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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석 Oct 24. 2017

'위기는 병(病)이다'

아프고 나면 후회한다. 예방하고 조기에 치유하는게 상책이다. 

'위기는 병(病)이다'


병(病)이란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기업의 위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기업 내외부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위기관리는 개인이 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누구나 아파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픔을 느낀다는 건 이미 몸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병이라는 것은 대체로 대응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 몸이 언제 어떻게 아플 것이라고 미리 예단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의 이상이 발생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빨리 캐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는다. 그들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검진을 통해 몸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매일매일 순간 순간 건강에 대한 이상 유무 파악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비용도 부담될 것이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몸의 이상 유무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고 조기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몸의 아픔을 대비하는 체계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일정하게 진행되는 건강검진은 불규칙적인 건강검진에 비해 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각각의 검진 결과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연속선상에 놓이게 되면 그 자체로 우리몸의 또 다른 신호의 역할을 한다. 


건강검진과 같은 전문적인 방법 외에도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스스로의 몸 상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몸무게의 변화, 신체 부분의 저림이나 떨림, 체온의 변화, 입맛, 식욕 등이 그런 것이다. 신체가 몸의 이상 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 갖지 않는다면 때를 놓치게 되고, 아프게 되는 것이다. 매일매일 신체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체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도 아플 수 있다.


기업의 경우도 위기라는 병을 빨리 알아차리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작은 병도 장기간 방치하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제때 제대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도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위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위기 대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기업들은 다양한 예방활동을 진행한다.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는 평시에 발생 가능한 이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해당 이슈들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또 발생한다면 기업에 어떠한 피해를 끼치게 될 지, 그 이슈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누구이며, 기업에서는 어떠한 대비들이 가능할 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들이 있다. 관련 서비스로는 [위기요소 진단] 서비스가 있다. 또 외부적으로는 우리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처럼 기업은 [모니터링]을 통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민감하게 감지해 기업에 위해가 될 만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단, 앞서 말한 것처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 의지가 있는 기업들일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관련 서비스로 언급한 [위기요소 진단]이나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병도 위기도 경험을 통해 관리된다.


우리는 병에 걸리면 깨닫는다. 병이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이것만 이겨낸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절박함까지도 생겨난다. 기업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깨닫는다. 위기라는 것이 얼마나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인지. 우리는 또 얼마나 나약한 존재들인지. 그리고 그 위기만 이겨낼 수 있다면 사업은 승승장구 할 것 만 같다.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게런티할 수 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위기라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경험은 더 나은 대응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경험은 개인이나 조직으로 하여금 병이나 위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부여한다. 위기관리에서도 기업을 두 가지로 구분하곤 한다. 위기를 경험해 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하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앞서가는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훈련을 한다. 우리 기업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슈를 주제로 실제와 같은 시나리오를 개발해 모의 훈련을 하는 것이다. 진짜 같은 미디어 인터뷰도 해보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탐사보도의 취재에도 대응해 보는 것이다. 항의 방문 고객에 대해서 응대도 해보고, 회사 서버가 마비돼 온라인상에서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해 보는 거다. 모의 훈련이지만 그래도 아프다. 아픈만큼 성장한다고 했던가. 아픈 과정을 겪으면서 위기대응 담력도 키우고,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조직의 굳은 살을 만들어 가는 거다. 병의 관점으로 보면 신체에 소량의 균주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내성을 갖도록 하는 예방주사와 같다. 필자가 예전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러 갈 때 황열병 예방 주사를 맞은 적이 있다. 한 이틀을 앓아 누웠던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질병의 위험에서 자유로웠고 아름다운 아프리카를 마음속에 품고 올 수 있었다. 위기관리 훈련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훈련을 받는 동안은 잠깐 아플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병(위기)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정상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병이다 보니, 병은 사람의 삶을 아주 단순화 시킨다. 일단 우리가 병에 걸릴면 하나에 가장 큰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 바로 병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건 공통적인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병으로 인한 아픔의 정도가 클수록 이러한 목표 집중 현상은 더욱 명확해 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 시 기업은 해당 위기를 타개하는데 모든 자원을 총 집중한다. 아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의 훈련은 위기에 대한 집중력과 대응력을 결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해 봄으로써 우리 조직에 이전에 없던 위기관리 매카니즘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조직이라는 뼈대가 생겨난다. 위기관리 조직이 잘 움직이도록 돕는 주변 근육 조직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러한 훈련을 수차례 정기적으로 반복해 실행하면 튼튼한 뼈와 잘 길들인 근육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위기 시 기업의 움직임이 아주 가볍고 민첩해 지는 것이다. 


경험만이 능사는 아니다.


