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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Feb 04. 2021

내 결혼 날짜는 내가 정해요

언제 결혼하니 라는 물음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남자 친구와 내가 만난 기간은 오늘로써 1937일째.

무려 5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우린 같이 보냈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20대 중반부터

직장인이 되었던 20대 후반

그리고 지금은 둘 다 30대 초반의 시기를 같이 보내고 있다.

연애의 기간이 긴 만큼, 누군가를 만날 때면 꼭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니?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지금, 곧 결혼을 하는 친구의 청첩장을 받기 위해 몇몇을 만났다.

오랜 기간 못 본 만큼,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친구 : 회사는 어때?

나: 그냥 이전이랑 똑같이 지내고 있어.

친구 : 남자 친구랑도 잘 만나?

나 : 응. 잘 지내고 있어!

친구 : 저번에 시험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 : 응. 작년에 합격해서 이제 일하고 있어!

친구 : 그럼 결혼은 언제 하게? 빨리 결혼해야겠다...


남자 친구가 재작년부터 일을 하기 시작하고, 작년부터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들어왔던 소리였다.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날짜를 정해서 할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 시국이라 결혼식 준비하면서 몇 명 초대할지 고민하는 것도 싫어서

웬만하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식을 올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둘 다 경제적 여건이든 환경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남자 친구는 이제 막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게다가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 인사를 드리고 결혼을 논하기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 헤어진다


굳이 나와 남자 친구의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결혼을 언제 하니?"라는 질문에 이어

그렇게 오래 사귀다가 결혼 안 하면 "그러다 헤어질 수 있다."라고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붓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어느 날은 조급해지고 우울해진다.



이건 분명 나와 남자 친구의 관계이고, 우리 둘이 결정해야 할 문제인데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고. 때가 되면 준비할 생각인데

마치 재촉하는듯한 사람들의 시선과 물음이 요즘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그나마 친구들이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제 3자들이 이런 질문을 물어올 때면 더 난감해진다.

이제는 "결혼 언제 하니?"까지의 질문은 참을 수 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빨리 안 하면 어떻게 된더라"부터

"늦게 결혼하면 여자만 손해야"

"결혼 안 하면 누가 채간다."등 별별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내 결혼 날짜는 내가 정해요



여자들은 서른 살이 지나면 '결혼'에 대해 정말 많은 질문을 받는다.

남자 친구가 없으면, 왜 남자 친구가 없냐는 질문부터

남자 친구가 있으면, 왜 결혼을 안 하는 질문까지.

이번 명절에는 다행히도 안 모여서 이런 질문을 받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레이스에서 같은 속도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는 시기도 다른 법이다.

어떤 사람은 1년 만에 만나 바로 결혼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연애만 하다 비혼을 택할 수도 있고.

또 연애를 오래 하다가 둘이 원하는 시기에 결혼할 수도 있다.



내 결혼 날짜는 내가 정하고 싶다.

둘이 서로 상의해서 차근차근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다.

남들의 시선에 쫓기듯, 조급하게 결혼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언제 결혼하니"라는 질문은 마음속에만 간직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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