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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석 Sep 28. 2017

사과는 왜 하시는 거죠?

기업 사과 커뮤니케이션

사과는 왜 하시는 거죠?


우리는 사과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기업의 사과문을 보는 것이 어느 새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사과가 흔해진 만큼 사과를 주고받는 주체들의 고민은 갈수록 누적된다. 그럴수록 사과를 받는 주체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는 듯 하다. 너도나도 사과의 적절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한다. 아니 평가한다. 이제는 사과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인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사과'의 의미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됐다. 또한 그 기록을 누구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든 다시 회자될 수 있는 확장성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운좋게 그럴 듯한 말로 갈등이 해결됐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가 없다. 2% 부족한 행동으로 기인한 결과는 후에 어떤 식으로든 또 다른 갈증을 일으킨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온라인상의 아픈 흔적들이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닌다. 기업도 개인도 너도 나도 벗어나려 안간힘 써보지만, 피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도 사과는 재 고려돼야 한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여야 한다. 


사과에서는 이유가 중요하다.
'왜?' 라는 물음이 중요하다.
"왜 사과해야 하나?"


'사과'라는 행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주체가 필연적이다. 사과를 하는 대상, 사과를 받는 대상. 이 두 주체간에 사과가 온전한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과를 받는 대상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 억만금을 주고 백번 사죄한다 해도 이해 당사자가 '사과'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관련해 최근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보면, 용서 이전에 '사과' 자체를 평가하는 과정이 추가된 듯하다. 관계 이해 당사자 외에도 일반 대중들도 기업의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가한다.(이것도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인가?;; 각설하고...) 이 과정을 통해 사과를 한 기업은 사과의 '대상'이나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는다. 사과문의 디자인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심지어 CEO가 허리를 몇 도 굽혔느냐가 평가 아젠다가 되기도 한다. 기껏 사과를 하고도 욕을 먹는다. 차라리 사과하지 않았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기업 비즈니스뿐 아니라 부부간의 사소한 말다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시작은 아마도 서로간의 오해를 잘 풀고, 잘못한 부분은 사과해 성난 마음을 잘 풀어주리라는 목적 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상대방의 반응에 당황하게 되고, 의식은 마비되면서 점차 그 '왜'라는 초심(?)이 기억나지 않게 된다. 결국에는 사과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에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르게 되는 것 말이다. 이와같이 사과를 통한 오해의 해소라는 목적을 갖고 시작한 대화가 목적없는 출혈성 상호 비방 커뮤니케이션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필자의 사례가 아닌 일반적 사례임을 밝힙니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 '왜'라는 부분만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적어도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사과는 왜 하시는 거죠?



사과해야만 할 이유가 있나요?
그 사람에게 사과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 때에 그런 방식으로 사과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온전한 사과 커뮤케이션은 주체간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즉, 사과의 목적이 분명하면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며, 왜 그들이 사과를 받아야 하는지가 설명된다.


목적없는 사과가 가능할까? 목적이 없다면 '사과'라는 단어 자체가 붙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목적의식 없는 기업의 행위는 사실상 배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목적 의식이 있을 때 우리는 사과 자체를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 목적은 확실한 방향성을 잡아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이 없는 데도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목적이 분명하다면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사과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목적의식 없고 전략이 없는 사과라면 2가지 정도로 구분될 수 있겠다.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모호한 사과이거나, 잘못에 대한 반성만을 표명하는 사과 그 자체이거나. 하지만 정확히는 정당함을 입증하는 것도 잘못에 대한 반성만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이 둘 다여야 한다. 그게 전략적 사과 커뮤니케이션이다. 거기에 추가로 사과 커뮤니케이션이 긍정적인 기회로 연결된다면 더더욱 좋겠다. 하지만 기업이 가진 자산과 역량은 한정돼 있다.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적 특성상 제한적이다 못해 위기적 상황인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가중된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만족하는,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완벽한 사과(필자는 '온전한 사과 커뮤니케이션'라고도 표현함)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더욱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순위에 따라 설정된 목적이 있을 때 우리는, 또 기업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목적이 분명하다는 건 사과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라는 뜻이다. 
즉, 누가(주체) 잘못한 것에 대해 누구에게(대상) 용서를 구하는지가 분명해 진다.


사과는 해야겠는데, 정확히 어디에다 사과를 해야 하는 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해 보니 사과를 기다리는 쪽도 있고, 사과를 기대하는 쪽도 있고, 사과가 필요 없다 하는 쪽도 있다. 사과가 무슨 프로포즈도 아닌데 원하는 요구사항들이 이해 당사자마다 다르다. 이건 우리 입장이나 우리의 생각이 아닌 순전히 이해관계자 입장을 반영한다.(그러고 보니 프로포즈랑 비슷한 점이 있는 듯...) 예컨데 우리는 A라는 대상에게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해당 A라는 대상은 우리가 사과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이건 어떤가. B라는 대상에게는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입장이건만, B는 오히려 우리더러 먼저 A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한다. 이런 건 이해 당사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한, 그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깊게 고민하고 전문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사과는 단순하지 않다. 기업은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둘러쌓여 있다. 그리고 각 이해관계자들 간에도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다. 따라서 사과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할 수도 없고, 또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해서 마음 가는대로 모든 미사여구를 동원해 사과해서도 안된다. 심지어 기업이 잘못한 것이 없어도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다각도로 검토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럴 때 사과하는 목적이 분명하면 그 목적에 따라 사과의 대상을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이 의사결정함에 있어 목적 자체가 중요한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사과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면 형식과 내용은 자연스레 결정된다.
즉, 사과를 받는 대상의 기대에 부합하는 사과를 할 수 있다. 


