 모든 노를 저으면


물 들어온다고 마냥 노를 젓는 사람들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그때 돈을 벌어 평생 부자로 살았다’보다는 ‘번 돈 다 사기당하고 혹은 탕진하고 비참하게 산다‘가 대세인 이유가 뭔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돈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있는 게 좋은 거고 더 좋은 게 좋은 거기 때문에 그걸 따라가다가 ‘선택한 삶’ 혹은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 기회가 없고 그 공허를 피하려 더 더 큰돈을 꿈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돈을 팔아 술을 사고, 취하려고 또 돈을 파는 (이하 노래 가사,,,,) 일이 사람을 비참한 말로로 몰아가는 것 아닐까.








영업을 종료하면서


누굴 저격하려고 쓴 글 일리가 없겠다. 어제 사다리는 12월 영업을 종료했다. 하루에 서너 건씩 ‘물’이 들어오는데, 노 젓기를 포기한다고 직원들에게 공고했다. 갑자기 매출 목표가 괴물처럼 느껴지면서 우리가 꿈을 팔아 돈을 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자괴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눈빛이 피로로 쪄들어 가는 걸 봤기 때문이다. 물들어 오길 오매불망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 그래서 더욱 그쳐야 했다. 저기 오늘은 물길이 흘러 다른 데로 가고 있다. 사다리는 1월에 다시 노를 젓기로 하면서, 남은 일들만 꼼꼼히 마치기로 한다. 

노 저을 때도 있지만 노할 때도 있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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