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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 병용 Sep 01. 2016

바이칼에 발을 담그다.


가끔 찍는 순간 맘에 드는 사진이 있습니다.

이번 바이칼 여행에서 찍은 많은 사진 중 한 장을 뽑으라면 단연 이 사진입니다.


바이칼의 석양과 손녀와 산책 나온 노부부 
두런두런 그들의 대화는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굳이 사진으로 찍히지 않았더라도 내 머릿속에 잔잔하게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었습니다.


사는 모습은 어디나 아름답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몽골 초원을 지나 러시아 국경을 넘고

이르츠크 울란우데까지 600km 다시 150km 이상을 가야 비로소 바이칼입니다.

몽골 러시아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내게 체감되는 거리는 1000km 이상이었습니다.

시간으로는 국경을 넘는 절차까지 15시간가량....

그 시간과 거리는 우리 도시인들이 가늠하고 쉽게 견디기엔 약간은 버거운 것입니다.



소련..... 바이칼...

듣기만 해도 살벌한, 생소한 곳을 비박용 텐트 하나 짊어지고 나서는 나를 한지붕 아래 사는 식솔들도

쉬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때론 스스로에게 상도 주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날 나의 식솔들은  

가출신고를 해야 할지  실종신고를 해야 할지 모를 황망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8월 중순인데 초원은 노란 기운이 도는 게 가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울란우데가 가까워 올수록 나무가 우거진 숲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몽골보다 북쪽인데도 숲은 더 우거져있는 게... 기후가 달라 비가 더 많이 오는 이유겠지 생각했습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키가 얼른 봐도 50M는 되어 보입니다.

닥터지바고에서 나올법한 크고 하얀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있습니다.

햐얀신사 자작나무卿들의 閱兵式을 받으며 참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호수라기보다는동해 어느해변에 와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바이칼에 가면 무엇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보고 싶다는 어렴풋한 오래된 생각들과 현실과 용기가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지는 보상이며 예방주사 같은 것입니다.

 현실에 박차만 가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통큰 상도 주고 잘 달래 가면서 살아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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