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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석 Nov 23. 2017

유튜브가 '엘사 게이트'에 대해 사과했다?!

유튜브, 혐오 콘텐츠와의 끝나지 않는 전쟁

최근 유튜브가 엘사 등 유명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혐오 영상들을 통칭하는 이른바 ‘엘사 게이트’(Elsa gate)’ 논란에 휩싸였다.

'엘사 게이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 + 사회적 의혹이나 스캔들을 뜻하는 '게이트'의 합성어
엘사 게이트는 ‘겨울왕국’ 엘사 등 유명 만화 캐릭터들이 나와 마약을 하거나 성폭행당하는 등 극단적 내용으로 꾸며진 영상을 아우르는 단어다.

약 2달 전부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됐다. 최초 제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엘사 게이트는 이달 초부터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약 57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 ‘필립 드 프랑코’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엘사 게이트 문제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드 프랑코는 영상에서 “엘사, 스파이더맨 같은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이상한 영상이 퍼지고 있다”며 “많은 아이가 무분별하게 이 영상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엘사’ 등의 단어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연령 제한 없이 쉽게 엘사 게이트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내용은 상식 밖이다. 노출이 심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거나, 만화 캐릭터들이 배설물을 먹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 한국일보 [맘카페 떠들썩하게 만든 ‘엘사 게이트’ 영상] 기사 中 - 


이에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엘사 게이트'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자사의 노력들을 강조했다. [유투브 공식 블로그 원문 링크]

먼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기술력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것임을 약속했다. 유튜브는 지난주에만 50개의 채널을 삭제했으며 이밖에 가이드라인에 부적합한 수 천 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친숙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구글의 기계학습과 자동 알고리즘 도구, 사람의 리뷰 작업을 통해 철저한 연령 제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광고 제한 정책을 말했다. 구글은 지난 6월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부적절한 동영상에 대해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업데이트를 실시한 바 있다. 유튜브 측은 “6월 이후 3백만 개의 동영상에서 광고를 삭제했으며, 정책을 엄격히 적용한 이후 50만 개의 동영상에 대해 추가로 광고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부적절한 아동 콘텐츠에 대해 광고 중단 정책을 강력히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는 키즈 비디오에 올라오는 부적절한 댓글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튜브는 특히 “그동안 자동화된 시스템이나 사람의 신고 기능을 결합해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미성년자 동영상에 대한 모든 댓글을 삭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유튜브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에 성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을 댓글로 게시하는 이용자에 대해 혐오 범죄로 간주하고 법 집행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튜브는 유튜브 키즈 앱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자가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안내서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중 애니메이션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감별하기 힘든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과 파트너의 수를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블로터 [‘엘사 게이트’ 논란에 유튜브, 또 “관리 강화하겠다”] 기사 中 -


유튜브를 애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엘사 게이트에 대한 유튜브의 공식입장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몇 가지 적어본다.


아쉬운 점 하나. 실효성 없음 (非논리적)

유튜브가 엘사 게이트 논란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 내용들은 엘사 게이트 이전과 비교해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내용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엘사 게이트 이전부터 진행해 오던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발생했는데, 앞으로 재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해결책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것을 가지고 다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격이다. 이미 엘사 게이트가 발생한 것 자체가 지금 진행 중이던 것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공식 입장문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할 만큼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거다. 


아쉬운 점 하나. 공감 능력 제로 (非사과)

어린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콘텐츠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은 알겠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콘텐츠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노출됐다. 바로 이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로 인해 이용자들이 느꼈을 불쾌함과 불안함에 대한 공감과 위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다. 지금은 칭찬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유튜브가 '엘사 게이트'에 대해 사과했다] 기사나 YTN [디즈니 캐릭터로 만든 '성인물 확산' 유튜브 공식 사과] 기사의 경우 유튜브가 사과했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 사실 공식 입장문 내에 사과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과한다는 비슷한 표현도 없다. 사과는 왜 하는 건지를 한번 더 고민해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전에 쓴 [사과는 왜 하시는 거죠?]라는 글을 한번 참고해 보시라.


아쉬운 점 하나. 소통하지 않음 (非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은 화자와 청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 유튜브는 화자라고 한다면, 청자는 누구일까? 흔히 공식입장 발표와 같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시 이해관계자(청자)를 잘 구분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엘사 게이트로 인한 유뷰브의 공식입장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일까? 적어도 블로그에 올린 공식 입장문만 봤을 때는 엘사 게이트로 인해 피해를 본 고객들은 대상으로 쓴 글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엘사 게이트로 불쾌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 피해를 본 사람들은 유튜브가 잘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대책이 있는지, 그래서 유튜브를 이전처럼 믿고 사용해도 될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다. 즉 유튜브의 공식입장은 소통을 전제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청자 입장에서는 일방적이고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 느낄 만하다.  


엘사 게이트는 ‘겨울왕국’ 엘사 등 유명 만화 캐릭터들이 나와 마약을 하거나 성폭행 당하는 등 극단적 내용으로 꾸며진 영상을 아우르는 단어다. 유튜브 캡처 [출처 : 한국일보]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이슈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그리고 100% 완벽한 필터링, 즉 생산되고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자기 검열 및 관리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누구나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부적절한 콘텐츠의 유통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적어도 가능하지도 않은 재발방지 대책을 자랑스럽게 떠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유튜브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들을 중심으로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진짜 이용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부모들(키즈 콘텐츠 이용자들)은...

완전한 콘텐츠 필터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좀 더 안전한 콘텐츠 이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통해 이용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안전한 콘텐츠 이용 환경은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혹여나 잘 따라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접어두자. 부모들은 유튜브가 제시하는 가이드에 따라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충분한 의지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부모들이 더 좋은 팁과 가이드를 생각해 낼지도 모른다. 


(키즈) 콘텐츠 제작자들은...

같은 이야기다.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유튜브는 다양한 방식으로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유튜브가 일반 이용자들이 키즈 앱 콘텐츠 제작 시 제작자가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안내서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일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할 수도 있고, 건전한 콘텐츠 이용 생태계를 만들자고 계몽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튜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튜브가 했을 때 강력한 이야기고, 이러한 활동이 누적될 때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이 된다.


(한편) 우리들은...

위에서 진행되는 것들을 잘 정리해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소통한다면 이보다 좋은 기업 PR이 있을까? 좋은 일은 실천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엘사 게이트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완벽한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이슈가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는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엘사 게이트 논란에 대한 유튜브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맘카페 떠들썩하게 만든 ‘엘사 게이트’ 영상]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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