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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Jul 12. 2020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

블로그를 하다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나의 브런치 첫 글은 4년 전이다.

2016년 4월 7일, "퇴사를 했다, 돌아온 취준생"

이 글을 시작으로 브런치에 입문하였다.

퇴사를 한 건 2015년 9월이었고 원래 글을 남기던 곳은 브런치가 아니라 블로그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5년 차 블로거였다.

블로그에 '청춘의 기록'이라는 메뉴를 만들어 놓고

대학생 때는 취업 준비의 일상과 과정을 적었고,

신입사원일 때는 첫 사회생활의 힘겨움을 적었다.



때론 늦은 밤 야근을 하며, 빈 사무실에서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라는 심정으로

뭐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렇게 쓴 글은 누군가에게 읽혔고, 온라인 상의 서로 이웃 혹은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았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뭐라도 내뱉고 싶을 때 


아날로그 일기장에 꾹꾹 눌러쓰던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상에

더 많은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때의 블로그 주제는 여행과 신입사원 일기였는데,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주고 응원해줄 때마다 힘을 얻었다.



어느 날, 블로그 이웃이자 아는 동생이었던 A가

"언니는 블로그보다 브런치가 잘 어울려요."라는 말을 했다.

"브런치? 그게 뭐지?"

"다음에서 하는 서비스인데, 작가로 지원하여 글이라는 콘텐츠로 소통하는 곳이에요."



블로그는 글보다 사진이 중요할 때가 많아서(노출 기준 때문에)

일정량의 사진을 넣어야 하는데, 글에 맞는 사진을 찾기도 어렵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글이지, 사진이 아니었기 때문에

글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나의 이야기를 남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고, 다행히 처음 지원하자마자 작가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아서,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여러 번 낙방한 경험이 많은 것 같은데

다행히 브런치 초기 유저인 나는 한 편의 글로 브런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퇴사의 법칙 7 계명"

이 글은 한창 퇴사 콘텐츠가 유행이던 시절,

꽤 많은 조회수를 얻었다. 조회 수 약 45,000건과 공유 15건.

브런치를 잊고 지낸 지난 3년간의 기록이다.




그러던 와중, 작년에 코엑스에서 브런치가 참여한 책 관련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키워드별로 글을 꺼내볼 수 있는 점이 독창적이었는데,

그때 불현듯 내가 브런치 작가로 몇 편의 글을 남겼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래, 다시 글을 써보자!"

그런 생각이 꿈틀거렸고 작년 여름부터 한 편씩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기준은 하나였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자.

정말로 하나의 콘텐츠가 머릿속에 떠올라 키보드를 마구 두드려질 정도가 아니라면

글을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내가 정말로 쓰고 싶어서 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몇 번은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쓴 적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글을 안 썼나?"

"이때쯤은 써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때 쓴 글은 칸 수 채우기에 바빴고,

내가 봐도 무미건조한 글이었다. 영혼이 없다고 할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다시 읽어봐도 쉽게 읽혔다.

그런데 날짜에 맞춰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쓴 글은 잘 읽히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분과 구독자 분도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억지로 써낸 글에는

좋아요를 보내주지 않았다. 보냈어도 그렇게 좋아요 숫자가 많지 않다. (ㅎㅎ)

그래서 최대한 브런치 글은 '쓰고 싶을 때' 쓰려고 한다.

그리고 최대한 생각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도록 메모해두려고 한다.



브런치 글을 쓰고 싶을 때는,


1. 브런치 글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작가의 글을 발견했을 때

2. 그 글을 역주행하며 읽어나가다 보니 내 얘기도 하고 싶어 졌을 때

3. 너무 화가 나서 혹은 너무 기뻐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을 때

4. 누구에게라도 이 얘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5. 평소에 메모해둔 생각들을 긴 문장으로 펼쳐놓고 싶을 때

6. 문득 외로워져서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7. 책을 읽다가 그 작가의 문장을 닮은 듯 글을 써보고 싶을 때

8. 평소에 관찰하고 있던 대상을 생생히 그려보고 싶을 때

9. 아날로그 일기장 속에 묵혀둔 이야기에 공감을 받고 싶을 때

10. 뒤엉켜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런 마음이 들면 브런치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글은 힘이 있어서, 쓰다 보면 정리가 되고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누군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세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마 모 업종의 면접장에 서였나보다.



"일단 푹 잠을 자고 정신을 맑게 한 다음에요. 보고 싶은 책을 읽어요.

책을 읽다 보면 그 문장에 녹아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어 지죠. 그럼 글을 써요."

라고 답을 했는데, 정말 나는 이렇게 살고 있었는데...

독서를 하고 글을 쓴다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른다는 몇몇의 사람들은

약간 갸우뚱하게 나를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모범답안 같은 답변이었을까?



어쨌거나, 지금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맥주 한 캔 따서 옆에 두고, 유튜브에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음악을 틀고 나서

빈 도화지 같은 이 브런치 화면을 켠다.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무엇이든 채워 넣을 수 있는 이 첫 화면이 나는 너무 좋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쓴다.




브런치를 하다 보니 좋은 점이 생각났는데,

그건 바로 '좋아요'의 힘.

나는 좋아요를 눌러준 모든 사람들의 브런치에 가본다.

글을 쓴 사람도 있고 안 쓴 사람도 있다.

가서 한 편의 글이라도 읽어본다.

그러다 보면 내 취향에 맞는 글들이 제법 나온다.

그렇게 숨바꼭질 하듯 우수한 작가들의 글을 찾아내는 재미 때문에 계속 글을 쓴다.

그래야 이 비루한 글에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좋은 글들을 찾아내는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으니까.




이게 바로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다.

글을 쓰고, 다시 찾고, 쓰고를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질 새가 없다.

모든 사람의 글은 각기 다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고

글을 읽다 보면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더 많이 읽고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블태기 라는 것이 온다는 표현을 쓰는데

브런치도 이 플랫폼에 들어와 글을 읽지 않으면 어느새 잊혀 간다.

그래서 최대한 글 쓰는 연습을 할 겸,

꾸준히 쓸 수 있는 테마와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나갈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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