위기는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의 중요성을 안다고는 하지만 실제 체감도는 낮은 것 같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컨설팅하면서 느끼는 부분이다. 그 흔한 감기에만 걸려도 우리는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일단 숨을 쉬기가 쉽지 않다. "숨쉬는 것처럼 쉽다"는 말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매일 진행되는 미팅인데, 원치 않게 흘러 내리는 콧물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몸에는 힘이 없고 정신은 몽롱하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수십번도 더 다짐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비타민도 잘 챙겨 먹고, 잠도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옷을 따듯하게 잘 입겠노라고. 하지만 얼마 안가 또 감기에 걸려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위기에 대한 경험은 조직으로 하여금 위기에 대한 집중력과 대응력을 결집시켜준다. 우리가 위기를 잘 극복하거나, 위기에 대한 준비를 열심히 하거나, 관련해 강의를 듣고, 트레이닝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얻는 뿌듯함은 매우 크다. 만족감은 크다. 그리고 잘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용기와 그리 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덤으로 얻는다. 하지만 만족에서 그치면 안된다. 기업이 위기를 경험했다면, 그 경험을 토대로 다시 그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준비하는 사후 위기관리가 있을 때 해당 위기도 경험도 값진 것이다. 


똑같은 위기가 발생하고 별다른 변화 없는 대응이 이어진다면 그거야 말로 진짜 병(病)이다. 위기 대응 훈련을 통해 얻은 만족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이 다짐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모의 훈련을 통해 얻은 위기에 대한 집중력과 대응력을 체계화하고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DNA에 녹여내는 것이다. 모의 훈련을 통해 우리 기업이 건강한 지 분석하고, 우리는 얼만큼의 대응력을 갖췄는지 진단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 더 강화시켜야 하는 부분은 다음 번 훈련을 통해 보완하고 강화 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대응이라는 것은 일회성이 아니라 일관되게 지속될 때 큰 힘을 얻는다. 즉, 위기관리는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할 때 비로소 우리의 실제적인 능력이 된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에도 정해진 검진 항목이라는 일관성을 가지고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진행할 때 효과적으로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의 일관성있는 체계속에 사전 위기관리를 지속할 때 기업의 위기관리 DNA가 형성되고 그것이 곧 위기관리의 능력이 된다.  필자는 이를 3C 이론이라 칭한다. 


Mike's Crisis MGMT 3C theory, 

"위기관리(Crisis MGMT)는 일관성(Consistency)을 가지고 지속될 때(Continuity) 비로소 우리의 능력(Capacity)이 된다."


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것이지만,
예상하지 못한(unexpected) 것은 아니다.


병원에 너무 자주 다니는 것도 좋진 않겠지만, 안 가는 것 보다는 낫다. 적어도 병을 관리한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있어야 실질적 예방이 가능하다. 정기적인 검진과 모니터링을 한다는 가정 하에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불치병이나, 교통사고, 천재지변과 같은 통제불가능류들은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후회가 남을 만한 일들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그러게 진작에 매일매일 양치를 좀 잘 하지 ~", "밥을 좀 제때 먹지~"와 같은 엄마의 잔소리도 그렇지만, 시기를 놓쳤다거나, 진작에 방문했어야 했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의사의 말은 정말로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면, 충격을 받으셔야 겠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땅을 치고 후회하기 싫다면, 예상 가능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고 대비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위기관리 분야에서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경험을 매우 중시한다. 


경험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사내에서 주로 높은 직책을 맡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 것은 이 분들이 가진 경험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인디언 추장, 교장 선생님, 이장님의 공통점은 그들이 가진 경험으로 다른 이들을 이끈다는 것이다. 기업이 직면하는 상황들은 복잡한 이해관계자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 더욱이 위기의 경우에는 특정하기가 어려워 누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봤느냐가 위기관리 전문성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의사들의 경우도 환자들을 몇 명이나 진료했는지, 관련 수술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가 의사의 전문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그리고 이 또한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막 의대를 졸업한 의사도 배운 내용을 토대로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온 의사는 환자의 더 많은 부분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의 업무를 하면서 특정 기업 내에 속해 있으면서 위기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기란 어렵다.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위기관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 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이고 자산이 될 수 있다.  


준비된 자들에게 위기는 관리의 대상이다.


경험은 잊지 않고 체계화하고 기억해 언제든 꺼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용하다. 위기를 잘 극복하는 기업은 이러한 기업의 경험들을 잊지 않고 당시에 느꼈던 우리의 위기 의식과 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잊지 않고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없는 기업이라면 다른 누군가의 경험을 끌어와서라도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위기관리의 출발이다. 자기 몸 건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심 가지면서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그리고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필요한 경우 미리미리 예방접종을 맞고, 또 식단을 관리하고, 이상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해 관리하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대해 관심 가지고 미리미리 점검하고 훈련해야 건강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웰빙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코치직종이 생겨났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역량이 안되거나, 좀 더 전문성 있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 잘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어렵다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필자의 경험상 실제로 돈이 들더라도 전문 코칭을 받을 때 목적 달성이 확실했던 것 같다. 위기는 준비하는 자들이 관리하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하는 위기는 관리의 대상도 아니다. 그저 맞아야 하는 대상이다. 관심 가지자. 준비하자. 훈련하자. 그리고 내 것, 우리 것으로 만들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준비하고 뛰다보면 어느새 근육이 생겨 있을 것이다. 그저 맞이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진단하고, 예방하고, 분석하고, 관리해 보자. 위기는 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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