온전한 사과 커뮤니케이션은 사과의 목적과 대상에 따라 그 내용, 형식이 정해진다. 프로포즈처럼 철저히 고객 맞춤형으로 접근하면 된다. 몇몇 구경꾼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먼저 내용을 한번 보자. 사과를 받는 대상이 채택 가능하고 용서할 마음이 생기는 내용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즈니스나 법적 측면의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부터 상식적, 관습적 측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도 잘 챙기돼, 앞서 이야기 한 사과의 목적, 대상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감정을 케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답 지향 보다는 이익 지향'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답 지향도 중요하지만 이익 지향을 선고려 하자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사과의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사과를 받아야 하는 주체들의 감정을 케어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과를 하는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이는 진정성과도 연계된다. 우리의 잘못을 알고 있으며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출발점을 분명히 해준다. 누가 보더라도 정말 감탄할 만한 내용의 사과문을 작성했더라도, 받는 사람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 쓸모 없는 사과문이다. 마치 다른 여인의 이름이 들어간 사랑 고백 편지처럼 말이다. 때로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한 마디 공감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형식은 어떤가. 여러가지 형식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시기와 장소(채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내용은 완벽한데 채널이 잘못되면 실제 사과를 받는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방식으로 인해 내용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예컨데 블로그 이벤트에서 문제가 발생, 당첨자들에게 경품을 지급할 수 없게 돼 응모한 고객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사과문을 블로그에 게재하지 않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게재했다면 그 사과는 제대로 전달될까? 사람들이 올바른 방식의 사과라고 평가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최악의 사과 사례로 온라인에서 부정 이슈화되면서, 오히려 대상자들이 뒤늦게 가쉽거리로 해당 사실을 접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대상자들은 화가 많이 날 것이다. 하나 더 가정해보자. 회사가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과를 일간지 광고로 진행했다고 생각해 보라.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내용에 따라서는 외부 공개로 인해 기업이 또 다른 곤혹을 겪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내부고발 이슈가 발화될 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내용도 형식도 완벽하지만 뒤늦은 사과는 실패다. 시기가 적절치 않으면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하고, 때를 놓치거나 늦게 사과하면 책임 회피로 비춰진다. 그렇다고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빠르게 하는 사과는 졸속 사과, 사리사욕을 위한 사과로 치부되니 조심하자. 진실성이 없는 사과로 때에 따라 더 큰 화를 불러온다. 안하는 것 만 못하다. 사과의 시기를 설정함에 있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을 함께 기억하자. 사과는 타이밍이다. 


장소(채널)나 시기 외에도 고려해야할 형식들은 많다. 사과의 형태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언어적, 비언어적, 오프라인, 온라인, 공식적, 비공식적, 공개, 비공개, 1:1, 1:多, 多:多..... 등등. 그래서 사과의 형식을 정하지 않으면 갈팡질팡하게 된다. 보통 기업이 취하는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공개 형태의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과 커뮤니케이션이 많다. 이 경우 공식적인 입장에 어울리는 상황과 이슈 사안에 따라 적절한 사과를 배우고 연구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기서 잠깐 추가로 논의해 볼 만한 건 사과에 대한 기업의 사전적 고민과 훈련이다. 우리는 언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지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언젠가는 사과해야 할 지 모른다. 당장 우리 기업이 사과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해야 할 지 그려지는가? 그렇다면 평소에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리 사과를 해보는 훈련을 해보는 거다. 이 훈련을 통해서 기업이 사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사과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적어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진 않을 것이다.

다시 사과의 형식으로 돌아와 온전한 사과는 전달하는 대상, 사과를 받는 대상 등 상대방의 관점에서 철저히 연출돼야 한다. 사과문을 게재하려면 사과문의 포맷이나 디자인, 사과문의 위치, 사과문 구성, 사과문 노출 형태, 채널별 사과문 구성 전략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사과하려면 초청 대상 기자, 사과문, 발표자, 사과 기자회견 장소. 시간, 사과 형식, 회견 순서와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경우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앉는 위치, 옷차림, 액세서리, 시선, 행동, 손짓, 물건 활용, 표정 심지어 물마시는 타이밍까지도 추가적 연출이 필요하다. 메라비언의 법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며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 두 가지 형식의 사례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봐도 신경 쓸 것들이 꽤나 많다. 최근 온라인의 발달로 사과를 표할 길은 더욱 다양해 졌지만, 방법적 다양성 보다는 사과를 받는 대상의 수준과 취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형식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지겨울 정도로 사과 받는 대상에 포커싱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용서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후에 가장 성공한 평가를 받는 사과는 '잊혀진 사과'라고 한다. 기왕 사과하는 거 앙금을 남기지 말자. 


사실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책을 여러권 써야 할 거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사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더 많이 갖고자 한다. 오늘은 온전한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왜'라는 부분을 기억하고 고민해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적용하고 실천해 보자고 제안한다. 비단 기업뿐 아니라 일터에서, 가정에서, 연인간에도 마찬가지다.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사과를 받는 입장일 때도 '왜'라는 이유와 당위성을 항상 고민하자. 그럴 때 조금이라도 더 상호간 이해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쓸데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과 커뮤니케이션도 사람간에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인가?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는게 원래 어렵고 중요하다.


아직도 온전한 사과라도 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상대방이 좀 더 온전하다고 느낄 가능성은
확실히 높아질 것 같지 않나요?



사과 커뮤니케이션 관련해 다음 번에 다른 주제들로 또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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