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미국의 방위선에서 대만과 한국이 제외된 사건입니다. 대만의 공산화가 한국 전쟁으로 인해 지연된 결과를 낳았죠. 대만 대신 한국이 희생된 아픈 결과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 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외견상으로는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제 생각에 내용적으로는 21세기판 애치슨 라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의 대만과 미국에게 있어서의 대만은 카드의 무게가 다릅니다. 미국으로서는 대만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만 필요할 뿐이죠. 한국도 마찬가지로 한국 전체가 아니라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 영화 산업을 할리우드가 흡수했듯이, 대만과 한반도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전기차 산업을 미국이 흡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실체로서의 대만은 중국에 통합이 되어도 할 수 없다는 정치적 전제가 있다고 봐야 되겠지요. 20세기의 애치슨 라인은 한국 덕분에 대만이 살아남는 결과로 끝이 났지만, 21세기의 애치슨 라인은 대만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중이 직접적, 군사적으로 부딪힌다면 한반도는 반드시 전장이 됩니다. 하지만 미국이 적당한 협상을 통해 대만을 중국에게 넘겨 준다면 한반도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토사구팽이라고, 대만 문제가 일단락되면 그 다음엔 한국이 순서가 된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칩스법이나 IRA의 지원 조항을 꿀물로 생각하고 너무 적극적으로 산업거점을 미국으로 옮긴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에게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대로 아주 빠른 속도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에 있어서 미국을 압도하는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의 가난한 한국은 미국의 명분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우리의 몸값을 높여서 기술 강국이 되어 21세기 한국은 미국의 실리 때문에 생존해야 합니다.
저는 트럼프가 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만, 만약에 트럼프가 이 두 법을 폐지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우리에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일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현명한 판단과 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4년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